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B급 공포 영화들을 보면, 방사능 유출이나 돌연변이 등으로 크고 사나워진 벌레들이 사람들을 공격하여 잡아 먹는다는 줄거리를 담은 작품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그런데 식인 벌레에 대한 괴담은 헐리우드 영화들 이전에 이미 우리 조상들이 상상해 낸 소재였습니다. 아래 글은 조선 말기의 학자, 이익(李瀷 1681~1763년)이 쓴 책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의 만물편에서 참조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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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처럼 쏟아지는 벌레 떼(雨虫)
몇 해 전, 온 나라에서 떠들썩하게 전하기를, “무슨 벌레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서 온갖 음식물 속으로 섞여 들지 않는 일이 없었다. 생선이나 고기 속에서 흔히 발견되었는데, 하얗고 가늘며 긴 것이 마치 흰 말의 갈기처럼 생겼다. 사방에서 온통 그랬지만 무슨 벌레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해에 지독한 병이 많이 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이 벌레에 중독되어 그렇다고 한다.” 하였다. 이런 사실이 참으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따지고 보면 이런 이치가 역시 있을 법도 하다.
<고려사>를 떠올려보니, "고종(高宗) 33년(1246년) 5월에 독충(毒虫)이 비처럼 쏟아졌다. 벌레 몸뚱이가 가는 그물에 싸였는데, 쪼개면 마치 흰 털을 쪼개는 것과 같았다. 음식에 묻어서 사람의 뱃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사람의 살을 빨아먹기도 하다가 죽으므로, 당시에 이 벌레를 식인충(食人虫)이라고 하였다. 여러 가지 약을 써도 죽지 않다가 파즙을 벌레의 몸에 바르니 저절로 죽었다." 하였으니, 이것은 마땅히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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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본문대로라면 고려 고종 시절인 1246년 5월, 하늘에서 벌레들이 비처럼 쏟아져서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거나 살을 빨아먹다가 죽었는데, 여러 약들을 써도 안 죽었다가 파의 즙을 발라버리니까 비로소 죽었다는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해치는 벌레 떼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는 것이 꼭 오늘날 종종 보이는 식인 벌레들을 다룬 공포 영화와 비슷합니다.
그나저나 "생선이나 고기 속에서 흔히 발견되었는데, 하얗고 가늘며 긴 것이 마치 흰 말의 갈기처럼 생겼다."는 구절을 보면, 저 벌레들의 모습이 마치 생선 속에 기생하는 고래 회충으로 알려진 기생충들 같습니다.
저 무시무시한 식인 벌레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