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니스 35년 골프 15년 마라톤 10년을 즐겼다.
1997년 난데없이 I.M.F.가 오고 난 뒤 좋아하던 골프를 끊고
그 금단현상을 이겨내기 위해 두류공원 한 바퀴(2.8KM)를 달리는 것을 시작하였는데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한 바퀴 두 바퀴 늘어날수록 약간의 자신감과 더불어 성취감을 느꼈다.
여기저기에서 마라톤 대회가 많아서 5Km. 10Km 하프 코스(21km)를 참가하게 되었다.
오래 달리기 운동은 매우 힘들기만 할 뿐 재미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전국의 마라톤 마니아는 엄청 많아 내가 아는 의사 후배는 풀코스를 수백 번 달린 이도 있다.
나의 첫 풀코스 도전은 2000 년 춘천마라톤인데 공설 운동장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의암호를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이다. 전국에서 찾아온 수 만 명이 춘천 공설 운동장에 빽빽이 모였다.
전문 선수들과 기록이 좋은 선수들은 미리 출발하고 규정 시간 5시간 근처에 도착할 수 있는 느림보는 맨 마지막에 출발한다.
출발 신호와 더불어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5Km 지점인데 여기부터 5Km 마다 음료가 준비되어 있어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신다.
앞에 달리는 선수들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면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이에 호응하여 물결을 이루어 흥분시킨다.
하프 지점(21Km)에 도달하면 바나나와 빵을 준다. 여기서 약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달리는데 30Km까지는 약간 오르막이라 이 고비를 못 넘기고 낙오하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 오르막을 지날 때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취했을 때와 비슷한 황홀감(이런 것을 런너스 하이 Runner`s high라고 한다)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 것 때문에 힘든 마라톤을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지점을 넘기면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뒤에서 누가 당기는 듯하다.
그러나 남은 거리가 지나온 그것 보다 적게 남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한 걸음 두 걸음 발길을 옮긴다.
여기서 골인 지점까지는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하는 사람이 많고
간혹 다리에 쥐가 나서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드디어 저 멀리 운동장 건물이 보이면 어서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수록 몸은 더욱 더 말을 듣지 않는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결승점을 지나면 쓰러져, 종아리에 쥐가 나서 다른 사람의 도움(스트레칭)을 받아야만 일어날 수 있다.
완주 메달을 받으면 마치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마라톤 우승했을 때와 맞먹는 감격을 느꼈다. 대구로 내려오는 버스에서는 두 번 다시 마라톤 하지 않기로 맹세했지만 또 다시 하곤 하여 2010년 까지 10회 하였다. 첫 아이를 낳은 후 지긋지긋한 산통으로 두 번 다시 출산하지 않으려는 어머니가 다시 아이를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
완주 후에는 성취감은 다소 있지만 건강에는 보탬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경향 각지에서 마라톤 대회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지만 과연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차치하고 달리는 도중 사망한다는 뉴스를 듣고는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첫댓글 마라톤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왕 쓰시는 것 선생님이 마라톤 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래야 훨씬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이승기 선생님 자신의 글을 쓰고 있으니, 더 감동이 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