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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곡성당 총구역
 
 
 
카페 게시글
산악회 게시판 스크랩 함백산 /성모산우회 2011년 첫 정기산행/2011.1.22.토
나현희 베가 추천 0 조회 124 11.01.24 12:31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1월중에 집안행사가 많아서 혹시라도 이번 함백산 산행을 못갈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 지 ...

아니, 어디 그뿐인가~

정작 가슴이 철렁했던것은 지난 산행후 무릎이 아무래도 좋질 않아서 병원에 간 사건이었다.

일언지하에 산행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하늘이 노오래지고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을 당혹하게 했던 나의  웃기지도 않는 대꾸....

"안되는대요~"

..........

의사 선생님의 등산을 하면 안되는 열가지도 넘는 이유에 대한 열변을 듣고도

또 나의 힘있는  대꾸....

"제가 산악회 간부가 되서 꼭 가야됩니다~"

...........

 

다행스럽게도 근육이 장사라고....ㅋㅋ

 며칠 치료받으면 일주일에 한번씩은 산에 가도 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서 아마 가장 열심히 병원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ㅋㅋ

 

 

 

 

 

1월엔 여러가지 일로 바쁘고 음악회 내용도 신년음악회들로 열악해서 거의 공연을 안갔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산행을 앞둔 어제와 그젠 또 예술의전당행....

12시를 넘긴 시간에 들어와 애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떡~

헐~ 뒤늦게 정신 차리고 씻고 정신없이 산행준비 돌입....

 

나 없는 동안 식구들 먹을 간식거리로 군고구마도 해놓고....

단호박과 호박고구마와 팥을 넣어서 죽도 끓이고...

밥하고, 황태구이도 하고, 도시락 싸고, 커피 내리고.....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 벌써 새벽 5시....

뭐얏~ 오늘도 또 밤샌거야??

 

그랬다. 난 오늘은 진짜 침대위에도 올라가 보지 못하고 그냥 다시 화장하고 가방메고 달렸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는 지,도로엔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산행을 하는데 눈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보다는 아름다운 설경을 볼 생각을 하니 설레는 마음에 발걸음에 신바람이 났다.

 

 

 

 

버스에 오르자 마자 난  자자고 맘먹고 차창에 얼굴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때 또 버스에 있는 모니터에선 2010년 한해동안 산행을 했던 기록들이 나오고 있었다.

지난 산행때 한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에 또 눈을 뜨고 모니터에 열중했다.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작년 한해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산행에 참여했던 내겐 그때마다의 산행의 에피소드가 되살아나서 그 누구보다도 감동적인 것이었다.

 

 

 

 

 

'이젠 진짜 자야지~'

 

얼마동안 잠들어 있었을까.....갑작스레 내 시야에 들어온 하얀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또 그 새벽녘 잿빛 풍경에 사로잡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졸리움에 반쯤 떠진 눈으로 밖을 탐닉하며 그렇게 반은 자고 반은 밖에 시선을 주며 강원도 태백산 자락을 향해 달렸다.

 

 

 

 

 

버스가 정차하고 술렁이는 소리에 깨서 보니, 휴계소다.

모두들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을 먹지 못했을 터니 아침을 간단하게 휴계소에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잠결에 무턱대고 버스에서 내려 일행들을 따라 휴계소로 들어갔다.

밤을 꼬박새고, 선잠이 들었다 깬 상태에서 입맛이 돌리가 없었다.

마침 할리스 커피가 눈에 띠었다.

커피나 한잔 마시고 정신이나 차릴까...싶은 맘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모두들 가락국수를 먹을 태세다.

'그려~ 휴계소에선 가락국수가 최고여~~'

 

 

 

 

커피를 한잔 살까...생각하다가 커피를 내려온 생각이 뒤늦게 났다.

커피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버스에 올라 총무님과 전대장님에게도 커피를 따라주고, 나도 한잔 마셨다.

커피만 마시면 다 죽어가다가도 정신이 버쩍 나는 난 커피 매니아라기 보다는 커피 중독자가 맞는것 같다.

ㅋㅋ

 

 

 

예상시간 보다 30여분 늦게 함백산 입구에 도착을 했다.

아무래도 눈길을 달려왔으니까.....

밖을 내다보니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도착해서 등산채비를 하고들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내려야 하는건가...?? 하고 있는데 버스가 계속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자존심이 있는 울 단골 버스 여기사가 아무래도 예상시간을 30분 초과했다고 하니까 위험하지만 산길을 오르고 있는것도 같았다.

암튼, 버스가 얼마나 많이 올랐냐면 ...이대로 정상까지 올라서 우리는 걍 점심만 먹고 오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ㅋㅋ

 

 

 

 

길은 정말 거의 정상까지 나있었으나 버스는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우리를 내려놓았다.

차안이 따듯할뿐만 아니라 오늘 날씨가 다른 날에 비해서 따듯해 밖의 날씨가 이렇게까지 추울줄은 모르고 버스에서 내렸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

눈이 많이 싸여있어 우린 스패치도 차고 아이젠도 신고 스틱도 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손은 꽁꽁 얼어붙었다.

 

 

 

 

 

 

    

 

 

 

겨우 곱은 손을 달래가며 장갑을 끼고 준비운동 들어갔다.

너무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어서 준비운동도 간단하게....처음 온 신입회원의 인사 소개도 간단하게 마치고 힘차게 산행을 시작했다.

아이젠을 신고 눈길을 걷는 그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결코 모를것이다.

정말 어린아이가 뿅뿅 소리나는 새신을 신고 걷는 그런 기분이 든다. ㅋㅋ

 

 

 

<맨 오른쪽에 계신분 총무님이 주신 날고구마 드시고 너무 벅차하시는 건가?? 감사 기도 하시는 건가?? ㅋㅋ>

 

 

 

바람결에 날린 눈가루인가~ 아님 서릿발인가~

마치 팬화로 그린듯 섬세한 가지 가지마다 눈꽃처럼 하얗게 피어있지는 않지만 아주 엷디 엷게 붙어있는 하얀 가루들이 나름 근사한 몸짓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다른때 같았으면 카메라를 벌써 꺼냈겠지만 너무 추워서 감히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려~ 오늘은 그냥 걷기만 할껴~ 절대 사진 못찍어~

아마 사진 찍으려고 욕심 부렸다간 내 손가락 얼어붙을껴~~

으이구~겨울 산행 얕보고 DSLR 가져오려고 했었는데.... 사진 찍기는 커녕 카메라 밧데리 얼어서 고장 일으킬 뻔했어~ㅠㅠ'

 

 

 

 

 

 

               

 

                

 

 

누군가  지나치면서 나에게 말했다.

"사진 안찍어요?"

"추워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어요~ "

"어이구~ 그럼 어떡해요~ 사진 게시판에 올려야지요~"

"다른 사람이 찍은걸로 편집할 거예욤~ㅋㅋ"

 

 

 

 

그렇게 말해놓고도 좀 넘살스럽긴 해서 카메라를 뒤늦게 꺼내 들었다.

아니, 꼭 그래서가 아니라 하얀 설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손이 얼어붙어 움직여 지지 않는 한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고지가 바로 코앞이다.

산은 참 신기하지~ 고지가 가깝게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아득히 멀어지고, 또 어느순간 가까워지는...

함백산이 유독 그랬다.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니 정상이 눈앞에 턱 보이는 것이 시시할 정도로 너무 가까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 다음 봉우리에 올라서니 아득히 멀어졌고...

그렇게 몇번을 오르고 내리고 하다 마지막 빡센 고지를 오르고 보니

허어억!! 고지??

 

 

 

 

 

돌무덤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이 까페 공지사항의 사진에서 본 함백산이 맞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숨이 헐떡이고 지쳤지만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단숨에 올라갔다.

눈아래 좌악 펼쳐지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감동과 함께 눈을 시원하게 했다.

헐~ 그런데 추위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헐~ 그런데 저기 저편에 보이는 저 어마 어마한 장치들은 뭐지?

휴대폰 송신탑??

선이 없는걸 보니 전력 송신탑은 아닌것 같고....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겠지만 어쨋든 흉물스러운 것만은 사실이었다. ㅠㅠ

시선을 그쪽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한컷....

 

 

 

 

해발 1572.9 m

함백산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 얼마나 심한 지 순식간에 머리에 쓴 모자를 날려 보낸다.

바람에 의한 체감온도가 기온 영하 10도일때 풍속이 10이면 영하 30도, 15면 영하 35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체감온도는 몇도쯤 될까....

적어도 영하 30도에서 40도는 족히 될것만 같다.

아닌게 아니라 내 머리카락은 입김에 의해 얼어붙어 고드림이 주렁 주렁 백발 마녀 처럼 달린 지 이미 오래...

어디 그뿐인가~

모자를 손으로 잡고 있지 않으면 금새 날아가 버리고 마는....모자에 가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 날리는 것을 보면....

아흐흐흐~~~

 

 

 

 

 

 

 

                        

 

 

이쪽편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장관이었는데...

사진엔 전혀 잡히지 않고 뿌옇게만 나왔다. ㅠㅠ

날아갈것만 같고 손가락이 얼어붙어 말을 잘 듣지 않을 정도에서 겨우 찍었건만....

 

 

 

 

 

 

1월 상고대가 절정에 달했을때의 함백산 정상의 모습,,,,

홈피의 사진에서 보니 왜 상고대가 저리 피었는 지를 여기 와보니 알것 같다.

바로 원인은 이 세찬 바람....

정말 기막히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오늘....이 상고대를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얀 눈밭을 뽀드득 뽀드득 걸으면서 수없이 상고대를 꿈꾸고 욕심냈다.

그러나

사실 하얀 설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벅찰 뿐이었다.

욕심은 불행의 씨앗!!

ㅎㅎ

 

 

 

 Out Of Africa / Carafulia / Adya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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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1.24 17:19

    첫댓글 멋진 사진과 후기 너무나 생생하니 직접 다녀온 기분입니다,감사합니다..그런데 그렇게 날밤을 세고도 산행을..복 받으신 체력인것 같슴니다..

  • 작성자 11.01.25 10:50

    예전엔 정신력인줄 알았는데...
    그게 산행을 하면서 보니 체력이 좋은거였나 봅니다. ㅋㅋ

  • 감상 잘하고 가네요. 수고 많이 하셨구만요..~~^^

  • 작성자 11.01.25 10:49

    수고했다라기 보다는 아주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 골짝 골짝이 마다 멋진 사진을 올려주셔서 여러 회회원 들이 줄겁게
    사진 감상 잘합니다 언제나 줄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찰영 하시니 사진도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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