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에서 야간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대략 밤 11시 30분이 지난 심야였다.
옆 단지 아파트 입구에서 아직도 영업 중인 순대차량을 보았다.
"아니 이 시간까지?"
일주에 한번씩 우리 단지에도 오시는 분이라 나는 사장님을 알고 있었다.
'백암순대'였다.
맛도 일품이었고 각 단지마다 고정고객도 꽤 많은 편이었다.
퇴근길에 순대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바로 볶아 주셨다.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맛있게 볶아 둥근 플라스틱 용기가 꽉 차게 담아주신다.
맛도 끝내주고 양도 많았다.
연세 드신 여성 사장님은 하루 판매량을 다 소진하지 못하면 가끔씩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몇 번 목격했었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 정성과 집념에 그냥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각 아파트의 단지를 요일별로 순회하시면서 장사를 하시는데 아무리 고정고객이 많아도 어찌 일이 쉽기만 하겠는가.
본인의 식사도 그렇고, 화장실 가는 문제도, 좁은 경트럭 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파트 부녀회에 약정된 자릿세를 납부하는 것도, 춥고 눈 내리는 날씨문제도 그렇고 결코 편안한 환경은 아닐 터였다.
자정으로 가는 시간.
사장님께 인사를 드릴까 하다가 먼 발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살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법이다.
그러하기에 각자가 처한 한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자세가 모든 생명체들의 본분이자 생명을 허락하신 신에 대한 기본 책무가 아닐까 싶다.
또한 누구에게나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결코 편안한 여건은 아닐지라도 하루 하루 소중한 삶을 열정적으로 엮어가시는 길거리 '백암순대 사장님'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늘 건승하시고 평안하시길 빈다.
나도 사장님을 뵐 때마다 삶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함부로 찍어 왔던 발자국들을 겸손하게 뒤돌아 보는 계기로 삼는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데 사장님의 건강과 안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도해 본다.
사장님께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2015년 11월 18일.
추운 날씨,
자정에 가까운 시간.
길거리 백암순대 사장님을 생각하며 몇 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