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같은 친구가 5 minutes kids였군!
이어령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간간히 읽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가 죽어가면서 했던, 아니 그의 표현대로라면 “엄마가 부르기 전까지 신나게 놀면서” 나눈 이야기의 여러 대목에서 고개가 끄떡여진다.
한예종이라는 학교가 어떻게 세워졌는지에 대한 일화인데… 나라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철학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삶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지 걱정이 된다.
“정원식 총리 시절이었고, 곧 개각이 단행될 예정이었어. 예술학교 만들고 그만두려고 교육계 반대를 무릅쓰고 개각 직전에 안건을 올렸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나한테 딱 5분을 줬어. 그게 한예종 탄생 5분의 비사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물었지.
‘동자부 장관! 당신이 그랬지요? 문화부에만 학교 만드는 특권 주는 게 말이 되냐고. 좋아요. 당신이 어린애 낳았는데 그 애가 기저귀 찬 채로 ‘여기 파라’ 하면 석유 나오고 ‘저기 파라’ 그러면 가스 나오고, 그런 애가 있어요? 있다면 에너지 학교 만드세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와’ 하고 웃어.
‘농림부 장관! 당신이 어린애 낳았는데 여섯 살도 안 된 애가 하루에 열 명이 심어야 할 모를 혼자 심으면 농림학교 만드세요. 그런데 문화 영역에서는 네 살짜리 모차르트와 피카소가 나와서 ‘아버지, 그거 틀렸어요’ 하고 가르쳐요. 이런 천재들을 보통 애들처럼 길러서 대학 입학시키자고요? 그사이 아이는 다 망가져요.
천재가 있으면 특별 교육시켜야 해요. 특권이 아니에요. 오히려 불쌍한 애들이지.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쓸모를 못 찾은 놈에게 눈곱 하나 떼서 붙여주면 그 아이가 화가가 되고, 귀지 좀 후벼서 넣어주면 그 아이가 음악가가 되는 거예요.
‘너 세상 나가면 쓸모없다 조롱받을 테니, 내 눈곱으로 미술 해먹어라. 너 세상 나가면 이상한 놈이라고 왕따 당할 테니 내 귀지로 음악 해먹어라.’
그게 예술가예요. 예술가들은 그 재능 빼면 세상 못 살아요. 아무것도 못해서 범죄자 돼요. 그러니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에요. 학교 만들어주는 게 자비예요.’
그 얘기 듣고 사람들이 ‘와’ 웃고 잠시 침묵했어. 총리가 ‘그럼, 통과된 걸로 알겠습니다’ 하고 땅땅땅 때린 거야. 그 순간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생겨났다네. 한예종 아이들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오면 내가 그래.
‘너희들이 five minute kids, 5분 동안 태어난 아이들이야.’”
“신의 눈곱, 신의 귀지를 몸에 붙이고 태어난 아이들이군요!”
“그래서 바보야. 쓸모를 따지는 인간 세상에서는 바보지.”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