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전문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상담시간을 한의학적인 진단과 변증에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이들의 식습관, 생활습관 등에 대한 부모님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이에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고 알고 나면 쉽지만, 흔히 간과하기 쉬운 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우리 아이들을 몸튼튼 마음튼튼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양육, 훈육방법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흔히 만 2세~7세 정도의 자녀가 있는 대다수 부모들이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는 밥 잘먹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밥을 잘 안먹는 경우 물론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인 경우도 있다.
비위기능이 허약한 아이들은 자주 체하고, 토하고, 설사나 변비가 있으며, 입냄새도 나고, 차멀미도 잘 한다. 소화기능이 떨어지다보니 많이 먹지 못하고 먹어도 흡수능력이 떨어지니 살이 잘 찔 수가 없다.
신장, 방광기능이 허약한 아이들도 식욕부진이 유발되는데 이 경우는 소화력은 괜찮은 편이나 먹는 양이 적고, 편식이 심하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하며, 쉽게 피곤해 하고, 하체가 부실하여 잘 넘어지기도 하며, 끈기나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허약한 기능을 잘 찾아서 보강해 줄 수 있는 한약치료로도 충분히 호전이 가능하지만 약먹을 때 뿐이고 다시 밥을 안먹는 경우라면 평소 식습관, 생활습관의 잘못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신생아기 때부터 무엇이든 잘 먹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신생아기때부터 밤중수유를 하지 말라.
흔히 밤에 울고 보챈다고 젖부터 물리는 엄마들이 많다. 신생아기(구강기)는 본능적으로 입에 먼저 갖다 대서 물건을 빠는 욕구가 강하다. 이는 생존을 위한 욕구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을 때 대부분 울음이 터지게 된다. 물론 진짜 배가 고파서 우는 경우도 있지만 우는 아기에게 젖부터 물리게 되면 본능적인 욕구가 충족이 되므로써 정서적인 안정을 찾게 되기 때문에 울음을 그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젖부터 물리게 된다면 수시로 젖을 먹게 됨으로써 위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만큼 먹는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 유축이나 분유 수유를 한다면 수유 시작 때부터 몇시 몇분에 몇cc의 젖을 먹었다고 수유일기를 적어보자. 모유수유를 직접 한다면 몇cc의 젖을 먹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힘들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정해진 시간간격을 두고 먹인다면 신생아들이 한 번에 먹는 양은 100cc면 100cc,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므로 굳이 양까지 적을 필요는 없다.
2. 이유식 시작은 6개월 무렵이 좋으며, 반드시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나가라.
이유식 단계에 대한 자세한 글은 "올바른 이유식"을 참고하기 바란다. 반드시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왔다갔다하면서 주양육자가 바뀌는 경우는 이유식의 형태나 먹이는 방법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단맛이 강한 과일이나 간이 된 음식을 주게 되면 그 맛에 길들여지게 되어 편식할 확률이 높아진다. 먹이기 편하다고 갈아서 젖병으로 먹이거나 빨대로 빨아먹게 하는 것 보다는 고형식으로 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서 8~9개월때부터는 스스로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옷과 얼굴에 이유식을 다 묻히고 난리가 나도 상관없다. 실컷 음식을 만지작거리고 놀게 만들면 그 후부터는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되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엄마가 떠먹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게 떠먹여준다는 자체가 아이에게는 식사시간이 괴로운 시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3. 갓난쟁이 아기도 항상 부모와 같이 앉아서 식사하게끔 하라.
흔히 아이를 먼저 위한답시고 아이부터 이유식을 먹이고나서 부모는 따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생후 4~5개월때부터 아기의자에 아기를 옆에 앉혀놓고 항상 같이 식사하도록 하자. 부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꾸 아이에게 노출시킨다면 아이도 먹는 행동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4. 잘 안먹는 음식이 있다면 그 음식을 친근하게 만들어 주어라.
다른 나라 전통 음식이나 원시부족이 즐겨먹는 원숭이, 악어 고기를 당신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모든 음식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게 다가온다. 음식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기 위한 맥락으로 위의 3번 방법이 필요하며 특정 음식에 대한 공포감,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음식의 형태나 빛깔을 바꾼다든지, 아이가 친근해하고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준다든지, 같이 음식을 만들어보고 음식 재료를 장난감삼아 놀게 하는 식으로 차차 공포감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5. 음식을 잘 씹지않고 밥먹는데 한참 걸리며 먹다가도 잘 뱉어내는 아이는 어떻게?
이런 아이들은 식욕부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매사 위축되어 있고 소극적이며 또래 관계 형성도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식사자체와 음식에 대한 공포감을 떨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자존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이가 음식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드는 시기와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는 묘하게 일치한다.(만 2세~ 5세) 씹지 않고 넘긴다고 채근하고, 빨리 먹지 않는다고 채근하고, 잘 먹으면 장난감을 사준다는 식의 훈육방법은 옳지 못하다. 아이 스스로 먹는 일조차 잘 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어 매사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만 키우게 된다. 두 숟가락을 먹든, 세 숟가락을 먹든 스스로 아이가 선택하고 판단하여 음식을 먹게 하고 그에 따라 피드백(칭찬)을 듬뿍 주어 자존감을 키워보자. 어느 순간 낯선 음식과 식사자체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스스로 이겨내는 아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6. 우리 아이는 단 과자, 아이스크림, 찬 음료수만 찾고 밥을 먹지 않아요!!
성인에 비해 아이들의 몸은 양체(陽體)라 하여 양기(陽氣)가 충만하고 열이 많은 체질이 많다. 활동량이 많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양기(陽氣)가 충만한 아이들만의 특성이다. 따라서 음혈(陰血)에 비해 양기(陽氣)가 부족해지기 쉬운데 양기(陽氣)를 보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육류이며 약재로는 인삼, 황기, 감초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런데 양기(陽氣)를 보강하는 음식이나 약재에는 대부분 단맛이 강하다. 단맛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들에게는 본능이다. 하지만 양기(陽氣)가 부족하다고 하여 그에 맞는 음식만 섭취한다면 방이 차갑다고 아궁이에 번개탄으로 불만 계속 붙이는 이치와 같으며 결국 아궁이는 망가져 버린다. 기름이나 장작, 숯 등이 있으면 은은하게 온기가 오래갈 수 있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몸에서는 음혈(陰血)이며 음혈을 보강할 수 있는 음식이 채소다.
단 맛을 찾는 것은 위와 같이 아이들에게는 본능인데 집안 곳곳에 과자, 아이스크림, 청량음료가 있다면, 눈에 보이면서, 부모는 단 것을 먹으면서 먹지 말라고 제지하는 것은 그 욕구를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더군다나 단 맛을 강하게 하는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먹게 되면 단 맛에 대한 중독성이 더 강해진다. 처음부터 단 것을 먹이지 않거나 과감하게 단 것은 집에서 치워버리자.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나 중독성이 강한 것들은 아예 접촉을 차단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