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 문화의 풍성함, 떡
떡은 곡식을 가공하여 뭉쳐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쌀을 재료로 이용한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찐떡(곡식가루를 시루로 쪄서 만든 떡)ㆍ친떡(익힌 곡식을 절구로 쳐서 만든 떡)ㆍ지진떡(곡식 가루를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만든 떡)ㆍ삶은떡(곡식 반죽을 물에 삶아 만든 떡)으로 나뉜다. 떡은 우리의 명절이나 제사 때의 기본 음식으로 옛날 사대부 가문에서는 떡살문양을 바꿀 때 문중의 허락을 받아야 했을 만큼 중요하게 여겨왔다.
한국에서 떡은 관혼상제의 의식 때에는 물론, 철에 따른 명절, 출산에 따르는 아기의 백일이나 돌, 또는 생일ㆍ회갑, 그 밖의 잔치에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한민족이 떡을 먹기 시작한 것은 원시농경 시대로 추측된다. 낙랑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되었으며, 당시 피, 기장, 보리, 밀과 같은 곡식을 이용하여 찐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보인다.
대개 곡식을 가루로 빻아서 축축하게 습기가 있는 것을 그대로 시루에 안쳐서 찌거나, 물을 섞어 반죽을 한 후 빚어서 찌거나 삶으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서 익히기도 한다. 인절미나 흰떡은 떡을 찐 후 안반에 놓고 떡메로 쳐서 만든다. 주로 점성이 강한 찹쌀이나 멥쌀을 사용하며, 밀ㆍ보리ㆍ감자 전분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방이나 계절에 따라서 특색이 있는 견과류ㆍ건과류ㆍ나물ㆍ꽃잎 등을 혼합 또는 첨가한다.
상차림은 아기 백일상을 거쳐 돌상으로 이어진다. 여러 떡들이 푸짐하게 올라 있다. 백설기는 순수함과 장수를 뜻하고, 오색 송편은 아이가 품어갈 꿈을 상징한다. 붉은 수수팥떡은 사악한 귀신을 물리쳐, 건강하게 자라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송편은 소를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을 함께 올렸는데, “씹었을 때 소가 있으면 속이 꽉 찬 사람이 되라는 당부를, 소가 없으면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라는 당부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돌상엔 음식과 함께 아이가 집어들어, 부모ㆍ친척의 마음을 만족시킬 국수ㆍ실(장수), 책ㆍ벼루ㆍ종이(학자ㆍ선비), 화살(장군), 돈(부자) 등을 함께 올렸다.
서당에서 공부할 때 책 한권을 뗐을 때 스승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며 동료와 함께 나눠먹던 책례(책걸이) 상엔 국수와 오색경단ㆍ송편ㆍ시루떡이 푸짐하게 놓인다. 술안줏상인 관례(성인식) 상차림과 수명이 길어지면서 요즘엔 거의 차리지 않는 회갑연 상차림, 조상들께 올리는 상례ㆍ제례 상차림을 차례로 만난다. 제삿상엔 붉은색의 수수나 팥떡은 절대금물(귀신을 쫓으므로)로 치지만, 극히 일부 지역에선 붉은 팥시루떡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통과 관습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리 전해져 옴을 알 수 있다.
차를 우려 마시는 도구와 녹차단자ㆍ녹차인절미 등 차를 넣어 만든 맛있게 생긴 떡들을 보고 발길을 옮기면 동화책 떡 세상이 펼쳐진다. 한석봉 이야기(어머니의 떡 써는 솜씨와 한석봉의 글씨), 이성계 이야기(조랭이떡의 유래), 팥죽 할머니(호랑이와 팥죽 잘 쑤는 할머니) , 햇님 달님(‘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와 썩은 동아줄) 등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떡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떡의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 낼까. 3층 전시관 가운데 전시된 ‘여러가지 떡 재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곡식ㆍ씨앗ㆍ열매 등 30여가지의 떡 재료들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전시하고 있다. 노란색을 낼 땐 치자나 단호박을, 분홍색은 오미자ㆍ백년초ㆍ딸기가루 등을 쓴다. 쑥 가루로는 녹색을, 계피가루는 갈색을 낸다. 함지박과 절구, 떡판, 찬장을 보고 2층으로 내려온다. 계단 벽엔 새로 개발한 떡 사진들을 걸어놨다.
우리 민족은 철마다 절기마다 풍년ㆍ무병장수ㆍ액막이 등의 의미를 부여한 특색있는 떡을 해먹으며 1년을 지냈다. 봄엔 진달래꽃 등 꽃잎을 따 곁들인 화전이나 취떡 등을, 여름엔 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 증편을, 가을엔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들께 감사드리며 주민들이 나눠먹었다. 겨울엔 떡 옹심이를 넣은 팥죽과 흰떡(가래떡)을 뽑아 떡국을 끓여 먹었다. 설날 아침에 흰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은, 1년이 때묻지 않고 밝고 좋은 일만 생기라는 기원이 담겨 있고, 떡을 엽전모양으로 둥글납작하게 써는 것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