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제일 재미있는 군대 이야기를 하렵니다. 자대에서 지내던 어느날, 행정관님께서 부르시더니 "부대 안에서 종교 행사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 라고 물으셨습니다. 군종병이 아닌 일반병으로 복무 중이던 저는 냉큰 "예.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병사 식당 한 귀퉁이에서 공소 예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명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아주 작은 부대였고, 그 안에 천주교 신자는 정말 몇 명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 명, 두 명씩 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모여 함께 공소 예절에 참여했습니다. 특별하게 뭘 준비한 것도 없었고, 병사들이 좋아하던 간식을 내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함께 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그렇게 늘었던 이유는 바로 신자들의 기도, 지금으로 치면 보편 지향 기도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신자들의 기도 시간이 되면, 돌아가면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소리 내어 기도하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씩 소리 내어 기도하고 나면 다들 입을 모아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라고 응답했지요. 그런데 소리 내어 바쳤던 그 각각의 기도에 담긴 마음이 늘 함께 하던 이들을 울렸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의 병사들, 살던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머물면서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젊은이들, 못 먹고 못 마시며 거친 군복에 의지해서 겨우내 찬바람을 견디고 또 모더운 여름에도 손에서 총을 놓지 못하던 그들은, 어느 한 명 빠짐없이 늘 밖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위해 기도했고, 시험을 앞둔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했으며,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 기도의 내용들이 영 낯선 것이 아니었기에,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군가의 기도가 바쳐질 때 마다 함께 울면서 기도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기에, 고된 군 생활 하루의 끝임에도 함께 모여 공소 예절을 거행했던 것이지요.
사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있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비유의 가르침에 따라 짐작할 뿐이지요. 그래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나라에 대한 확신만큼은 수많은 신앙인들이 가졌었고 또 후대에 물려 주었습니다. 그 확신은 그분께 대한 희망으로, 구체적인 기도로, 목숨마저 바치는 고결함으로 드러났지요. 그 희망과 기도와 고결함이, 구원과 하느님 나라에 대한 선포를 "기쁜 소식" 으로 전해지게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또 전해야 할 주님의 말씀은 구워느이 기쁜 솟기이지요. 우리 자신에게 주님과 그분의 구원과 그 나라가 기쁜 소식이 된다면, 이웃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힘이 넘칠 것입니다. 그분께 희망을 걸고, 구원을 간절히 원하여 기도하며, 그분의 나라를 누리기 위해 살아가는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울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ㅡ 2023.10.22 주보 말씀의 향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