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설 인사 겸 부모님을 뵈러 갔다.
삼시 세끼 밥 먹을 때 말고는 입을 닫고 계시는 아버지 덕분(?)에..
자식들을 만나면 엄마는 이런저런 하실 말씀이 많다.
늘 그랬듯 그간이 일들을 쏟아내신다.
"느그 아버지가 늙을수록 왜 저렇게 돈 욕심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나이 90살이 넘어서 무슨 욕심을 부리는 건지.. 나는 돈욕심이 없는데... "
"울 아버지는 그 연세에 돈 모아서 빌딩 사려고 하시나? 왜 그러신대?
돈은 젊었을 때 욕심도 부리고 모으셨어야지.. "
사연인즉, 설 명절 용돈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로 결론이 났지만...
애꿎게 용돈을 준 조카가 욕을 먹고 여동생네 까지 덩달아 욕을 먹었다는 것이다.
자식 잘 가르치지 못한 죄(?)로.
지난해 조카가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는 외할머니(울 엄마)께 아이패드도 선물했다.
유튜브를 좀 더 넓은 화면으로 보시라는 조카의 선물이다.
울 엄마는 유튜브 광팬이시다.
10명의 손주 모두 할머니를 좋아하고 잘한다.
8명의 손주들이 어려서 할머니 손에 키워져서인지 더 정(情)이 깊다.
엄마도 손주들과 카톡을 주고받는 세련된 할머니라서 더 그렇기도 하고.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와 더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설 명절에도 조카가 엄마께 봉투를 드렸단다.
명절이 지난 후 정산(?)을 하던 중에 봉투에 20만 원이 든 것을 알았고...
엄마는 아버지께도 똑같이 용돈을 드렸을 것으로 생각을 했단다.
"당신은 얼마 받았소? OO(조카)이가 용돈 줬지요?"
무심코 얘기가 나왔고 아버지가 용돈을 받지 못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아버지께서 난리 난리 치셨단다.
"한 달에 몇 백만 원 월급 받으면서 할애비 용돈 한 푼 안 주고 갔다고..
괘씸한 놈이라고... 애들 교육도 안 시키냐고?"
조카와 여동생내외까지 싸잡아 욕을 하셨다는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는 울 엄마는 속이 상하셨고.
물론 동생네와 조카가 돌아간 후의 일이다.
당황한 엄마가 조심스럽게 조카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조카의 답변은 할아버지와 나눠 쓰시라고 20만 원을 봉투에 넣어 드렸다고 했다.
용돈 드리면서 10만 원씩 나눠쓰시라고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했으면 엄마가 절반을 나눠서 아버지를 드렸을 테고 아무 말썽이 없었을 텐데..
아쉽고 안타깝다.
예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몇 번 있었다.
친척분이 부모님 중 한 분에게만 용돈을 드렸는데..
아버지는 엄마랑 나누지 않고 혼자 인마이포켓을 하신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많이 서운해하셨고 그 사실을 내게 일러바치셨다.
소통과 합의(?)를 잘하셔서 나눠 쓰셨으면 참 좋았을 것을.. 왜 그러셨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이해심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운함도 많아지고 잘 삐치는 것 같아 매사에 조심스럽다.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도 오해하고 화를 내시고...
그냥 넘길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신다. 부모님을 대하는 게 점점 어렵다.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소소한 예절이 있다.
어른(조부모, 부모, 윗분 포함해서)을 찾아뵐 때는 절대 빈 손으로 가지 마라고 가르친다.
좋아하시는 음식이나 음료수라도 사들고 가는 것이 예의다.
친구집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둘째 아들이 친구집에 간다길래 케이크나 꽃이라도 사가라고 했다.
빈손으로 가는 것 아니라고..
케이크를 사들고 갔는데.. 친구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더란다.
"이런 걸 뭐 하러 사 왔냐?"
그러면서 케이크값보다 훨씬 많은 용돈(10만 원)을 주시더란다.
"울 아들 참 잘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다."라고 칭찬해 준 적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아들 친구들이 가끔 집에 와서 자고 가는 일이 있었다.
시험을 봐야 하는데 서울에 숙소가 없다며 하루 밤 자고 가겠다는데..
야박하게 거절할 수가 없다.
잠자리도 신경 쓰고 밥도 챙겨 먹였다.(그냥 간다고 할 때는 아들에게 돈을 주며 밥사먹이라고 했다)
그런데, 빈손으로 와서 잠만 자고 밥 먹고 휑하니 갈 때는 살짝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어려서 잘 몰라서 그렇겠지! 요즘애들은 잘 모를 거야.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은 거겠지!'
애써 이해해보려 했지만 아쉬웠다.
꼭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고 소소한 예절이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어른(윗분)에게 용돈을 드릴 때의 예절도 있다.
부모님 용돈은 꼭 따로 드린다.
봉투에 담아서 (눈앞에서 덜렁 현금을 꺼내 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가능하면 겉봉에 감사하는 마음을 적는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어른을 방문하여 용돈을 드릴 때는 단순히 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예의를 갖춘 태도도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모르는 것이 있다.
성인이면 당연히 알아서 하겠지? 성인이 그것도 못해? 착각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른 살이 넘어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 아니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 부모라면~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이 가르쳐주셨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도 있었다.
일찍 알았더라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도 가르쳐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결론.
용돈은 사랑입니다.
부모님 용돈은 따로따로.. 챙겨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삐지십니다. 화내 십니다. 오해하십니다.
아이들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를 하거나 예의 없다는 소리 안 듣습니다.
부모가 못 가르쳤다, 안 가르쳤다 소리도 안 듣습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