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도민일보 2023년 11월 29일 수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성공시대
문정희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제 시만 폐업하면 불행 끝
시 대신 진주목걸이 하나만 사서 걸면 오케이
내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 ㅡㅡㅡㅡㅡ원하고 생각하는 삶이 깨달은 삶의 원칙과 부합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성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고 생각하는 삶과 깨달은 삶의 원칙은 무엇이 다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고, 물질적 풍요를 위해서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절대 함정이 있다.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등등, 내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벗어나 외적인 물신주의와 성공 지상주의에 빠져 버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삶의 참된 의미가 물질에 있다면 가치와 무가치, 성스러움과 속됨 따위의 구분도 필요 없을 것이다.
시인은 물신주의에 이끌려가는 현대인들의 성공개념을 반어법[反語法]으로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