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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 '머리말' 중에서
이렇게 도발적인 주장을 하는 이 책의 저자 피터 틸, 그는 미국의 전자결제시스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다. 1998년 전자결제시스템회사 페이팔(PayPal)을 설립해 CEO로서 회사를 이끌었으며, 2002년 페이팔을 상장시켜 빠르고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었다.
2004년 그는 첫 외부 투자로서 페이스북에 투자했고 페이스북 이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 소프트웨어 회사 팰런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를 출범시켰다. 팰런티어는 컴퓨터를 활용해 국가 안보 및 글로벌 금융 등의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을 돕고 있다.
또 그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회사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파운더스펀드는 스페이스엑스SpaceX, 에어비엔비Airbnb, 옐프Yelp 등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이 창업한 회사 및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그를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고 부른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될 수도 없으며, 또 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그버그가 될 수도 없다. 즉 그대로 베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작 이들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해도 미국 기업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늘 하던 그 사업을 개선하고 또 개선해서 쥐어짤 수 있는 건 다 짜냈을 때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때는 2008년의 위기 따위는 우습게 보일 만큼 커다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오늘의 '모범 사례'는 우리를 막다른 길로 이끌 뿐이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이다.
공공 부문에서도, 사기업에서도 이미 행정 관료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하면 기적을 바라는 사람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에서 회사 하나가 성공하려면 수백, 수천 개의 기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것은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기술이 기적인 이유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술은 우리가 가진 보잘것없는 능력을 고차원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다른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댐을 쌓고 벌집을 만들지만, 인간만큼은 유일하게도 새로운 것을 발명할 수 있고 기존의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할 때, 인간은 미리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세상에 대한 계획을 새로 쓴다. 이 기초적인 사실을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부분 했던 일을 반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다룬다. 저자가 페이스북과 스페이스엑스를 포함한 수백 개의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동안 알게 된 모든 것을 담고있다. 즉 성공과 실패의 수많은 패턴을 발견했고, 그 내용을 여기에 공유했다. 그렇다고 성공의 절대 공식이 등장하는 게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공식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00년 3월 중순, 나스닥은 5,048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급락과 하락을 거치면서 2002년 10월 1,114포인트로 바닥을 쳤다. 이 현상에 대해 일종의 '신의 심판'에 비유하며, 풍요로운 희망의 시대는 '탐욕에 미쳤던 시대'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심지어 이런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엔 4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이런 교훈들이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절대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무시했다가는 또다시 저주를 받을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즉,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고, 비록 나쁜 계획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고,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하며, 판매 또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항공사들보다 적은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유 가치는 훨씬 크다. 구글은 2012년에 500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매출의 21퍼센트가 이익이었다. 이익률로 따지면 그해 항공사들보다 100배나 높은 수익을 낸 셈이다. 구글의 현재 가치는 미국의 모든 항공사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3배나 크다. 항공사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구글은 경쟁자가 없다.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인데 남들이 세우지 않는 회사는 무엇인가? 항공사는 큰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익률로 따지면 구글이 항공사보다 훨씬 높다. 항공사들은 무한 경쟁이지만 구글은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경제학자들은 두 가지로 설명한다. 바로 '완전경쟁'과 '독점'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는다. 불법적인 악덕 기업이나 정부의 비호를 받는 기업 등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경쟁자를 몰아낸다는 개념 정도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독점은 자기 분야에서 너무나 탁월해 타 회사들이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태를 가르킨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린다. 아주 큰 사업이라도 치열한 경쟁 속에 노출되는 사업은 나쁜 사업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리 마라'
경쟁 사업이 가진 문제점은 단순히 이윤이 적다는 것만아 아니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생각해보자. 길목이 좋은 장소엔 한 집 건너 식당이다. 누군가 메뉴가 중요하다고 컨설팅을 한다. 과연 그럴까? 같은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다. 경쟁적인 생태계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가 전략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는 넉넉한 경우에나 해당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윤리적인 문제는 후순위일 뿐이다. 이처럼 충분히 성공한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독점기업들에서나 찾을 수 있는 요소이다. 완전경쟁 시장에 있는 기업은 현재의 이윤에 목을 매고 있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발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단순히 나머지 사회에도 좋은 기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정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한쪽에서는 독점을 색출해내려고 기를 쓰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발명품에 특허를 부여함으로써 독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가 어느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을 가장 먼저 생각해냈다고 해서, 그게 과연 법적 구속력이 있는 독점권을 부여받을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디자인, 제조, 마케팅해 얻는 독점 이윤은 인위적으로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든 것에 대한 보상이다. 마침내 고객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에 대한 보상 말이다.
새로운 독점기업이 활발히 나타나는 것만 봐도 오래된 독점기업들이 혁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애플의 iOS를 필두로 모바일 컴퓨팅이 부상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오던 마이크로소프트의 OS시장 지배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하드웨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독점에 왕좌를 내줬다. AT&T는 전화 서비스 부문에서 20세기 내내 독점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저렴한 휴대전화를 구입해서 아무 서비스 제공자나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만약 독점기업이 진보를 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위험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우리는 즉시 그들에게 반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의 역사는 곧 더 나은 독점기업이 전임자의 자리를 대신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톨스토이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런데,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서로 다르다. 각기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저마다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당연한듯이 모두 경쟁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의 거듭제곱법칙
벤처캐피털은 창업 초기 단계의 유망한 회사들을 발굴해 자금을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관투자가나 부유한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구성한 벤처 펀드들은 통상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운용된다. 성공적인 엑시트Exit까지 성장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원받은 많은 회사들은 대체로 상장되지도, 기업인수되지도 못한다.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성공적인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을 시작해 몸집을 불려가면서 펀드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함으로써 손익분기점을 초과해 큰 이익을 내기를 기대한다.
벤처기업의 수익은 전체적으로 정규분포가 아니라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 몇 안 되는 소수의 기업이 나머지 모두를 합한 것보다 월등한 실적을 낸다. 이것이 벤처캐피털업계의 가장 큰 비밀이다. 그래서, 펀드 전체의 가치에 맞먹는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첫번 째 원칙과 다른 원칙은 없다는 두번 째 원칙에 따라간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2010년 인스타그램에 25만 달러를 투자했다. 2년 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7,8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무려 312배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털이라는 이름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문적인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왜 거듭제곱법칙을 보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거듭제곱법칙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명백하게 드러나는 특성이 있는데, 정작 우리는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가들조차 현재를 살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만약에 어느 회사가 독점이 될 잠재력을 지닌 기업 10곳에 투자한다고 상상해보자. 해당 기업들은 기하급수적 성장을 시작하기 전, 초기 단계에서는 서로 아주 비슷해 보일 것이다. 이후 몇 년이 지나면 10개 중 몇 개는 실패하고, 나머지는 성공하기 시작할 것이다. 기업 가치는 제각각이겠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지, 선형적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성공작과 실패작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포트폴리오는 이제 압도적인 투자처 한 곳와 나머지 전부로 나눠진다. 하지만 문제는 거듭제곱법칙에서 최종 결과가 아무리 극명하게 나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매일매일의 경험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고 초기 단계의 회사들을 돌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가 그냥 보통의 회사처럼 보인다.
투자자나 기업가들이 실제로 매일매일 체감하는 것은 압도적 성공과 완전한 실패 사이의 극명한 대비가 아니라, 이 회사는 좀 더 성공하고 저 회사는 좀 덜 성공했다는 정도의 상대적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자기가 투자한 곳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벤처캐피털의 전문가들은 통상 가장 뚜렷하게 성공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오히려 가장 문제가 많은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청정 기술'은 왜 실패했을까?
21세기가 시작되었을 때, 차세대의 '넥스트 빅 싱'은 '청정 기술'이라는데 모두 동의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스모그가 너무나 심해 이쪽 건물에서 저쪽 건물이 보이지 않았고 그냥 숨쉬는 것조차 건강을 위협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업가들은 수천 개의 청정기술 기업들을 설립했다. 여기에 투자자들은 5천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했다.세계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지구는 청정기술 버블만 초래했다.
왜 실패했을까? 그린에너지가 정부의 우선순위가 되자마자 여기에 마치 독약을 뿌린 셈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은 정부의 실패라기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다. 다름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반드시 답하지 않고 한 가지 이상을 소홀했기 때문이다.
1. 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왕들은 어디서 오는가?
엘비스 프레슬리는 '록의 왕', 마이클 잭슨은 '팝의 왕',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팝의 공주'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이런 칭호는 그들의 전성기에나 가능한 것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1970년대 자멸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과체중으로 변기에 앉은 채 홀로 사망했다. 마이클 잭슨은 약물에 중독된 껍데기만 남았고, 10대 소녀를 슈퍼스타로 승격시켰더니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유명세 때문인지 약간은 미친 상태였다.
기술 기업의 창업자들 또한 이와 비슷하다. 11살에 휴스턴의 첫 라디오 송신기를 발명했고, 이듬해엔 휴스턴의 첫 오토바이를 만들었고, 서른살이 될 때까지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 9편을 만들면서 기술 혁신의 선봉에 섰던 하워드 휴스, 그는 비행기를 설계했고, 만들었고, 직접 조종했다. 그는 누구보다 높이 나는 것에 집착했다. 그의 병적인 강박은 진통제에 중독되어 대중들의 관심에서 물러나 남은 30년을 스스로 만든 감금 생활로 마감했다.
하워드 휴스를 그린 영화 <에비에이터>
눈에 띄게 성공하면 눈에 띄게 공격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다. 그가 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2000년 운영체제 시장의 90퍼센트 점유한다면서 미국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반경쟁 행위'로 고소했다. 이에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지금은 그를 기술 전문가라기보다는 자선 사업가로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적 공방을 벌일 때,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해 대체 불가능한 창업자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이미 고인이 된 인물을 혹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애플의 가치는 특정 인물의 비전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회사가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인 군주제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위대한 창업자는 개인으로서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해선 안된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자신만이 가치 있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이들에게서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은 스스로가 만든 신화를 지나치게 확신함으로써 미치광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인류의 미래에 네 가지 패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대인들은 모든 역사가 번영과 파멸의 끝없는 반복이라고 보았다. 두번째는 현재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 누리는 발전된 안정기를 향해 수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파괴적인 몰락, 즉 멸종이며, 마지막 시나리오는 미래를 향한 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