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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5.火. 흐리거나 비 또는 쏟아지는 쎈 비
08월06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8.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상하 두 권으로 된 소설이 긴장감緊張感과 흡인력吸引力이 차츰 떨어지니 읽어가는 동안 조금씩 지루해져왔습니다. 이제 두 권 째 절반을 넘어섰으니 특별한 반전을 노리지 않는다면 기분좋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건이 터져야할 대목에 다다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드디어 악당 역할을 담당해야할 대기업 부동산 업자가 출현했네요. 주인공 가족은 고향 마을의 이름다운 숲과 토지를 지키고 악덕 부동산업자의 난개발을 막아 가족 간의 화합과 고향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얻고 행복하게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저러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과 방충망 미닫이문 사이로 솔솔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그만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잠.. 잠.. 자자잠... 잠결에 퍼뜩 앞께 툇마루로 무언가 형체가 있는 것이 스흐읔~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눈을 깜짝 떴습니다. 스님은 거의 뒤쪽으로 다니기 때문에 거의 앞께 툇마루를 지나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그 기척이 무얼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오늘이 일요일이라 누군가 절에 방문할 듯한 기분이 아침부터 들었던 것을 상기想起했습니다. 스님과 단둘이 있는 산중 절이라 사실 누가 오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상하리만큼 누군가 모를 방문객에 대해 민감하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모후산母后山이 그렇게 수려秀麗하고 웅장雄壯하다고 소문이 난 유명산이 아니어서 평소 지나다니는 등산객도 없고 아랫마을에서 한 시간 가까이 걸어와야 하는 산 계곡 틈새의 막다른 분지라 일부러 절에 오고자하는 용무가 있거나 신도님들이 아니라면 절에 올 사람이 극히 한정되어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차실에 가만 누워있는데 방금 오수午睡 중에 꾸었던 생생한 꿈이 생각이 나서 꿈의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빨리 기억을 되살려놓았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꿈 이야기입니다. 청명晴明한 하늘에는 짱짱하고 푸른 햇살이 풀풀 내리 쬐이는 태양이 빛나고 계곡에서는 산들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기분 좋은 오후였습니다. 나는 혼자서 도량 마당 가장자리의 풀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을 쳐다보았더니 발을 내딛는 저 만큼 앞에서부터는 풀이 한층 길게 자라있었습니다. 그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풀 속에서 혹시 둥글고 긴 뱀이 기어 나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면서 스님께 물어보려고 했으나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틀 전 금요일 오후에 지금 이 장소에서 뒤에 걸어오는 스님의 앞장을 서서 걸었던 상황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문득 놀라면서 거의 반사적으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등과 허리가 꼿꼿하게 경직되고 말았습니다. 발등 앞으로 누런 황갈색 바탕에 검은 동그라미 무늬가 있는 둥글고 긴 몸통이 풀 속으로 스흐흨~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자세, 그 상태로 둥글고 긴 몸통이 풀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는데 그런 뒤에도 앞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략 일이 분가량 멈춰서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계곡 쪽으로 가야하나 돌아서서 마당으로 돌아와야 하나 순간 망설이고 있는데 저 만큼 긴 풀숲에서 황갈색 뱀의 세모난 머리가 쑤욱 올라오더니 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도 멈칫 뱀과 눈이 마주쳤는데 길게 가로 찢어진 회백색 눈알이 무심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뱀의 머리가 풀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풀 속을 지나가던 뱀이 돌아서서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놀라기도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가슴속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상실되었던지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지금 내가 본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그 모습을 또 보았던 것입니다. 역시 그 부근 긴 풀숲에서 또 황갈색 뱀의 세모난 머리가 쑤욱 올라오더니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길게 가로 찢어진 눈에서 밀려나오는 무심한 듯한 회백색 빛이 공기의 파동을 타고 나에게 스흐흨~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잠깐 뒤에 뱀의 머리가 풀 속으로 서서히 들어갔습니다. 두 번씩이나? 이것은 괜한 우연偶然이 아니라 황갈색 뱀이 뭔가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제 길을 가지 않고 풀숲에 멈춰선 채로 두 번씩이나 나를 돌아보았다는 것은 나더러 자신을 따라오라는 뜻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번 뱀이 멈춰있는 긴 풀숲으로 들어가 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몹시 긴장되어 뻣뻣해진 다리를 들어 풀 속으로 발을 한 걸음씩 내딛었었습니다.
내가 풀 속으로 발을 내딛자 저 만큼 풀숲의 황갈색 뱀이 앞으로 움직이는지 미묘한 풀의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풀숲을 따라 계곡 가장자리로 내려가서 바위와 돌 사이를 지나 계곡 상류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내가 몇 걸음 차이를 두고 따라가기 좋을 만큼 뱀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가면서 위쪽으로 기어갔습니다. 예전에 이 계곡을 스님과 함께 걸어 올라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계곡은 아니었으나 두세 사람이 올라갈만한 폭은 유지하면서 상류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하고 물살이 거칠었습니다. 그렇게 십여 분 오르다보면 왼편으로 물이 철벅하게 고여 있는 맑은 습지 같은 너른 풀밭이 나오는데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올라가면 풀밭을 지나 산비탈 따라 양지바른 곳에 봉분이 몇 기 보이는 왼편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산기슭이 되고, 곧장 위로 계속 올라가면 계곡의 정상부에 다다라 맑은 물이 솟는 곳과 그 주변에 무성하게 얽혀있는 수목과 풀숲이 장하게 어우러져있어서 무언가 신령스러운 느낌이 드는 산 정상 아래의 어둠직하고 음습한 장소였습니다. 황갈색 뱀은 두어 번 뒤를 따라오는 확인하려는 듯 돌아다보고는 일정하게 계곡의 정상부를 향해 기어갔습니다. 이제 예전에 스님과 한번 와보았던 계곡의 정상부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황갈색 뱀은 맑은 물이 솟아나는 뒤편 수목과 풀숲이 무성하게 어우러져있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그곳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풀숲 안쪽에 아궁이만한 두 개의 검은 구멍이 보였습니다. 예전에 스님과 함께 와보았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구멍이었습니다. 황갈색 뱀은 구멍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키듯이 잠깐 멈췄다가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한 번 흔들어보이고는 오른 편 구멍으로 스흐흨~ 들어갔습니다. 저만큼 서서 쳐다보았을 때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가 아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황갈색 뱀이 들어갔던 구멍이 점점 커져서 마치 동굴처럼 입구가 넓어져있었습니다. 동굴 안에서는 따뜻하고 비릿하지만 맑은 향기가 감도는 냄새가 풍겨 나왔습니다. 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황갈색 뱀이 나에게 길을 안내했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굴 안은 처음에는 어두웠지만 시간이 자나자 희부연 대로 주변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는 만큼 밝았습니다. 입구를 지나 통로에 해당하는 좁은 곳을 지나자 교실 서너 칸 정도 공간의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동굴 안 광장 가운데는 작은 샘에서 따스한 온수가 솟아나오고 있는지 따뜻하고 맑은 향기는 그곳에 퍼져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온천을 중심으로 광장 바닥에는 크고 작고, 길고 짧고, 둥글고 가는, 수백 마리의 뱀들이 서로 얼크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기겁할 일이었겠으나 그 당시에는 두렵다거나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좀 이상한 표현 같지만 모양과 크기와 색깔에 상관하지 않고 어울려있는 모습이 매우 아늑하고 평화로워보였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광경을 한찬 쳐다보고 있는데 동굴 입구 쪽에서 찬바람이 흘러들어오더니 어디선가 씨이힛~ 하는 소리가 어둠직한 광장 안에 음침하고 구슬프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자 얼크러져 있던 수백 마리의 뱀들이 머리를 세우고 일어나서 시잇~ 시잇~ 하는 독한 소리를 내면서 벽을 향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나는 당황스럽기도 흥미롭기도 해서 벽 쪽을 잘 쳐다보았더니 광장 벽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있어서 뱀들이 그 구멍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평화롭던 뱀들은 독기를 품으면서 각자의 구멍으로 들어가서 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는 동굴에서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동굴밖에 커다랗고 사납게 생긴 멧돼지 두 마리가 콧구멍을 움찔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멧돼지에게 집어던지면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멧돼지는 몇 번 고개를 흔들면서 킁킁대더니만 저 아래 쪽으로 후다닥~ 달려가 버렸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동굴 쪽을 쳐다보았더니 동굴 입구는 원래의 자그마한 구멍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정상 바람이 숲길을 타고 흘낏 불어오자 따뜻하고 비릿하지만 맑은 향기가 감도는 냄새가 그쪽으로부터 사르르~ 풍겨왔습니다.
분명 잠깐 오수午睡를 즐기는 사이에 꾸었던 꿈인데 너무도 선명하고 눈에 밟힐 것 같은 살아있는 꿈이었습니다. 꿈에서 보았던 감각이 생생한 장면들을 몇 차례 머릿속에서 돌려보면서 아, 좋은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실 바닥에 엎어놓았던 책을 다시 두 손에 들고 한참동안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세수라도 하려고 차실 밖으로 나와 세면장으로 갔습니다. 세면장에서 나왔더니 마당 저 안쪽 빨래 줄에다 빨래를 널고 있던 스님께서 손을 흔들어보였습니다. 내가 스님에게 걸어가 함께 속 빨래 겉 빨래를 탈탈 털어 빨래를 줄에 널었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조금 전에 사람 두 명이 계곡 쪽으로 올라갔는데 끝에 갈고리가 달린 막대기를 들고 배낭을 메고 있는 형상이 땅군들처럼 보이더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꿈에 보았던 황갈색 뱀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래서 일단 스님께 나를 따라오시라고 부탁을 하고 계곡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돌과 돌 사이를, 그리고 풀숲을 달려 잠시 후에는 저만큼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따라 붙였습니다. 그리고 여보시오, 거기 두 사람 잠깐만 나를 좀 봅시다. 하며 을러대는 자세로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두 사람은 스님의 말씀대로 끝에 갈고리가 달린 막대기를 들고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뭔지 음습한 것이 일반 등산객이나 여름날 계곡 물놀이를 나온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뭐하는 사람들이냐 하는 말을 시작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제 군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절에 다녀갔는데 무분별한 산나물 채취나 허가받지 않은 동물 사냥이나 포획은 법으로 금지되어있는 사항이니 반드시 신고해줄 것과 그런 사실을 보거나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역시 의무를 방기한 죄로 벌과금이 나온다는 것들을 이야기해주면서 산에서 내려가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선비士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이야기가 통할만한 사람들은 세상에 별로 없습니다. 자기들은 산에 등산을 왔을 뿐으로 나물채취나 동물사냥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면서 제법 거친 태도로 응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평소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온화 자비스러운 스님께서 울림 있는 목소리와 내공 있는 몸가짐으로 곧장 직방直房으로 시원한 대거리를 해주었습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당신들 말이야, 등에 메고 있는 배낭 끌러봐. 거기에 뱀이 몇 마리나 들어있어서 그것까지 다 뺏기고 싶어서 안달이야, 엉! 당신들 말이야, 꼭 절에 와서 말이야, 응 불단에 공양 한 번 올리지 않은 사람들이 말이야, 엉! 뱀이 됐든 지렁이가 됐든 말이야, 허가증도 없이 말이야, 엉! 제 마음대로 잡아다가 팔아먹고 말이야, 엉! 그것이 바로 살생이고 법을 어기는 일이란 말이야. 지금 어제 군에서 왔던 담당자한테 전화를 때려서 바로 오라고 할까 엉! 그렇지 않아도 여기 명함을 주고 갔단 말이야. 엉! 꼭 내가 핏대를 올리고 화를 내야 말을 알아듣겠어, 엉!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지든지 부처님께 사죄하고 배낭속의 뱀이랑 싹다 풀어주든지 둘 중에 선택을 하란 말이야, 엉! 뭐하고 둔정거리고 있어 빨랑 없어지란 말이야, 엉! 나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내 귀에는 스님의 엉! 엉! 하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지만 의외로 자신들은 절대 땅꾼이 아니라던 두 사람들은 순순히 방향을 바꾸어 계곡을 따라 내려가 마을 쪽을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차실로 돌아오면서 스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어제 군에서 나왔던 담당자한테서 받았다는 명함 한번 보여주세요. 라고 했더니 글쎄 그 명함 말이오, 이제 다 써먹은 것 같아서 조금 전에 버렸거든. 하시고는 허허 하고 웃으셨습니다. 꿈으로 인도를 하면서 나를 자신들의 보금자리까지 데려가는 모험을 감수했던 황갈색 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도 내 마음이 좋아했습니다. 처음으로 보면 초면初面이고, 두 번째로 보면 구면舊面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세 번째 보게 되면 그때는 서로 친구親舊가 되는 거다. 황갈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