脈MAC_Massage of Architecture in Cosmos전
우주에 보내는 건축의 메시지
곽재환. 이름만으로는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올림픽공원의[평화의 문]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이 평화의 문이 프랑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제자인 김중업선생. 그 김중업건축연구소 시절의 곽재환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입니다.
또, 유명한 작품으로는 석양을 품은 도서관, 은평구립도서관입니다. 이 작품의 설계로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받았습니다. 은평구립도서관은 많은 분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몇 분의 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석양은 책에도 안 좋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안 좋으니 완전히 콘크리트로 차단한거다. 이 회한의 연못으로 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아리아리하게 빛이 들어오니 여긴 그야말로 천국이 된다. 이거 도서관이야 수도원이야. 헷갈린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철로 만들어진 석교(夕橋)다. 석양을 건너다니는 다리다. 공부에 지친 방문객들은 이 석교를 통해 바로 불광 근린공원으로 나갈 수 있다. 불광 근린공원이 아예 이 도서관의 후원이다. 숲 속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석교를 건너면 노을이 찬란한 도서관이다. 건축평론가_이용재
은평구립도서관에서 도서관에 대한 고정 관념은 대부분 깨져버린다. 멀리서 바라보면 은평구립도서관은 망루를 세운 성채처럼 보인다. 전면에 유리창이 없어서 더욱 배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경(遠景)은 가면이다. 뒷산에서 내려오는 경사면을 그대로 살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동선과 시선은 사방으로 트인다. 망루처럼 보이는 응석대는 자연과 교감하는 정자(亭子)로, 하늘을 끌어들인 반영정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우물 혹은 거울로 바뀐다. 열린 공간이다.
은평구립도서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건축가는 저녁 무렵 뒷산에서 석교를 타고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석교에서 내려서면 몸의 길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지만, 마음의 길은 노을 쪽으로 나아간다. 은평구립도서관은 '하늘로 열린 산책로'이다.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따뜻한 지혜로 가는 길이다. 시인_이문재
이제 파사드(정면)을 본다. 첫인상은 이집트의 신전과 같은 느낌을 가져본다. 이게 도서관인가? 일반적으로 마을 도서관을 연상하면 커다란 박스를 연상한다. 그리고 거기에 매우 형식적인 열람실과 자료실을 넣어 둔 책창고와 다름없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나 곽재환은 이런 통념을 통쾌히 날려버린다. 경사진 대지를 적극 이용하여 여러 개의 육면체로 분절과 통합을 이루며 채움과 비움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이 건축은 매우 고전적인 면을 지닌다. 엄격한 육면체 등의 분할과 대칭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칭성을 무겁지 않게 전달해주는 것은 바로 분절과 비움 때문이다. 임채정
도서관은 정신의 기운이 움직이는 곳입니다. 소멸한 존재들의 가장 진한 정신적 유전자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해서 소멸한자와 존재하는 자가 정신적으로 깊이 교감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책 속에서 이미 소멸해버린 다종의 존재들을 만나고 그 앞에서 절망하고 그를 넘어서면서 지금 우리의 역사를 이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저는 은평구립도서관에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왠지 여기가면 공부는 잘 될 것 같지 않고 삶을 성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득 외로움이 들러붙어 고독하거나 쓸쓸해질 것 같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평구립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형식만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건축 자체가 한 편의 시로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유의 세계를 확장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脈MAC_Massage of Architecture in Cosmos전우주에 보내는 건축의 메시지 곽재환 개인전은 드로잉 7점과 색연필화 9점입니다. 개념드로잉 7점은 1994년부터 정리해 온 삶生, 앎知, 놂樂, 풂務, 빎願이라는 건축철학을 보여주고 있고 [평화의 문]과 [은평구립도서관]등을 표현한 9점의 색연필화는 이러한 철학이 구현된 건축이미지입니다. 총 18점의 신작을 6월 5일부터 30일까지 길담서원 한뼘미술관에서 전시합니다.
이번 작품들의 특징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파랑입니다. 맑고 투명한 파랑이기보다는 깊은 파랑. 끝없이 침잠하는 파랑하늘이 뒤덮거나 깃털처럼 흩어진 구름사이로 햇살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 파랑 색연필의 선에서 내뿜는 고독한 기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선생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지붕에 올라간 제기나 공을 가지러 가서 하늘을 보느라 한참 동안 내려오는 일을 잊었었다고 합니다. 늘 하늘을 가슴에 품은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산다는 것의 허무감을 느끼면서도 꿈을 지탱하는 힘이 생겼다고. 소년의 꿈은 화가였답니다. 아버지의 반대로 건축가가 되었지만 작년에 첫 번째 개인전으로 정식으로 화가가 된 후, 2번째 여는 전시입니다. 많은 분들 오셔서 축하해 주십시오.
이번 전시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건축물이 세상에 나오는 비밀의 과정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사람이 얼마나 깊게 사고를 연마하고 실천하면 이렇게 자신의 건축세계를 명제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풀 수 있을 겁니다. 6월 18일 화요일 7시 30분까지 길담서원으로 오십시오. 질문도 챙겨 오시면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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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그림으로 보는 곽재환 건축 http://cafe.naver.com/gildam/10455
건축가 곽재환의 그림 MAC(MASSAGE IN ARCHITECTURE TO COSMOS)展http://cafe.naver.com/gildam/10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