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서울을 남북으로 그으며 유유히 흐르지요. 한강을 노래한 가요들은 많지만 가장 유명한 곡은 1952년 발표됐던 <한강>으로 보입니다. 이 노래에 등장하듯이 한강에 가보면 많은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사뿐하게 가지들을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서정적인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일품인 <한강>은 놀랍게도 한국전쟁이 한창 무렵이었던 시절 탄생했습니다.
<한강>을 작사, 작곡한 분은 당시 KBS 방송국의 기사로 근무했던 최병호 님이었지요. 최병호 님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열악한 피난생활이므로 판자집에서 지내야 했지요. 고단한 피난살이가 계속되자 서울에서 겪은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에 시상이 떠올라 한강에 대한 가사를 짓고 곡도 만들었지요.
<한강>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 가지는
어젯밤 이슬비에 목메어 우는구나
떠나간 그 옛님은 언제나 오나
기나긴 한강 줄기 끊임없이 흐른다~
2.
나루에 뱃사공 흥겨운 그 옛 노래는
지금은 어데 갔소 물새만 우는구나
외로운 나그네는 어데로 갔나
못잊을 한강수야 옛 꿈 싣고 흐른다
<한강>은 지은이가 20대 초반이었던 1940년대 후반 한강에서 놀던 때를 회상한 곡입니다. 구체적으로 뚝섬 유원지에서 보았던 것을 회상한 것입니다. 당시 뚝섬은 드넓은 백사장,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즐비했지요. 수영하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놀이 보트도 운행했습니다. 뱃사공이 노를 젓는 뗏목도 다녔습니다.
작사가는 그 때 한강 풍경을 오선지로 옮긴 것이지요. 그러나 전쟁이 한창이라 언제 서울로 갈지 알수 없는 처지였지요. 그래서인지 한강을 비극적 사연을 지닌 장소로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을 한많은 강으로 표현하고, 늘어진 버드나무를 빗소리에 흐느껴 우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감탄사를 토하게 만듭니다. 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떠난 옛 연인, 외로운 나그네 등 한결같이 처연한 인상을 안겨 줍니다.
창작 배경을 모른 채 이 곡을 감상하면 한강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한 여인을 묘사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이 곡은 한강을 노래한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 중의 하나로 보여집니다. 화사한 날 한강에서 불러보면 더욱 생동감이 넘칠것으로 보입니다.
https://youtu.be/NpFhsByAAC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