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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꼬북칩 과자형태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제출한 사진. 4면을 모두 촬영했다. |
식품업계가 '미투(Me too)제품'과의 전쟁에 나섰다. 과거 브랜드명을 선점하기 위해 상표권 등록만 서둘렀다면, 최근에는 특허권 범위를 제조법, 상품 형태, 패키징 기술로 확대하고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유사제품 차단에 나선 것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117,000원 500 0.4%)은 최근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꼬북칩 모양에 대해 입체상표를 출원했다. 직선모양 홈들이 과자 표면에 새겨져 있고, 얇은 칩을 4겹 층층이 쌓아 만든 꼬북칩 고유의 과자 형태에 대한 특허다. 오리온은 꼬북칩의 캐릭터인 '꼬북이'와 꼬북칩 생산설비에 대해서도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이 꼬북칩 형태와 캐릭터, 생산설비까지 특허권을 취득하려는 것은 미투 제품이 나오는 것을 막고, 기술력 등 회사가 보유한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오리온은 홑겹스낵 2~3개를 한번에 먹는 듯한 풍부한 식감의 꼬북칩을 생산하기 위해 8년의 개발기간을 거쳤다. 2009년 개발을 시작했다가 기술 한계에 부딪혀 2년여만에 생산을 접었고, 기술력을 강화한 2015년 다시 도전해 올해 3월에서야 출시했다.
오랜 내공 덕에 꼬북칩은 4개월 만에 1100만봉 이상 판매되며 히트제품이 됐지만, 미투제품이 나올 경우 인기가 지속되리라 담보할 수 없다. 가뜩이나 트렌드 변화속도가 빠른 식품업계에서 미투제품이 쏟아질 경우 소비자들이 더 쉽게 질려하는 탓이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해 '초코파이情 바나나'로 바나나맛 열풍을 이끌었지만, 미투제품이 쏟아지면서 인기가 약 6개월만에 시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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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출시한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 제품과 패키지. |
CJ제일제당 (397,500원 25000 6.7%) 역시 최근 HMR(가정간편식) 제품 패키징 기술에 대한 특허를 잇따라 출원하고 있다. 포장기술이 제품의 맛과 편의성을 좌우해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취득한 '햇반 컵반'의 '즉석식품 복합포장 용기' 기술 실용신안이다. 햇반 컵반은 종이컵 모양 용기에 즉석밥인 햇반을 결합, 햇반 자체를 뚜껑으로 썼다. 기존 사각형 종이상자 방식의 경우 내용물이 보이지 않고 2,3중 포장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CJ제일제당은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50억원 규모 설비 투자도 진행했다. 최근 '컵반' 형태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오뚜기 (769,000원 17000 2.3%)와 동원F&B에 낸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미투제품이 만연한 식품업계에 경종을 울리는데는 성공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에 최근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에 적용된 '증기배출부가 구비된 조리용 용기'나, 고메 상온 함박스테이크 제품에 적용된 '이중 실링부를 갖는 즉석식품 포장 용기 및 이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가 올해 등록한 특허(실용신안 포함)건수만 6건이고, 특허 출원 중인 건수는 14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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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지난해말 도형상표를 출원한 바나나맛우유 단지 모양 용기. |
빙그레 (63,500원 300 0.5%)도 지난해 말 CJ올리브영과 손잡고 '바나나맛우유' 콜라보레이션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바나나맛우유 용기에 대한 특허(도형상표)를 출원했다. 빙그레가 제품명이나 로고가 아닌 제품 용기에 대해 상표출원을 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특유의 단지 모양 용기는 다른 가공유들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됐고, 40년여 장수하는 비결이 됐다. 빙그레는 이후 해당 특허를 바탕으로 바나나맛우유 용기를 캐릭터화해 화장품, 인형, 휴대폰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투제품이 초기 트렌드 확산에는 도움되지만, 제품이 장수하는 데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무형자산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제품 전반에 대한 기술보호가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