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신은수 작 신동인 연출의 거울속의 은하수
공연명 거울속의 은하수
공연단체 극단 한양레퍼토리
작가 신은수
연출 신동인
공연기간 4월 19일~27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4월 27일 오후 3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신은수 작, 신동인 연출의 <거울속의 은하수>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1945년 해방을 전후해,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자인 의친왕과 왕비김씨 그리고 그 자녀들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상황을 <거울속의 은하수>를 보듯 연극으로 그려냈다,
의친왕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상해로 망명을 하려다 일제에 의해 발각되어, 황태자 책봉에서 제외 되고, 20년 연하의 배다른 아우인 영친왕이 왕통을 잇게 된다. 의친왕의 장남 이건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다니고, 일본여인과 정략결혼을 하는 등의 호방한 생활로 부왕인 의친왕의 눈 밖에 나게 된다. 그런데 이건의 아우인 이우 역시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다녔고,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지만 박 씨 가문의 여인과 결혼해, 의친왕의 신뢰를 받는다. 그러나 1945년 8월 6일, 이우는 출근길에 원폭투하로 사망한다. 이 연극은 이우의 장례식에 맞춰 도착한 의친왕과 그 자녀들, 그리고 이우의 미망인과 친지들의 이야기다.
무대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위로 커다란 천창이 있고, 그 밖으로 홍살문과 무덤가를 지키는 대신들의 호상이 보인다. 계단 아래는 왕궁의 일실이다. 한단 높이의 무대에 소파와 의자가 놓이고, 원형의 탁자 위에는 라디오와 도자기가 놓여있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나 있고, 왼쪽은 측간 출입구로 사용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방 전체가 풍경소리에 맞춰 회전한다.
조선왕가로 되돌아와 남편의 장례를 기다리는, 작고한 왕자 이우의 비 박씨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여자고등보통학교 생도인 의친왕의 다섯째 딸 이해경, 그리고 한없이 콜록거리는 의친왕의 젊은 아들 이광과 의친왕비 김 씨의 근엄한 모습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의친왕비 김 씨에게는 소생이 없어, 음악에 재능이 있는 이해경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피아노를 사주기도 하면서 마음을 둔다. 의친왕을 심복처럼 따르는 반백의 이기권과 의친왕이 몸종처럼 데리고 다니는 19세의 홍정순이 음울한 왕실의 분위기를 애써 밝게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이때 7세 소년시절에 일본으로 떠난 의친왕의 장남 이건이 몇 십 년 만에 귀국해 왕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건을 대하는 의친왕의 태도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의친왕과 장남 이건과의 충돌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의친왕은 딸 해경의 피아노 연주소리까지 듣기 싫어하며, 당장 피아노를 없애버리라고 호령한다. 왕의 장남 이건의 부인이라도 조신한 모습을 보이면 좋으련만, 이건의 부인 요시코는 남편 말에 콧방귀를 뀌면서 방자스런 행동을 보이고, 왕실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냅다 여기저기 내뿜는다. 이런 가운데에도 의친왕비는 음전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품위를 유지한다.
이런 경황 중에 의친왕은 19세의 홍정순에게 임신을 시킨다. 시녀노릇을 하며, 누구에게나 “해라” 소리를 듣던 홍정순이, 임신을 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하세요”라고 존대를 받는 모습은 객석의 웃음을 유발시킨다. 통분한 마음으로 거리로 뛰쳐나간 의친왕의 장남 이건은 전차 속에서, 우연히 요시코라는 자신의 부인과 동명이인인 조선여인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인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여겨진다. 드디어 장례일인 8월 15일이 다가왔으나, 일본왕의 특별방송으로 장례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라디오를 통해 일본 왕이 연합국에 항복한다는 충격적인 방송이 흘러나온다.
대단원에서 왕비는 평소의 근엄한 자세를 유지하고, 왕녀 이해경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장남 이건은 동경으로 떠난다. 이건은 전차 속에서 다시 한 번 조선 여인 요시코와 만나 주소를 적어 받게 된다. 이 연극에서는 소개되지 않지만 의친왕의 장남 이건은 후에 이 조선여인과 재혼을 하게 되고, 자녀도 갖게 된다.
최형인, 박용수, 류태호, 신용욱, 김왕근, 추귀정, 이혜원, 조한준, 김희연, 김희정 등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연극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왕비역의 최형인의 호연은 물론, 박용수와 신용욱의 호연은 1972년에 제작된 프랜시스 코프라 감독의 영화 <대부>에서의 말론 브랜도와 알파치노를 보는 느낌이다.
예술감독 권용, 드라마투르크 배선애, 무대 임민, 작곡 김철환, 저명 최보윤, 의상 박진희, 소품 김혜지, 분장 장경숙, 조연출 김정민, 무대감독 주지희, abeirjaegrqg 자송휸, 음향오퍼 김해린, 조명오퍼 정희찬, 무대크로 신현일, 그래픽 다홍디자인, 사진 이강물, 기획·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스텝의 노력이 일치되어,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신은수 작, 신동인 연출의 <거울속의 은하수>를 고품격 고수준의 서사극으로 창출시켰다.
4월 27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