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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방유취 권1 / 《인재직지방(仁齋直指方)》여러 음기(陰氣)와 여러 양기(陽氣)에 대한 이론〔諸陰諸陽論〕
오행(五行)의 기운을 부여받아서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한 존재가 된 것이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오행의 기운을 부여받아 태어났으니, 그것을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라고 부른다. 어느 누가 이것이 없겠는가? 장부(臟腑) 가운데 심장(心臟)은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이 되고, 신장(腎臟)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이 되며, 폐(肺)는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 되고, 비장(脾臟)은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이 되며, 간(肝)은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이 되고, 심포락(心包絡)은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이 되니, 이것들이 수삼음경(手三陰經)과 족삼음경(足三陰經)이다.
그리고 장부(臟腑) 가운데 소장(小腸)은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이 되고, 방광(膀胱)은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 되며, 대장(大腸)은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이 되고, 위(胃)는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이 되며, 담(膽)은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이 되고, 삼초(三焦)는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이 되니, 이것들이 수삼양경(手三陽經)과 족삼양경(足三陽經)이다.
음경(陰經)이 6개이고 양경(陽經)이 6개인데, 이것들이 합해져서 사람 몸의 12경맥(經脈)이 된다. 이 12경은 사람 몸을 두루 순환하면서 상체에서 하체까지 왕래하고 소통하면서 잠시도 쉼이 없다. 그 맥(脈)은 양손의 삼부맥(三部脈)과 상응한다.
그러므로 몸〔身〕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육부(六腑)〔腑〕는 양(陽)이고 오장(五臟)〔臟〕은 음(陰)이며, 밖은 양이고 안은 음이며, 위는 양이고 아래는 음이며, 머리〔頭〕는 양을 이고 있고 다리〔足〕는 음을 밟고 있으며, 등〔背〕은 양을 지고 있고 배〔腹〕는 음을 껴안고 있다. 기(氣)는 양에 해당하고 양은 위기(衛氣)이며, 혈(血)은 음에 해당하고 음은 영기(榮氣)이다. 양은 음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음은 양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음과 양은 서로 뿌리를 내리므로 영기와 위기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양기가 움직이는 것은 음기가 그렇게 부려서이며, 음기가 고요한 것은 양기가 그렇게 압도하기 때문이다.
날숨〔呼〕은 심장(心臟)〔心〕과 폐(肺)를 통해서 나가고, 들숨〔吸〕은 간(肝)과 신장(腎臟)〔腎〕으로 들어온다. 날숨은 양(陽)을 따라서 나가는 것이고, 들숨은 음(陰)을 따라서 들어온다. 이렇게 호흡하는 사이에 비장(脾臟)〔脾〕은 음식〔穀味〕을 흡수한다. 이것이 몸에 깃든 음양(陰陽)의 이치이다.
맥(脈)을 중심으로 논의를 넓혀보자면 관맥(關脈) 앞부위가 양부맥(陽部脈)인데, 양부맥은 관맥의 1치(寸) 가운데 9푼(分) 깊이만을 취한다. 관맥 뒷부위가 음부맥(陰部脈)인데, 음부맥은 관맥의 1자(尺) 가운데 1치(寸) 깊이만을 취한다. 이 때문에 주치(主治)에는 구분이 생기게 되었다. 가볍게 맥을 짚었을 때 맥이 충실하고 묵직하며, 무겁게 맥을 짚었을 때 가볍고 짧은 것은 ‘양기가 성하고 음기가 허약한 것’이라고 한다. 무겁게 맥을 짚었을 때 충실하고 묵직하며, 가볍게 맥을 짚었을 때 가볍고 짧은 것은 ‘음기가 성하고 양기가 허약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으로써 표증(表證)과 이증(裏證)이 구별될 수 있다.
맥(脈)이 양부(陽部)에 있는데 음맥(陰脈)이 생기거나, 맥이 음부(陰部)에 있는데 양맥(陽脈)이 보이기도 한다. 양맥이 허약해졌으므로, 음맥이 나와 양맥을 올라타고, 음맥이 허약해졌으므로 양기가 들어가서 음맥을 올라탄 것인데, 추위나 더위에 쏘이게 되면 그 기전(機轉)을 변동시킨다.
양맥(陽脈)이 척맥(尺脈)에서 생기면 촌맥(寸脈)에서 움직이고, 음맥(陰脈)이 촌맥(寸脈)에서 생기면 척맥(尺脈)에서 움직인다. 맥상(脈狀) 가운데 뇌맥(牢脈)ㆍ장맥(長脈)ㆍ촉맥(促脈)ㆍ삭맥(數脈)은 양맥(陽脈)이고, 허맥(虛脈)ㆍ단맥(短脈)ㆍ결맥(結脈)ㆍ대맥(代脈)ㆍ동맥(動脈)ㆍ세맥(細脈)은 음맥(陰脈)이 된다. 부맥(浮脈)ㆍ규맥(芤脈)ㆍ활맥(滑脈)ㆍ실맥(實脈)ㆍ현맥(弦脈)ㆍ긴맥(緊脈)ㆍ홍맥(洪脈)은 표증〔表〕과 관련되고, 미맥(微脈)ㆍ침맥(沈脈)ㆍ완맥(緩脈)ㆍ색맥(濇脈)ㆍ지맥(遲脈)ㆍ복맥(伏脈)ㆍ유맥(濡脈)ㆍ약맥(弱脈)은 이증〔裏〕과 관련된다. 질병은 음병(陰病)인데 양맥(陽脈)이 보이면 환자가 살고, 질병은 양병(陽病)인데 음맥(陰脈)이 보이면 환자가 사망한다. 이것이 육맥(六脈)에 깃든 음양(陰陽)의 이치이다.
질병〔病〕을 중심으로 핵심을 추구하자면 촌구맥(寸口脈)이 부맥(浮脈)에 질맥(疾脈)인 것은 양(陽) 속에 양(陽)이 있는 셈이니, 그 질병은 주로 온몸에 열이 나고 두통이 있으며, 속이 답답하고 몸속이 뜨겁다. 촌구맥이 침맥(沈脈)에 세맥(細脈)인 것은 양(陽) 속에 음(陰)이 있는 셈이니, 그 질병은 주로 기운이 부족하고 땀이 나며, 슬퍼하면서 즐겁지가 않다. 척맥(尺脈)이 부맥(浮脈)에 활맥(滑脈)인 것은 음(陰) 속에 양(陽)이 있는 셈이니, 그 질병은 주로 아랫배가 아프고 팽창하며, 대소변을 보기가 어렵다. 척맥이 침맥(沈脈)에 세맥(細脈)인 것은 음(陰) 속에 음(陰)이 있는 셈이니, 그 질병은 주로 양쪽 넓적다리가 시리고 욱신거리며, 음부(陰部)가 가렵고 소변을 눈 다음에도 소변이 방울져 떨어진다.
음기(陰氣)가 양맥(陽脈)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그 질병은 격렬하고, 양기가 음맥(陰脈) 속으로 들어가면 그 질병은 고요하다. 양에 해당하는 육부(六腑)의 질병은 서늘함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덥다고 옷자락을 젖히고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이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그 질병이 양병(陽病)이기 때문이다. 음에 해당하는 오장(五臟)의 질병은 따뜻함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싫어하면서 문을 닫아걸고 혼자 있는 것은 그 질병이 음병(陰病)이기 때문이다.
육부(六腑)의 질병은 양(陽)에 해당하는데 양은 움직임을 주관하므로, 그 고통은 대부분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멈추지 않는다. 오장(五臟)의 질병은 음(陰)에 해당하는데 음은 고요함을 주관함으로, 그 고통은 한군데에 머물러 있으면서 옮겨다니지 않는다. 양병(陽病)은 아침에 고요하고, 음병(陰病)은 밤에 편안하다. 만약 양기(陽氣)가 허약하다면 저녁 무렵에 질병은 시끄러워지고, 음기(陰氣)가 허약하다면 밤에 질병은 다툼이 벌어진다. 음기가 우세하면 추위를 느끼고, 양기가 우세하면 더위를 느낀다. 음기가 발동하면 열이 나고, 양기가 발동하면 땀이 난다.
적풍(賊風)은 사기(邪氣)에 깃들므로 양(陽)이 적풍과 관련된 질병을 받아들이고, 먹고 마시는 것은 방안에서 일어나므로 음(陰)이 음식과 관련된 질병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양이 풍(風)의 기운을 받아들이므로 중풍(中風)에 걸린 사람은 질병이 양에 해당하는 상체부터 시작된다. 음이 습(濕)의 기운을 받아들이므로, 습사(濕邪)에 맞은 사람은 질병이 음에 해당하는 하체부터 시작된다.
만약 사기(邪氣)가 양맥(陽脈) 사이에 위치한다면 온몸〔四肢〕에 열이 심하면서 미치광이가 된다. 그리고 사기가 음맥(陰脈) 안으로 침투하면 육경(六經)이 위축하고 빽빽해지면서 마비가 온다. 양기(陽氣)가 없으면 몸이 싸늘해지고 음기(陰氣)가 없으면 구토가 발생한다. 양기가 미약하면 숨을 내쉴 수가 없고, 음기가 미약하면 숨을 들이마실 수가 없다. 양병(陽病)에 걸리면 고개를 숙일 수가 없고, 음병(陰病)에 걸리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양기가 겹치면〔重陽〕 미치광이가 되고, 음기가 겹치면〔重陰〕 자주 넘어진다. 양기가 빠져나가면 귀신을 보게 되고, 음기가 빠져나가면 눈이 먼다. 이것이 질병들에 깃든 음양(陰陽)의 이치이다. 아, 진실로 이러하다.
그렇다면 옛사람이 말한 음양(陰陽)에 따른 유교(維蹻)와 복일(覆溢)과 관격(關格)은 또 무엇인가? 대답하자면 맥(脈)에는 양유맥(陽維脈)ㆍ음유맥(陰維脈)ㆍ양교맥(陽蹻脈)ㆍ음교맥(陰蹻脈)ㆍ충맥(衝脈)ㆍ독맥(督脈)ㆍ임맥(任脈)ㆍ대맥(帶脈)이 있으니, 무릇 이들 기경팔맥(奇經八脈)은 별개의 통로로 운행한다. 비유하자면, 도랑을 만들어 물이 넘치는 것〔溢〕을 막는 것이니, 질병이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여러 경맥이 넘쳐나오면서〔溢出〕 유입되는 것이다.
양유맥ㆍ음유맥의 유(維)란 여러 맥들을 모두 묶어내는 벼리이자 밧줄〔綱維〕이다. 【음(陰)과 양(陽)이 서로를 묶어주지 못한다면 슬프게도 자신의 의지를 잃게 된다.】 양교맥ㆍ음교맥의 교(蹻)란 달릴 수 있는 건강한 다리의 빗장이자 핵심이다. 독맥의 독(督)이란 도읍〔都〕이라는 말이니, 양맥(陽脈)이 모인다는 뜻이다. 임맥의 임(任)이란 임신〔姙〕의 의미를 취한 것이니, 낳고 기르는 것의 근원을 가리킨다. 충맥의 충(衝)이란 음맥(陰脈)의 통로이니, 다리에서 머리까지 여러 경맥의 기혈(氣血)을 두루 받아들인다. 대맥의 대(帶)란 몸을 감싸고 도는 것이니, 여러 맥을 모두 묶어서 정돈했다는 의미를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양유맥(陽維脈)의 질병은 오한(惡寒)과 발열(發熱)에 시달리고〔 若〕, 음유맥(陰維脈)의 질병은 심통(心痛)에 시달리며, 양교맥(陽蹻脈)의 질병에는 허리나 등의 근육이 경직되면서〔陽急〕 광분(狂奔)하게 되고, 음교맥(陰蹻脈)의 질병에는 방광이나 경락 등의 근육이 경직되면서〔陰急〕 다리가 뻣뻣해지며, 충맥(衝脈)의 질병은 기(氣)가 역류하면서 이급(裏急)하고, 독맥(督脈)의 질병은 척추가 굳어지면서 부러져 넘어지며〔折厥〕, 임맥(任脈)의 질병에는 남자가 산기(疝氣)에 시달리고 여자가 대하(帶下)〔帶瘕〕에 시달리며, 대맥(帶脈)의 질병에는 배〔腹〕가 팽창하면서 허리〔腰〕가 붓는다. 충맥(衝脈)과 임맥(任脈)의 두 경(經)에서는 또한 부인(婦人)의 젖〔乳〕ㆍ피〔血〕ㆍ생리의 징후〔月候〕가 드러나니, 기경(奇經)의 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관맥(關脈) 앞부위가 양부맥(陽部脈)〔陽脉〕인데, 관맥의 1치(寸) 가운데 9푼(分) 깊이를 눌렀을 때 부맥(浮脈)이어서, 위로 어제혈(魚際穴)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상태가 일(溢)이다. 일(溢)하면 외관(外關)과 내격(內隔)이 되니 이것은 음맥이 양맥을 올라탄 것이다. 관맥 뒷부위가 음부맥(陰部脈)〔陰脉〕인데, 관맥의 1자(尺) 가운데 1치(寸) 깊이를 눌렀을 때 침맥(沈脈)이어서, 아래로 척택혈(尺澤穴)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상태가 복(覆)이다. 복(覆)하면 내관(內關)과 외격(外隔)이 되니 이것은 양맥이 음맥을 올라탄 것이다.
촌맥(寸脈)이 완전히 허맥(虛脈)이면 양기(陽氣)가 모자란 것이고, 척맥(尺脈)이 완전히 허맥이면 음기(陰氣)가 모자란 것이다. 촌맥(寸脈)이 관맥(關脈)까지 하강하지 못하면 양기가 끊어진 것이고, 척맥(尺脈)이 관맥까지 상승하지 못하면 음기가 끊어진 것이다. 양기나 음기의 모자란 상태는 오히려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양기나 음기의 끊어짐과 관격증(關格證)은 정말로 위험한 맥상(脈狀)이다. 맥법(脈法)에서 복(覆), 일(溢), 모자람〔虧〕, 끊어짐〔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비록 그러하지만 다른 측면의 사람 일을 몰라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기뻐하면 양기(陽氣)를 상하고, 지나치게 분노하면 음기(陰氣)를 상하며, 뜻하지 않게 근심하게 되면 기운이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희(喜)ㆍ노(怒)ㆍ우(憂)ㆍ사(思)ㆍ비(悲)ㆍ공(恐)ㆍ경(驚) 등 7가지 감정〔七情〕의 발현을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달고 매운 약제로 양기(陽氣)를 활성화시키고, 시고 쓴 약제로 음기(陰氣)를 활성화시키니, 환자를 살리려는 뜻을 품은 사람은 마땅히 이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주-C001] 인재직지방(仁齋直指方) : 중국 송(宋)나라 양사영(楊士瀛)이 1264년에 편찬한 《인재직지방(仁齋直指方)》이다. 《직지방(直指方)》으로 약칭하기도 하지만 《인재직지방론(仁齋直指方論)》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사영은 이 책 서문에서 ‘명백하여 알기 쉬운 것이 직(直)이고, 자취를 밝혀 드러내는 것이 지(指)’라고 하여, 명쾌하고 납득 가능한 의서를 지향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6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특히 내과 잡병이 상세하며, 경험방과 가전(家傳) 처방까지도 수록한 종합 의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에 이 책이 의학(醫學) 취재(取才)의 강서(講書)로 지정되었으며, 이어서 주자소(鑄字所)에서 인쇄하여 반포(頒布)할 정도로 중시되었다.
[주-D001] 육맥(六脈) : 삼부맥(三部脈) 즉 촌맥(寸脈), 관맥(關脈), 척맥(尺脈)의 음(陰)과 양(陽)을 의미한다.
[주-D002] 약(若) : 원문은 ‘약(若)’이지만 문맥상 ‘고(苦)’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03] 이급(裏急) : 대변을 보기 전에 배가 아프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배 속이 부글거리는 증상이다.
[주-D004] 외관(外關)과 내격(內隔) : 양기(陽氣)와 음기(陰氣)의 부조화로 인해 나타나는 맥상(脈象)을 말한다. 내격(內隔)은 흔히 내격(內格)으로 표기한다. 외관과 내격은 양기가 외부에서 막히고 음기가 내부에서 거격(拒格)한다는 의미로서, 맥이 상부의 어제혈(魚際穴)까지 나타나는 상태이다.
[주-D005] 내관(內關)과 외격(外隔) : 양기가 내부에서 막히고 음기가 외부에서 가로막혀서 생기는 맥상(脈象)이다. 내관은 촌구맥(寸口脈)이 커지면서 빨라지는 상태이고, 외격은 인영맥(人迎脈)이 커지면서 빨라지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