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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에 만난 이 3 포교 참 잘하는 원돈스님 “나누면 더 나눌 수 있게 됩니다”세월호 참사가 만든 ‘흥부네 놀이터’ 10호점까지 내는 게 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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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1 (목) 15:25:20 | 김정현 기자 |
“포교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9일, ‘포교를 참 잘 한다’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발걸음을 내딛어 봤습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끝자락 정왕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거기서 다시 30분가량을 걸어 올라가면 대각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행정지번으로는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313-1입니다.
대각사 주지 원돈스님은 사찰 옆 송암동산에서 지내는 아이들, 그리고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얼마 전 ‘흥부네 놀이터’라는 작은 도서관을 두 군데에 열었습니다. 사찰의 남은 방을 정리해 만든 도서관은 사찰 옆 보육원 아이들이 마음 편히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이며, 시흥 정왕동의 한 옥탑방에 마련한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쉼터입니다. 이 두 도서관은 경기도나 시흥시와 재정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순수하게 원돈스님의 원력으로 세운 도서관입니다.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런 도서관을 마련할 생각을 하셨을까, 물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짓게 된 것은 세월호 사태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세월호 아홉 유가족과 인연이 닿아 기도를 이어가고 위로하고 또 상담을 이어왔습니다.” 조금 놀랐습니다. 스님이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 법당에 자주 내려가 기도도 하셨고, 희생자 영결식과 49재 등을 무료로 봉행하시는 등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미리 접하기는 했지만, 도서관을 열어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의 공간으로 내놓은 이유가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는 몰랐거든요. “세월호 참사 당시 죽은 아이들의 부모님, 그분들이 세속 나이로 제 또래에요. ‘내가 출가하지 않았다면 그만한 아이들이 있었을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자연스레 ‘유가족들에게 만큼은 아무 조건 없이 종교로 다가서야 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릇이 크지 못해 큰 규모의 일은 하지 못했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을 돌보며 이어진 가족들을 위해 지금도 날마다 축원을 올리고 있어요. 개별적으로도 연락을 하며 마음을 나눕니다.”
원돈스님은 세월호 참사가 스스로를 많이 바꿔놓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앞으로 내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바뀌었고, 그 고민은 도서관 건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영문도 모른 체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보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마침 보리출판사에서 내는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좋은 어린이 잡지를 만났어요. 잡지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이 있는 공간을 동네 아이들의 쉼터로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불교 색은 많이 띄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불교가 이 사회를 향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불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스님은 사실 도서관 운영 외에도 또 다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사찰 옆 송암동산을 비롯해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에게 소액의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독거노인, 장애인 불자들을 위해서도 생활비 지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님이 후원하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한 빵집은 그 후원금으로 인천, 경기 지역의 군부대에 빵을 만들어 보내기도 합니다. 한 번의 후원으로 두 곳이 기분 좋아지는 격이죠. 또 매달 첫째 일요일은 ‘짜장면 데이’로 정해 아이들에게 100그릇 가량의 짜장면을 먹입니다. 대각사 내에서는 국산 농산물 쓰기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어느 샌가 외국산 과일이 제사상에 오르는 것이 절집의 미덕이 됐다며 우리 농민들을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원돈스님의 지론입니다. “스님,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세요?” 도서관을 보러왔다 다양한 활동을 보고 놀라 묻는 기자에게 스님은 웃으며 답합니다. “할 일이 너무나 많네요. 스님들에게 수행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포교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같이 나누는 것이에요.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나누려하는 것, 그런 역할을 해야지요. 그런 일은 찾아보면 아주 많습니다.” 사찰에서 대화를 나눈 뒤 정왕동에 있는 작은 도서관 ‘흥부네 책놀이터’ 1호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각사에서 원돈스님과 함께 사는 현묵스님이 관리를 맡고 있는 이곳에서는 시흥 지역 평생교육실천협의회가 주관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 것이죠. 이 같은 사찰과 지역사회 사이의 연계는 지역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스님의 관심과 노력에서 비롯됐습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어요. 지금도 두 가지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하나가 정왕1동 마을회의고, 다른 하나가 안산·시흥 녹색평론 독자모임이에요. 이렇게 마을사람들과 함께하는 회의와 모임은 참 중요해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또 우리 도서관을 알리는데도 좋지요.”
원돈스님은 앞으로 도서관을 비롯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하나씩 늘려갈 원력을 세우고 있습니다. 흥부네 책놀이터를 매년 1호점씩 세워 10호점까지 늘려가는 것이 꿈입니다. “정왕동을 비롯한 시흥 일대에 흥부네 놀이터를 10호점까지 세워보고 싶어요. 꼭 도서관이 아니어도 돼요. 다양한 지역이 있고 그 지역에는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찾기 힘들어요. 예를 들면 저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 만화방도 좋다고 봐요. 아이들이 만화 보고 게임하는 것 뻔히 잘 알면서도 어른들은 그걸 못하게 하려 하잖아요. 그래도 아이들은 숨어서 자기들끼리 어울려 만화를 보고 게임을 합니다. 차라리 건전하게 놀고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하나 마련하는 것도 긍정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저곳에 지원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사시는 스님은 이주노동자를 위한 지원, 무료급식소 운영 등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합니다. “시흥 정왕동에 외국인 노동자,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은 것 알아요? 그 중에 불자들이 많습니다. 그쪽 사람들은 집에 부처님을 모시기도 하는데, 전에는 한 분이 ‘집에 불단을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전화를 주기도 했어요. 방법을 가르쳐주고 도와주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불교를 만나 안정을 찾고 싶어 할 때 도와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좋은 인연이 닿아 공간이 생겼어요. 집기를 들여놓고 언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급식소를 운영할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불교가 사회에 회향을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스님과 대화를 하며 문득 45년간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법을 설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첫 물음이 다시 생각납니다. “지역포교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스님과 대각사에서 나누던 대화의 한 대목으로 갈음해보려 합니다. “이런 저런 지원 활동을 해보려고 할 때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요. 비용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마음을 내는 과정에서 걱정이 저절로 해결됐습니다. 신도들을 만나고 또 시민들을 만나며 이런 고민을 편안히 털어놓다 보니 너도 나도 나서겠다며 마음을 모아주었거든요. 나누는 마음을 내고 나니 나중에는 더 나눌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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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역을 위해 저렇게 봉사하시다보면
신도들이 저절로 모일 것 같습니다.
스님의 원력이 모두 이루어지시길
같이 마음 모으겠습니다... _()_
불교색을 띠지 않고 다가가는것 참 좋네요.......
지진난 곳에서 성경내미는 개신교~~ㅎㅎ
교인을 만드는것이 아니라 사랑이 가득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부처님 일이기도 하니까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