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아스완에서 룩소르로 이동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1. 크루즈 - 3박 4일 (첫 일박은 아스완에서) 동안 나일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중간에 콤옴보 사원과 에드푸 사원을 들른다. 패키지 여행에도 포함되는 인기있는 옵션인데 꽤 높은 비용에 (제일 저렴한 배가 일인당 미화 300 달러 정도) 비해 만족도가 별로 높지 않아 보였다. (만족도가 높은 고급 선박의 경우는 가격이 두세 배 높다)
2. 택시 대절 - 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가 콤옴보와 에드푸를 들러가는 조건으로 3,500 파운드를 불렀다.
3. 기차 - 꽤 여러 편 다닌다고 하는데... 외국인 요금이 따로 있어서 의외로 가격이 비싸다. 일등석 기준 미화 35달러 정도.
4. 시외버스 - 룩소르 역과 아스완 역 사이를 하루 한번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룩소르 출발 05:30, 아스완 출발 17:00, 350-400 파운드.
5. 미니버스 - 아스완 공용 터미널에서 좌석이 차는 대로 수시로 출발한다. 흥정 능력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인 것 같다.
6. 이집트의 도시간 이동에서 인기있는 옵션의 하나인 GoBus는 이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렴한 옵션 중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5번을 선택했다.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10시 쯤 터미널에 도착하니 호객꾼들이 달려든다. 어디 가요? 룩소르. 저리 가요. 이 차 에요. 얼만데요? 500 파운드. 두 명에? 아니, 한 명에 500이고 두 명에 1,000. 깎아줘요. 안돼요. 주변에서 휴지를 팔며 돌아다니는 소년이 슬그머니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인다. 400이면 된다는 얘기군. 능력자들은 200까지도 깎아봤다고 들었는데... 그러나 기사는 한 푼도 깎아주지 않을 기세로 계속 일인당 500을 고집하고, 그러는 중에 가방을 멘 다른 손님들이 다가온다. 버스 안에는 자리가 두세 개밖에 없는데, 저 자리 못 잡으면 몇 분을 기다려야 할지 아니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1,000을 주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가면서 다른 사람들 (우리 말고 나머지 9명이 모두 현지인들이었다. 우리는 돈을 내고 탔지만 이들은 그냥 타고 있다가 출발한 다음에 돈을 냈다.) 차비 내는 걸 보니 어라? 한 사람에 110 파운드씩 내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 둘이서 전체 차비의 절반을 낸 셈이잖아? 그렇다면 버스 기사도 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테니, 타기 전에 좀더 흥정을 했어도 되었겠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 역시 흥정에는 배짱이 필요하다.
버스는 룩소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남쪽에서 멀리 동쪽으로 돌더니 도심지 북동쪽 길가에 멈추었다. 근처에 미니버스들이 여럿 보이는 걸로 보아 이곳이 터미널 역할을 하나 보다. 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 휴게소도 안 들리고 달려온 운행 시간은 4 시간 정도. 버스 기사가 호텔이 어디냐고 묻는다. 왜? 데려다 주려고? 200 파운드를 주면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기에 웃으며 (속으로 욕하며) 거절하고 인드라이브를 불러서 (예약은 안 했지만 후기를 보고 점찍어 두었던) 뉴폴라 호텔을 찾아갔다. 인드라이브는 80에 콜.
뉴폴라 호텔은 구글 평점이 3점대라 숙소 후보에 오르지도 않았었는데 우연히 현지 한국인이 적은 후기를 보고 (호텔 측에서 서비스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인에게는 더 잘해주기로 했다.~~) 찾아가게 된 곳. 도착해 보니 벨보이가 나와서 가방을 받아든다. 오, 제법 호텔 분위기가 나네. 시설이 낡았고 직원들도 호텔리어라기보다 알바생 같은 분위기였지만, 나일강 뷰가 시원한 5층 방을 4박 4,800 파운드에 얻었으니 이만하면 불만은 없다.
우선 밥부터 먹어야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Gerda's Garden. 독일 음식과 이집트 음식을 한다는데 사람들이 친절하고 맛도 괜찮다. 먹다가 정전이 되니 직원이 자기 폰의 플래시를 켜서 식탁에 세워 주기도.
밥을 먹고 강변으로 나갔더니 삐끼가 달라붙어 집요하게 펠루카를 영업한다. 어차피 아스완에서 타려다 못 탔으니 여기서라도 타볼까? 두명에 600 파운드라는 걸 열심히 깎아서 간신히 400으로 내려 놓고 배를 타러 내려갔는데, 아뿔싸 어느새 해가 넘어가려고 한다. 늦었다. 삐끼의 원망을 받으며 길로 올라오니 길 건너가 룩소르 사원이다. 일단 길가에 앉아서 구경을 해볼까 했지만 이번에는 마부들이 들이댄다. 결국 제일 적극적으로 들이댄 노인의 (자기는 누비안이며 절대 사기꾼이 아니라고 강변함. 빌리브 미, 빌리브 미, 온리 완 달라. 온리 완 달라) 마차를 탔다. 마차에 타자마자 시장 한 바퀴 돌아줄테니 2 달라 달라. 싫다. 이럴거면 내려달라. 오케이. 알았다. 가자. 조금 있다가 또 시장 한 바퀴 돌자. 싫다. 내린다. 알았다. (걸어갔어도 3분이면 되었을) 룩소르 사원 매표소 앞에서 내리며 60 파운드를 주었다. (1 달러 50 + 팁 10)
룩소르 사원 입장료는 일인당 500 파운드. 밖에서만 봐도 야경이 아름다우니 굳이 돈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후기들도 봤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니 500 파운드가 아깝지 않은 훌륭한 사원이다. 그래서인지 사원 안에는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한데,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카이로에선 일본인이 많이 보이더니.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왜 안 보이지? 이집트에 많이 간다던데?
12월 16일
오늘은 룩소르 서안을 둘러보는 날, 택시를 대절해서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그때그때 택시를 타고 돌아다녔다. 숙소에서 왕가의 계곡까지는 인드라이브 (130에 콜했으나 멤논 거상에서 멈춰줬다며 팁을 달라고 해서 200을 줌), 왕가의 계곡에서 하트셉수트 장제전까지는 즉석에서 잡은 택시 (100 파운드), 하트셉투스 장제전에서 하부 신전까지도 택시 (100에 흥정했다가 티켓 부쓰에서 기다려줬다는 명분으로 팁을 요구해서 110을 줌). 하부에서 나오면서 시내 가려고 인드라이브 불렀는데 150에 콜해 놓고는 200을 달라며 나타나지 않아서 취소하고 때마침 나타난 길거리 택시와 흥정, 200 대 150 대치하다가 100에 페리카는 곳까지 가는 걸로 타협했다. 퍼블릭 페리를 (커다란 배가 강을 왕복하는데 편도 25 파운드란다.) 타러 가는데 가까운 사설 페리도 똑같은 값이라는 삐끼를 따라가서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총 교통비로 560 파운드가 들었으니 택시 대절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 (사실 50 파운드 깎아봤자 1,500원 정도라... 정색하고 대치할 일은 아니다. ㅎㅎ)
왕가의 계곡은 기본 입장료가 750 파운드인데 특별히 지정된 무덤들을 제외한 나머지 무덤들 중에서 세 곳을 들어갈 수 있다. 세 개만 들어가 봐도 충분하다고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특별히 따로 돈을 받는 무덤은 얼마나 특별한지 봐야겠다 생각해서 그중에서도 입장료가 제일 비싼 세티1세 무덤을 들어가 봤다. 비싸긴 정말 비싸다. 일인당 2,000 파운드, 우리 돈으로 6만원이 넘는다. (세티1세 무덤과 네페르타리 무덤이 룩소르 서안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무덤 투툽이라 들었는데 네페르타리 무덤은 붕괴 위험 때문에 여러 달째 폐쇄 중이었다.)
기본 입장권에 포함된 무덤들 중에서는 (사전 공부 없이 랜덤하게 들어갔는데) 람세스1세(단촐함), 람세스3세(볼 게 많은 편), 메렌프타의 무덤(보통)을 구경했다. 세티1세 무덤은 (당연하게도) 그것들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간 보람이 있었고...
동안으로 건너와서 알사하비레인이라는 식당을 찾아가 옥상에서 메쩨와 파타흐를 먹었다. 메쩨는 백반 비슷한 건가? 밥과 작은 접시에 담긴 반찬 몇 개 나온다. 파타흐는 빵과 밥에 여러가지 토핑을 얹은 것? 오늘도 펠루카 탈 시간은 지나갔다. 하긴 배도 타 봤고 강가에서 일몰도 봤으니 펠루카는 안 타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