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말과 글로 응축한 이번 사화집 『時調, 우리 말과 글의 꽃씨 되어』는 큰 북을 울리며 세계의 중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조는 고려말부터 천년을 이어져 온 우리 민족 고유의 맛과 멋과 흥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율격의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율격은 낭창낭창한 노래와 춤이 있는 문학입니다.
노래와 춤사위 속에서 담금질하듯 긴장하고, 때로는 적당하게 긴장을 풀면서
3장 6구 12음보 속에 한 시대의 시간과 언어를 조율합니다.
- 임성구 (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의 발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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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부 우리 말의 멋
2부 우리 글의 얼
3부 그윽한 시조 향기
4부 정형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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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수록작
김일연 양/ 김일연
내 이름 부르시며 처음 알려주셨다
네 글자 받침 모두 울림소리인 것을
네 안에 종(鐘)이 있다고 너를 울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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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리고 말/ 유헌
말이라는 이 놈, 때론 천방지축이라
입술이라는 울타리를 한번 벗어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생의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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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수록작
말모이/ 임성구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으로 살아보네
오늘날 내가 쓰는 시들이 왜, 울컥한지
기쁘게 눈물 쏟아내며 우리말을 지켜내네
찢기고 짓밟힌 말 질경이처럼 살아남아
세기를 건너왔네 한류바람 불어왔네
토속 말 사라져가는 지금은 한류시대
모은 말 응축해서 세계로 가는 악동(樂童)들아
은하에 닿을 노래와 심해를 들썩일 춤
온누리 복음 전하듯 민족혼을 달구어라
넓고 넓은 우주 들판에 작은 나라 대한민국아
푸르른 한글 씨앗 별무리처럼 흩뿌려서
무궁화, 무궁무진 빛나는 큰 나라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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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수록작
겨레의 힘/ 김민정
천지인 그 사이에
우리 말이 우뚝 솟아
음수율과 음보율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민족혼
일깨워내는
시조 삼 장
우리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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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숲/ 서연정
뿌리에서 뿌리로 숨소리가 흐른다
허리 굽은 나무들 숲정이를 지킨다
메아리 쌓이고 쌓여 천년을 맺고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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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수록작
아버지의 봄/ 청원 이명희
싸리 꽃 휘늘어진 시름을 한 짐 지고
개구리 울음 우는 다랑치 무논에서
버거운 삶 태우셨던
피안의 고단한 봄
밭두렁 부려놓은 툭툭 튀는 마른 허기
가난을 갈아엎던 워낭소리 허허로운
해거름 지고 오신 봄
온몸 사룬 꽃 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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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조민희
동강 난 크레파스
그냥 버릴까 말까
쓰윽 쓱 칠하다가
손톱만큼 남은 도막
꼭 눌러
'꽃'이라 쓰니
꽃이 되어 피어나네
할머니 노래 속에
피어나는 꽃을 보네
외갓집 앞마당 올망졸망 여기저기
탁 타닥 불티가 나네
땡볕 아래 빨강,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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