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우체국 길 건너에는 한국은행 옛 본관이 있다. 육중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런 건물은 '제일은행 경성지점'으로 문을 연 뒤 한국은행, 조선은행, 다시 한국은행이 되었다가, 지금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이 건물은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다쓰노 긴고(1854~1919)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자 현재 사적 제280호로 관리되고 있는 근대 문화유산이다.
한국은행 옛 본관 건물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외부를 감싸고 있는 우윳빛 화강암이다. 돈을 찍어내던 은행 건물답게 철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은 뒤 동대문 밖에서 가져온 화강암으로 마감했단다. 배흘림 기둥이 멋진 현관은 앞으로 튀어나와 입구에서 바로 승하차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건물은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인데, 화려한 조각을 새긴 삼각형 페디먼트와 원형 돔이 눈길을 끈다. 이것들은 모두 르네상스 건축 양식으로, 다쓰다 긴고가 지은 일본은행 본점에서도 비슷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은 일본은행의 분신으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