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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살아있는 신화 정주영…이건희는 4위 | ||||||||||||||||||
<이코노미 인사이트> 경제전문가 70인 '한국경제 인사이트' 설문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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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경제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구가해왔다.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경제정책들이 시행되었고, 또 수많은 기업(가)들이 별처럼 떠오르고 사라지고 했다. 도약과 좌절, 주기적 경기순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굴곡을 거쳐왔고, 이 과정에서 현 단계 한국경제는 성장 경로·분배·경제민주화·기업의 사회적책임 등 여러 영역에 걸쳐 갈등을 겪고 있다. 바야흐로 저명한 민주주의 이론가인 아담 쉐보르스키가 말한 ‘고통스런 이행의 계곡’에 들어서 있는 형국이다. 과연 ‘21세기 한국경제의 진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진취적 기업가 “고 정주영 회장” 첫 손 꼽혀 기업가 정신
이 설문항목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1번, 고 유일한 박사(유한양행 창업자)는 10번 꼽혔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한국경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꼽혔으나 ‘기업가 정신 구현’ 항목에서는 4위에 그쳤다. 이어 8명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7명이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기업가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재계 인물”로 꼽았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최종현 고 SK그룹 회장은 각각 5번 꼽혔다. 기업가 정신을 휼륭하게 구현한 인물이 “아무도 없다”고 응답한 사람도 5명에 달했다. 이어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가 3번, 강덕수 STX그룹 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남용 LG 부회장·이석채 KT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각 2번씩 꼽혔다. 한 응답자는 “고 정주영 회장은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 경제를 가능한 최대한으로 이끌었고, 김우중 전 회장은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해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고 정주영 회장을 기업가정신의 대표적 인물로 본 건 학계와 연구기관·시장 모두 비슷했다. 학계에서 꼽은 “기업가 정신을 훌륭하게 구현한 인물” 총 85명(중복응답 포함) 중 정 회장은 23번(27.1%) 꼽혔고, 연구기관·시장 응답자가 꼽은 인물 총 69명(중복응답 포함) 중 정 회장은 18번(26.1%) 꼽혔다. 반면, 이병철 전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을 둘러싼 ‘기업가 정신’ 평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학계 쪽은 이병철 전 창업주를 8번(9.4%), 이건희 회장을 3번(3.5%) 꼽은 반면, 연구기관·시장 쪽은 이병철 전 창업주를 11번(15.9%), 이건희 회장을 7번(10.1%) 꼽았다. 학계는 삼성 오너 일가의 기업가 정신에 인색한 점수를 준 반면, 연구기관·시장 쪽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기업가 정신을 훌륭하게 구현한 인물’로 학계 응답자로부터 14번(16.5%) 꼽힌 반면, 연구기관·시장 쪽에서는 7번(10.1%) 꼽혔다. 김우중 전 회장은 학계에서 6번(7.1%) 꼽혔으나 연구기관·시장 쪽에서는 2번(2.9%) 꼽히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고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불도저 스타일의 도전과 모험 정신”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때 현 단계 21세기 한국경제가 요구하는 기업가 정신은 과연 어떤 것일까? 설문조사 응답자 대다수는 ‘21세기 한국경제에서 가장 필요한 기업가 정신 덕목’은 ‘창의성’과 ‘혁신’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총 67명 중 ‘창의성’을 꼽은 사람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혁신’이라는 응답은 14명에 달했다. 응답자 중 압도적으로 많은 총 32명이 ‘창의·혁신’을 꼽은 것이다. ‘창의성’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주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및 추진능력”을 창의성의 요체로 꼽았고, ‘혁신’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이나 “다양한 인재를 발굴·활용하는” 혁신을 주문했다.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지식기반 경제 아래서는 창의·혁신이 기업가 정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 것이다. 한 응답자는 창의·혁신과 관련해 “우리 시대에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창의·혁신에 이어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기업가 정신 덕목”으로 꼽힌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10명)’ △‘도전 정신(6명)’ △‘글로벌 마인드(5명)’ △‘미래지향(4명)’ △‘반부패(4명)’ △‘상생(4명)’ △‘소통(1명)’ △‘페어플레이 정신(1명)’ 순이었다. ‘도전 정신’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주로 “새로운 상품과 시장개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생’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응답자들은 “한국 기업가들이 21세기에는 한국 사회경제의 여러 다른 영역들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응답자는 “가치 탈취가 아닌 가치 창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동반성장과 관련해 ‘관용’을 지목한 사람도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반부패’, ‘페어플레이 정신’을 한데 묶으면 총 19명에 이른다. 단순한 수익성장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측면”을 21세기 기업가 정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모델이 ‘모험과 도전정신’이었다면, 지금 경제학자들이 요구하는 덕목은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임을 알 수 있다. 한 응답자는 “개인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1세기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필요한 덕목으로 흔히 여겨지는 ‘글로벌 마인드’를 꼽은 응답자는 뜻밖에 많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경영자 리더십’을 21세기 기업가 정신의 덕목으로 꼽은 사람도 한명도 없었다. 흥미롭게도 학계 응답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8명·19.5%)’과 ‘창의(8명·19.5%)’를 똑같이 강조한 반면, 연구기관·시장 쪽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창의(10명·34.5%)’를 꼽았다. 연구기관·시장 쪽 응답자들 가운데 ‘사회적 책임’을 꼽은 사람은 고작 2명(6.9%)에 그쳤다. [창간호 특집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총 70명)(가나다 순) 연구기관(26명) 시장(4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