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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반 우왕좌왕하고 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한국갤럽, 리얼미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쏟아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로 불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운영 동력 마련도 쉽지 않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취임 초 7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야당 및 언론과의 허니문 효과에다 높은 국민적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러한 모습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거의 평행이론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초 ‘광우병 시위’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초 정치적 위기를 부른 인사논란의 이모저모를 집중 분석했다.
-“함께 일한 믿을맨 쓴다” 검찰편중 인사 논란에 역풍
- 전문성 강조한 ‘서오남’ 인사에 청년·여성 배제 후폭풍
- 인사검증 부실에 野 반발…비판에 귀막은 마이웨이도 문제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거듭된 인사실패로 점수를 까먹었다는 점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에 능력 위주의 인선을 유독 강조했다. 지역이나 성별에 얽매이기보다는 전문성을 위주로 최적의 인사를 발탁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여론은 일방통행식 인사로 받이들이며 ‘인사참사’로 비화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정치권의 격언대로 국정 최고책임자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현 정부 인사 중 최대 문제로 지적되는 건 ‘검찰공화국’으로 불리는 검찰편중 인사다. 이어 기득권 위주의 서오남 전진배치, 인사검증 부실 논란, 마이웨이 인사원칙 고수 등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정부의 인사와 관련해 운동권 기득권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내로남불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해왔다.
#1, 당·정·대 곳곳 검사 전진배치…野 “검찰공화국” 맹비난
윤 대통령의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검사들의 파격 발탁이다. 야권의 반발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주요 포스트에 검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이는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능력있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의지다. 한동훈 법무장관 발탁이 대표적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현역 검사시절 크고작은 인연을 맺었던 검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역설적으로 검사편중 인사는 의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발을 낳았다. 정부요직을 검찰이 독식하다는 ‘검찰공화국’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야당과의 허니문 효과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검찰의 전진 배치가 두드러진 곳은 대통령실이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 모두 윤 대통령과 검사 시절 인연을 맺었던 복심들이다. 정부에서도 한동훈 장관을 시작으로, 이노공 법무부 차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등이 검찰 출신이다. 또 권영세 통일부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젊은 시절 검사를 지낸 바 았다. 초대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임명된 것도 논란이다. 윤 대통령의 검찰 직속후배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는 금감원 내부 개혁과 메기 효과를 노린 것이었지만 금감원 역사상 첫 검찰 출신 원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이 국정원의 조직, 인사,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조정실장에,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오른 것도 뒷말을 낳았다. 조 실장은 과거 조국사태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총리는 비서실장 천거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후일담을 전했지만 총리 비서실장에 대통령 측근인 검사 출신이 중용된 것은 어색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윤핵관으로 불리는 여권 최고위 실세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도 검사 출신이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능력 위주로 선발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민주당은 “우리나라에 쓸 만한 인재는 검사들밖에 없냐”고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인사와 재정, 즉 돈을 주무르는 보직을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며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심히 우려스럽다. 해도 너무한다”고 꼬집었다. 신현영 대변인도 “윤석열 정부가 검찰 공화국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재선의 신동근 의원은 “대통령의 공신록에 1등 공신은 검찰 출신의 측근”이라고 비꼬았다.
#2, 청년·여성 사라진 서오남 위주의 기득권 인사
기득권 남성을 상징하는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으로 50대 남성)’ 인사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MZ세대 등 청년층을 파격 발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내각은 물론 대통령실 역시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오남을 시작으로 영육남(영남·60대·남성), 남영동(남성·영남·서울대 동문) 내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역대 정부에서 영호남 등 지역 비율이나 남녀 비율을 맞추면서 특정대학 출신의 독주를 방지한 것과 대비된다.
이는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6.1 지방선거 압승으로 정국운영에서 상당한 여유를 가졌지만 지속적인 인사 논란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여기에 20·30세대 남성을 상징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로 추락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1기 내각인사에서 여성이 사라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양성평등을 내세워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던 문재인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오죽하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 정부 내각의 여성 인선에 대해 “구색 맞추기가 아닌, 여성이 진짜 의사결정의 핵심에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할 정도였다.
물론 윤 대통령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인재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후속 인사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박순애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후보자를 지명하기도 했다. 또 특허청장에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교수를 지명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 강경화 장관과 김현미 장관이 외교부와 국토부라는 중요 부처에 발탁된 점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3, 정호영·김인철·송옥렬·김승희, 잇따른 검증 부실
인사검증 부실 논란은 치명타였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최대 인사실패였던 조국사태를 분수령으로, 정치적 주목을 받으면서 대권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인사검증만큼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크고작은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에 시달리다가 낙마했다. 이후에는 장관급 낙마자가 속출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물론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자진사퇴했다. 고위 공직후보자의 연이은 줄사퇴에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여권 내부에서도 쏟아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송옥렬 후보자의 경우 과거 언론보도를 통해 성희롱 발언이 알려졌지만 상관없이 지명된 게 논란을 불렀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인사를 추천받고 검증하는 전체 시스템의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인사시스템 재정비를 주문할 정도였다. 김승희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한 뼈아프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 유용 의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보건수장의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유투버 가족의 대통령실 근무도 뒷말을 낳았다.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누나 안모씨는 대통령실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시위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안모씨는 여론의 부담에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실은 연좌제라며 반발했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이에 “누가 추천하고 어떤 경로와 근거로 채용을 하게 된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세간에는 인사권을 대통령이 아닌 부인이 휘두르고 있다는 소문으로 들끓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4, “文정부보다 낫다”…민심 귀막고 마이웨이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스타일 고수도 문제로 지적된다. 잇따른 인사실패에 대한 반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문재인정부보다 우월하지 않느냐는 강변에 민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윤 대통령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비슷한 취지의 후속 질문에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검찰 편중인사 논란 당시에도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기자들의 비판성 질문에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인사청문회 없이 박순애 사회부총리의 임명을 강행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이에 세간에는 만취 음주운전 경력자를 대통령이 두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울러 지난 6월말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전후로 불거진 사적수행 논란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인 A씨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를 이용한 것은 물론 마드리드 숙소에 함께 머물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은 궁색했다. 해묵은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의 나토순방 성과에 생채기를 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시사평론가는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의 위기가 확산되는 과정 속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인사실패로 사실상 초기 레임덕과 유사한 국면으로 곤경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지율 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사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최적의 인재를 발탁할 경우 반등의 가능성은 없지 않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 광우병 시위의 여파로 레임덕 직전까지 갖지만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워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다.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이 MB사례를 벤치마킹해볼 만하다. 시야를 넓히고 보다 다양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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