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체스터 법칙(42)(Lanchester Theory)
1. 개요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프레데릭 윌리엄 란체스터(Frederick William Lanchester)가 세계대전의 공중전 결과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원리들. 제1법칙과 제2법칙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호간의 성능이 동일할 경우) 다수가 소수를 쉽게 이길 수 있으면서 그 피해도 훨씬 적다는 것.
이 법칙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군의 중요한 전략으로 이용되었으며, 전쟁이 끝나고 1960년이 되자 경영학의 주요 원리로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다. 한정된 자본을 어디에 투자해야 경쟁자보다 효율적인 수익을 거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업전략의 기반으로 거듭난 것.
2. 세부 원리
아래의 법칙들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다음과 같다.
전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쪽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쪽은 숨어있다가 기습하는 경우 등을 제외한다는 이야기. 다시 말해서 컨트롤이나 변칙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양 세력이 들이받는 것을 말한다.
지형지물이나 보급상황 등 다른 요소는 없거나 동등하다고 가정해야 한다. 만일 한 쪽이 험준한 지형의 혜택을 받거나 보급 상황이 좋거나, 혹은 공성전 같은 상황이면 란체스터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어진다.
2.1. 제1법칙
백병전처럼 1:1의 대결만 성립할 경우, 공격력은 무기의 질 × 무기의 숫자가 된다. 따라서 m만큼의 전력을 보유한 A와 n만큼의 전력(m>n)을 보유한 B가 전투를 펼치면,
· A의 생존자: m-nm−n
· B의 생존자: 00
2.2. 제2법칙(리베르타의 법칙)
하지만 사방이 트여있어서 협공이 가능하거나, 활이나 총·포 혹은 전투기 같은 발사형 무기를 쓴다면 화력의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에 2차원적인 전장이 형성되며, 따라서 공격력은 무기의 질 × (무기의 숫자)2이 된다.
이 상황에서 m만큼의 전력을 보유한 A와 n만큼의 전력(m>n)을 보유한 B가 전투를 펼치면,
· A의 생존자: \sqrt{m^2-n^2}m2−n2
· B의 생존자: 00
즉, 1:1의 접전(接戰)이 아닌 多:多의 회전(會戰)에서는 양의 차이가 더 큰 무게로 다가오게 된다. A와 B의 수치 상 비율이 5:3일 때, 제1법칙에서는 A에게 5-3=25−3=2가 남는다. 하지만 제2법칙에서는 공격력이 52:32로 벌어지고, A는 \sqrt{5^2-3^2}=\sqrt{16}=452−32=16=4를 보존한다.
3. 응용과 극복
란체스터 법칙에 따르면 소수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아래에 언급할 나폴레옹도 '대군(大軍)에게 병법은 필요없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처음부터 확실한 격차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대의 지휘관이 아무리 병법에 유능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아니, 애초에 싸우는 그 순간에 아군을 (상대적으로) 대군으로 만드는 방법을 병법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소수가 다수를 이기려면, 전제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현실을 파고 들어야 한다.
3.1. 각개격파
쪽수에서 차이가 나면 끝이라고 지레 단정할 필요는 없다. 전투력은 적과 싸우는 순간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좁은 길목에서 마주쳤을 경우엔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양쪽 모두 동일하므로 다수의 우위를 활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축차투입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바보짓 취급을 받는다. 그냥 모아놓으면 상대방보다 우월한 숫자를 유지할 수 있건만 병력이 분산된 채로 투입하니, 이쪽 입장에서는 병력과 장비를 적에게 헌납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항상 적보다 우세한 병력을 가지는 것이 어렵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군 병력을 모으고 적의 병력은 분산하여, 격돌하는 순간에만 병력의 우위를 점하면 소수로도 다수를 제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 4대로 구성된 편대가 적기 5대를 발견하고 5대가 뭉치기 전에 하나씩 일점사를 하면, 4:5가 아니라 4:1의 5회 반복이므로 란체스터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서도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군보다 10배의 병력이면 포위하고, 5배의 병력이면 공격하고, 2배의 병력이면 적을 분리한 후 차례로 공격하고, 맞먹는 병력이면 최선을 다하여 싸우고, 적보다 적은 병력이면 도망치고, 승산이 없으면 피한다." 라고 하여 아군이 수적으로 유리할 때는 공세를, 그렇지 않을 때는 적을 분산시켜 수적 유리함을 만들어 내라는 전법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뛰어난 운용에 대병력(적군) 측의 삽질로 극적인 결과를 낸 사르후 전투가 있고, 이것을 제대로 의도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경우가 있다. 그의 전체적인 병력은 적군보다 적었지만 상대보다 두 배 정도 빠른 기동력을 이용하여 그 열세를 극복하였다.[3] 나폴레옹의 부하가 "폐하는 늘 소수로 다수를 이겼습니다."라고 하자 "아니다. 나는 늘 다수로 소수를 이겼다."라고 말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4][5] 지리적 위치 때문에 언제나 양면 혹은 다면전쟁의 위험에 싸여있던 프로이센 후 근대 독일군의 경우 고속기동과 화력의 집중을 통한 각개격파, 즉 기동전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물론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명백히 압도적인 숫자의 군대가 계속해서 소모전을 강요하면 소수의 군대는 지속적으로 피해가 쌓이고 적은 피해라 할지라도 소수의 군대에는 명확히 큰 손실이다. 그리고 적군이 각개격파를 당하도록 전력을 쪼개주는 것도, 아군이 그 동안 별 일 없이 계속 뭉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일례로 독일 국방군의 소규모 정예부대가 소련군이나 미군을 상대로 각개격파를 시도해 성공했어도, 연합군은 미국의 쇼미더머니와 무기대여법, 소련의 그냥 많이 만든 전차 등 넘쳐나는 인력과 물자로 끊임 없이 대규모의 재보급과 충원을 했기 때문에, 국방군의 전력은 계속해서 소모되었다. 또한 전투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비전투 손실도 만만찮다. 병력이 많으면 병사들을 돌려가며 휴식을 주고, 보급을 원활히 하는 등 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그럴 듯하게 병력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소규모의 군대는 지속적으로 전투 강요를 당하기 때문에, 결국 피로와 보급난항으로 몰락한다. 인간을 초월한 에이스들이 즐비했던 2차대전 시기 루프트바페도 에이스가 되거나 하늘에서 제대하는 수준으로 혹사당하면서 소모되었다. 2차대전 외에도 남북전쟁의 율리시스 S. 그랜트, 결국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 분전하는 소수의 보어인들을 상대로 영국군이 물량과 초토화전술로 밀어버린 보어전쟁 등 사례가 넘쳐난다. 그리고 정작 이를 제대로 보여준 나폴레옹조차 마지막엔 패배했다. 심지어 게임 수준에서도, 토탈워를 모드질로 스케일을 실전에 가깝게 키우면 이 문제를 체감할 수 있다!
때문에 소수의 군대가 승리하려면 다수를 상대하다가 퍼지기 전에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전략적 행동뿐만 아니라, 적국의 전쟁수행의지를 꺾고 강화협상을 시도하도록 유도하는 등 정치적, 외교적인 해결 방책도 찾아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예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베트남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3.2. 군정예화 또는 현대화
란체스터 법칙은 숫자를 제외한 모든 조건이 동등할 때 성립한다. 총 소리 한 번에 콩알 튀듯이 흩어지면 전투력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하며, 반대로 적진에 만인지적이라 불리는 장수가 하나 끼어있으면 우리 편의 숫자가 몇 명 많아봐야 이빨도 안 들어갈 것이 뻔하다. 그래서 무작정 인해전술을 추종하는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적어도 훈련을 거치고 장비를 쥐어줘야 하고 그 훈련과 장비의 수준이 적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병력이 비슷하거나 적지만 업그레이드에서 앞서면 타이밍 잡고 밀어버리는 상황이 자주 나오지 않던가?
가장 쉬운 사례중 하나가 사거리의 차이다. 다른 한쪽이 사거리가 긴 무기를 가지고 있고 따라잡히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기동력이 있으면, 히트 앤드 런류의 전술(카라콜, 드라이브 바이 등)로 사거리가 짧은 쪽의 세력을 조금씩 갉아먹다가 결국엔 한쪽이 패배하게 된다.
일례로 조선 수군의 숫적 열세를 짊어진 이순신의 경우 판옥선과 왜선의 성능 차이(내구력 및 사거리 차이)를 등에 업고, 끊임없는 훈련 및 계속된 승리로 정예화를 달성했기에 엄청난 교환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기습적으로 선제공격을 시전하고(옥포 해전·당항포 해전 등), 적을 유인한 뒤 포위 섬멸하거나(한산도 대첩), 지형과 해류를 이용해 축차투입을 강요하는(명량 해전) 등 여러 행동을 다 했다. 칠천량 해전의 사례와 그 때의 지휘관도 잘 살펴보자. 영국 해군 역시 대영제국 시절, 다른 강대국 대비 질 나쁜 배를 사용했으나[6], 화력에 몰빵한 대포와 이를 다룰 수병들의 훈련을 통해 근대 시대의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6호 중전차는 수적으로 연합국의 T-34, M4 셔먼에 한창 떨어지지만, 모자람이 없는 만능 전차포 8,8cm KwK36, T-34의 주포 F-34의 포탄을 측면과 후면에서도 방어하는 두꺼운 장갑, 숱한 실전을 통해 정예화 된 전차병들이라는 조합으로 많은 연합군 전차의 뚜껑을 따며 전설적인 기록들을 만들 수 있었다.[7] 티거를 만들 자원이면 대충 계산해서 약 3대의 4호 전차나 4대의 3호 돌격포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전투력이 압도적이었던 티거와 달리 4호 전차(3호 돌격포는 포탑 없다)는 잘 쳐줘봐야 T-34, M4와 대등한 수준이었으므로 4호 전차 3대가 티거 1대분의 활약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티거 1500대 대신 4호 전차 5000대를 생산해봤자 합치면 10만대 가량 생산된 T-34와 M4 셔먼(최대 동급 전차들도 전부 합치면 15만대다...)을 상대로 냅다 맞다이를 까면 훨씬 불리했을 것이다. 있는 공업력도 제대로 활용 못해 형편없는 생산성을 보이던 나치독일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인 정예화를 통해 물량의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그나마 할수 있는 유일한 방침이었던 것이다.
역으로 끝내 연합군의 전차들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던 것도, 단순히 물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차의 성능을 개량하고 승무원들의 자질도 향상시켜서 질적 격차를 줄이고 수적 우위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티거를 비롯한 독일제 중전차들과 T-34간의 격차는 주포가 85mm와 76mm 구경으로 강화된 T-34/85 및 M4A3E8이 기존 T-34, M4A3을 대체하는 시점에서 끝나게 된다. 이 때문에 나치 독일이 부랴부랴 티거 2를 생산했지만 연합군에서 쏟아지는 M26 퍼싱과 IS-2를 막기엔 역부족이였다.
3.3. 비대칭 전력
란체스터의 법칙을 현대에 적용시키기 어려운 이유. 제2법칙의 유도과정을 보면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데, 미분이란게 각 시각 동안 벌어지는 연속적인 변화를 다루는데 반해 비대칭전력은 단번에 변화가 생기고 끝이 나기 때문에 미분을 적용할 수가 없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제2법칙은 전투 중에 매 순간마다 아군의 전력이 적군의 화력에 비례하는 숫자만큼 죽어나가는 상황을 전제로 삼고 있지만, 비대칭전력은 비대칭이라는 그 말 그대로 아군의 전력/피해가 상대의 전력/피해와 무관하기 때문에 적 비대칭전력의 공격과 피해와 아군의 사망자 수가 적군의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물론 현대전이라도 여러가지 조약에 의해은 화학무기나 핵무기 등의 비대칭전력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보통은 재래식 무기로만 싸우지만 국가가 망하기 직전의 상황이라면 그런 조약을 지킬 가능성은 없다. 이런 이유로 대량살상무기같은 위험한 비대칭전력을 가진 나라를 상대로는 병력의 질이나 수에서 확실하게 앞서는 패권국조차 해당 국가를 공격할 명분이 생기더라도 외교적 해법을 갈구하며 전쟁은 최대한 피한다.
기술의 발전이란 점에서 윗문단의 정예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비대칭 전력를 사용하는 전쟁에선 일반적인 교전상황 없이 한번 피격당하는 순간 괴멸적인 피해를 받아 정상적인 시스템이 유지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같은 항목으로 취급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