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썩다'의 시키는 말이다.
'썩다'에는 물질이 부패하거나 나쁘게 변하거나, 활용되지 못하고 아깝게 묵거나, 정신이나 사상 따위가 막되게 변하는 것 말고도 걱정이나 근심따위로 마음이 몹시 상한다는 뜻도 있다. '썩이다'는 마지막 뜻에 해당하는 '썩다'의 시키는 말이다. 부모 마음을 썩이고 골머리를 썩이고 속을 썩이는 것처럼.
그런가 하면 '썩히다'는 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이 몹시 상한다는 뜻을 제외한 나머지 뜻에 해당하는 '썩다'의 시키는 말이다. 고기를 썩히고 재주를 썩히고 정신을 썩히는 것처럼.
생각해 보면 절묘한 구분이다. 정신이나 사상까지도 썩을 수 있지만 마음은 썩는다기보다는 상하는 것이어서 함께 '썩다'에 묶는 것이 영 마뜩잖은데, 시키는 말에서 가르고 가렸다. 이런데서 우리말의 맛을 찾는다면 억지일까.
참고 자료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동사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 시도 살고 수필도 살 터인데 말이죠.
맞아요. 동사를 제대로 써야 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