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보 시모음
1
제갈공명(諸葛孔明) -두보(杜甫)
제갈공명
長星昨夜墜前營(장성작야추전영) : 어제 밤 혜성이 영채 앞에 떨어져
訃報先生此日傾(계보선생차일경) : 이날 선생의 돌아가심 알리더라.
虎帳不聞施號令(호장불문시호령) : 호장에서 호령소리 들리지 않고
麟臺誰復著勳名(인대수부저훈명) : 뉘 다시 인대각에 훈명을 올리랴
空餘門下三千客(공여문하삼천객) : 문하 삼천 객 허공에 남기시고
辜負胸中十萬兵(고부흉중십만병) : 흉중의 십만 병졸 저버리시나니
好看綠陰淸晝裏(호간녹음청주리) : 맑은 낮중 아름다운 녹음 보이시고
於今無復牙歌聲(어금무부아가성) : 이제는 거문고 음악소리 다시없더라.
* 長星(장성) : 彗星혜성. * 訃報(부보) : 부보. 사람의 죽음을 알림
* 此日(차일) : 이날 傾경: 무너지다 帳장:군막 * 虎帳(호)장 : 장군의 군막
* 麟臺 : 인대, 기린각(한무제가 장안의 궁중에 세운 전각으로 선제(무제의 증손)때 여러 공신의 초상화를 그려서 閣上각상에 걸었다.
* 閣上(각상) : 다락집의 맨 위층 * 著(저) : 드러내다. 알리다
* 勳名(훈명) : 勳號(훈호)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던 칭호
虎帳不聞施號令(호장불문시호령) : 호장에서 나는 호령 아니 듣고
麟臺誰復著勳名(인대수부저훈명) : 뉘 다시 인대각에 훈명을 올리랴
장군들 제갈공명의 號令에 따라 싸워 공적을 쌓았는데 이제 공명이 없으니 누가 신출귀몰한 전략을 펴 다시 공적을 쌓을 수 있겠는가
* 辜負胸中十萬兵(고부흉중십만병) : 흉중의 십만 병졸 저버리시나니
가슴속에 십만 병졸 품은 채 버리고 떠나다(오장원에 촉나라 군사 십만 명을 남겨두고 숨졌다)
* 辜(고) : 저버리다 * 負(부) : 탄식하다 * 辜負 : 孤負. 저버리다
好看綠陰淸晝裏(호간녹음청주리) : 아름다운 녹음 우거지고 맑은 날
제갈공명이 오장원에서 숨진 날은 팔월 달 녹음이 우거진 맑은 날이다
* 好看(호간) : 아름답다, 근사하다, 보기 좋다
* 裏(리) : 가운데, * 於今(어금) : 지금 * 無復(무부) : 다시~이 없다 * 牙(아) : 本陣본진
於今無復牙歌聲(어금무부아가성) : 이제 본진의 거문고 소리 다시없더라.
제갈공명이 거문고를 잘 탔는데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다. 제갈공명이 양평이라는 곳에서 조조를 치러 전군을 내보내고 몇 천 병사 밖에 없는 성에서 사마의가 이끄는 십 수만 병력을 맞았다. 제갈공명이 누대에 홀로 올라가 앉아서 조용히 거문고를 타니 사마의는 제갈공명의 계교에 빠질까 두려워서 그냥 물러갔다. 제갈공명이 泣斬馬謖(읍참마속후) 虎帳(호장) 안에서 거문고를 탔다.
2
공낭(空囊) - 두보(杜甫)
빈 주머니
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 쓴 맛 나는 덜 익은 잣을 밥처럼 먹고
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 붉은 아침노을을 물처럼 마시면서
世人共滷莽(세인공로망) : 사람들이 대충대충 살고 있을 때
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 나는 힘들고 어려운 길 걸어 왔다네.
不爨井晨凍(불찬정신동) : 밥을 짓지 않으니 샘물이 얼어 있고
無衣床夜寒(무의상야한) : 침상에는 옷이 없어 밤중에도 춥지만
囊空恐羞澀(낭공공수삽) :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네
* 翠柏(취백): 잣나무. 여기서는 ‘아직 덜 익은 잣나무 열매’란 뜻으로 새겨 읽었다.
* 晨霞(신하): 아침노을(= 조하朝霞). ‘晨’을 ‘朝’로 쓴 자료도 있다.
* 滷莽(노망): 눈앞의 안일만을 탐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행동이 단순하고 경솔한 것을 뜻하는 ‘노무魯莽(이때 ‘莽’의 독음은 ‘무’이다)’과 통한다.
* 吾道(오도): 시인이 생각하는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가리킨다.
* 爨(찬):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것을 가리킨다.
* 羞澁(수삽): 부끄럽다. 난감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건원(乾元) 2년(759). 벼슬을 그만두고 진주(秦州) 동곡(同谷)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전란이 평정되지 않은 가운데 두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
첫 두 구절에 나오는 잣나무 열매와 아침노을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당시 두보의 살림이 그만큼 어려웠던 것을 말하고 있고,
또 하나는 《열선전列仙傳》에서 말한 ‘적송자는 잣나무 열매를 먹기 좋아했다(赤松子好食柏實)' 거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대인부(大人賦)」에서 '북방의 밤기운을 호흡하고 아침노을을 마신다(呼吸沆瀣餐朝霞)'고 했던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신선 같은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을 말한 것이다.
제3,4구절 ‘世人共滷莽, 吾道屬艱難’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앞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대충대충 살아가는 것과 달리 자신은 전란 중에도 나라를 위한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것이 어려운 삶을 살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 두보는 「도성에서 봉선현으로 부임하며 회포를 읊은 시(自京赴奉先縣咏懷五百字)」에서도 ‘해바라기가 해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듯(葵藿傾太陽) 그 본성은 진실로 빼앗을 수 없다(物性固難奪)’이라고 읊은 바 있다.
제5,6구절에서 두보는 다시 어려운 형편을 말하고 있는데 ‘밥을 짓지 않으니 새벽 샘이 얼어붙어 있고(不爨井晨凍) 옷이 없으니 침상은 밤에도 춥다(無衣床夜寒)’고 한 것을 보면 저녁부터 아침까지 밥 지을 쌀이 없고 다시 밤이 되어도 추위를 막을 방법이 없는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러워질 것 같아(空囊恐羞澁)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다(留得一錢看)’고 한 마지막 두 구절에서는 끼니를 거르더라도 체면까지는 잃고 싶지 않았던 두보의 안타까운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3
관병(觀兵) - 두보(杜甫)
군대를 보며
北庭送壯士(배정송장사) : 북정에서 장사들을 보내니
貔虎數尤多(비호삭우다) : 비호같은 군사들이 더욱 많아졌다.
精銳舊無敵(정예구무적) : 정예함에는 예날 무적이었으니
邊隅今若何(변우금야하) : 변방에서는 지금 어떠할까.
妖氛擁白馬(요분옹백마) : 요사한 기운 백마를 감싸고 있으니
元帥待琱戈(원수대조과) : 원수님은 지휘권인 장식된 창을 기다린다.
莫守鄴城下(막수업성하) : 업성의 아래를 지키지만 말고
斬鯨遼海波(참경료해파) : 용동 바다의 고래 같은 도둑을 베어야 한다.
4
관정후희증(官定後戲贈) - 두보(杜甫)
官職이 定해진 뒤 장난삼아
不作河西尉(불작하서위) : 河西尉(하서위)를 하지 않은 것은
淒涼爲折腰(처량위절요) : 悽凉(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하기 때문이라.
老夫怕趨走(로부파추주) : 늙은 사내 奔走(분주)히 다니기 두려우나
率府且逍遙(솔부차소요) : 率府(솔부)는 逍遙(소요)하며 지닐 수 있으리라.
耽酒須微祿(탐주수미록) : 술을 즐기려면 적은 俸祿이라도 필요하나니
狂歌託聖朝(광가탁성조) : 미친 듯 노래하며 성스러운 조정에 몸을 붙인다.
故山歸興盡(고산귀흥진) : 故鄕 생각에 흥이 다하여 귀가하며
回首向風飇(회수향풍표) : 고개 돌려 바라보니 돌개바람이 불어온다.
5
광부(狂夫) - 두보(杜甫)
미친 사내
萬里橋西一草堂(만리교서일초당) : 만리교 서쪽에 초가집 하나
百花潭水卽滄浪(백화담수즉창랑) : 백화담 물결엔 푸른 물결 남실남실
風含翠篠娟娟淨(풍함취소연연정) : 바람이 실린 푸른 대는 산들산들 휘청 이고
雨嚢紅蕖冉冉香(우낭홍거염염향) : 비스치고 간 붉은 연꽃 은은한 향기 풍기네.
厚祿故人書斷絶(후록고인서단절) : 출세한 친구들은 소식이 끊기고
恒飢維子色凄凉(항기유자색처량) : 아이들은 노상 굶어 낯빛이 핼쑥하다.
欲塡溝壑唯疏放(욕전구학유소방) : 늙어 죽을 이참에도 멋대로 호기만 부리는 나
自笑狂夫老更狂(자소광부노경광) : 혼자서 웃는다. 미친놈이 늙을수록 더 미쳐 가는 꼴에
* 篠(소) : 조릿대. 대나무의 일종으로 줄기가 가늘다. * 嚢(읍) : 두르다. 향내가 나다. * 蕖(거) : 연꽃
* 塡溝壑(전구학) : 길가에 죽어 뒹굴어도 거두어 장사 지내 줄 사람이 없다는 뜻.
6
구일기잠삼(九日寄岑參) - 두보(杜甫)
구일 잠삼에게 부치다
出門復入門(출문복입문) : 대문을 나서다가 다시 들어오나니
雨脚但如舊(우각단여구) : 빗발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所向泥活活(소향니괄괄) : 가는 곳마다 빗물에 진흙이 질퍽하니
思君令人瘦(사군령인수) : 그대를 생각에 사람이 여위어간다.
沈吟坐西軒(침음좌서헌) : 울적하게 시를 읊으며 서헌에 앉아
飮食錯昏晝(음식착혼주) : 먹고 마시며 지내니 밤낮을 모르겠다.
寸步曲江頭(촌보곡강두) : 곡강의 머리는 몇 걸음인데
難爲一相就(난위일상취) : 한 번 나아가기가 어렵기만 하다.
吁嗟乎蒼生(우차호창생) : 아, 백성들이여
稼穡不可救(가색부가구) : 농사일을 살릴 수가 없구나.
安得誅雲師(안득주운사) : 어찌해야 구름의 신을 죽이어
疇能補天漏(주능보천누) : 누가 하늘이 새는 것을 깁을 수 있을까.
大明韜日月(대명도일월) : 크게 밝은 해와 달을 감추고
曠野號禽獸(광야호금수) : 넓은 들판에는 새와 짐승들을 울게 하는가.
君子强逶迤(군자강위이) : 군자는 억지로 비틀거리며 다니고
小人困馳驟(소인곤치취) : 소인은 피곤하게도 바삐 돌아다니는구나.
維南有崇山(유남유숭산) : 남쪽에는 높은 산들이 있는데
恐與川浸溜(공여천침류) : 내와 못이 흘러가버릴까 두렵구나.
是節東籬菊(시절동리국) : 이 시절 동쪽 울타리의 국화는
紛披爲誰秀(분피위수수) : 흐트러지게 누구를 위해 피어있나.
岑生多新詩(잠생다신시) : 잠생은 새로 지은 시도 많고
性亦嗜醇酎(성역기순주) : 성품은 또한 진한 술을 좋아한다.
采采黃金花(채채황금화) : 황금처럼 누런 국화꽃을 따서
何由滿衣袖(하유만의수) : 어떻게 해야 옷소매에 가득 채울 수 있으리오.
7
봉화엄대부군성조추(奉和嚴大夫軍城早秋) - 두보(杜甫)
엄무의 〈軍城早秋〉에 화답하여
秋風褭褭動高旌(추풍뇨뇨동고정) : 가을바람 살랑살랑 불어 높은 깃발 나부끼고
玉帳分弓射虜營(옥장분궁사로영) : 장군의 막사에선 활을 나눠주며 오랑캐 군영을 쏘게 하네.
已收滴博雲間戍(이수적박운간수) : 이미 적박령 구름 덮인 군영을 빼앗고
更奪蓬婆雪外城(갱탈봉파설외성) : 다시 설산 밖의 봉파성 뺏으려 한다.
奉和 : 제목에 사용된 ‘봉화’라는 말은 다른 누군가의 시를 받들어 화답한다는 의미로 이 작품은 화답시임을 알 수 있다. 엄무(嚴武)라는 대부(大夫)가 지은<軍城早秋>라는 시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쓴 작품으로 보인다. 굳세고 강건한 기운이 작품 곳곳에 차고 넘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褭 : ‘낭창거릴 뇨’자로 ‘뇨뇨褭褭’는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모양을 일컫는다.
* 旌(정) : 旗의 총칭, 정기(旌旗)를 가리킨다.
* 玉帳 : 군대에서 원수(元帥)가 거처하는 막사로, 옥처럼 견고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 滴博(적박) : 쓰촨성(四川省) 이번현의 동남쪽에 있는 적박령(滴博嶺) 고개를 가리킨다.
* 蓬婆(봉파) : 산 이름으로 자주(柘州)에 있는 토번(吐蕃) 대설산(大雪山)의 이칭(異稱)으로 이곳의 봉파성(蓬婆城)을 가리킨다.
* 雪外 : '설산(雪山) 밖'으로 설산은 현재 쓰촨성(四川省)에 위치하고 있다.
------군성조추(軍城早秋) - 엄무(嚴武 726~765)------
군 주둔지의 이른 가을
昨夜秋風入漢關(작야추풍입한관) : 어젯밤에 가을바람 한나라 국경에 드니
朔有邊雪滿西山(삭유변설만서산) : 북쪽 변방에 구름과 눈이 서산에 가득하다.
更催飛將追驕虜(경최비장추교노) : 용맹하고 날쌘 장군을 재촉하여 교만한 오랑캐 쫒아
莫遣沙場匹馬還(막견사장필마환) : 모래벌판에서 말 한필도 돌려보내지 않게 하리라.
* 漢關 : 이민족이 아닌 한족이 쌓은 성의 관문을 가리킨다. 다른 시(詩)에서는 일반적으로 만리장성의 관문을 가리킨다.
* 朔雲 : 북방의 구름을 뜻하며, ‘삭(朔)’은 북쪽을 말한다.
* 西山 : 쓰촨성(四川省) 서부에 있는 대설산(大雪山)을 가리킨다.
* 飛將 : ‘비장(飛將)’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비장군(飛將軍) 이광(李廣)을 가리키나, 여기선 시인의 부하 중 용감한 맹장(猛將)을 가리키는 것을 보아야 한다.
* 驕虜 : 교만한 오랑캐로 여기선 토번족(吐蕃族)을 가리킨다.
* 莫遣 : ‘莫’은 ‘~~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遣’은 사동(使動)의 의미를 가진다.
8
권야(倦夜) - 두보(杜甫)
잠 못 이루는 밤
竹涼侵臥內(죽량침와내) : 대나무 숲의 서늘한 기운 침실에 스며들고
野月滿庭隅(야월만정우) : 들의 달빛 정원 구석까지 가득하다.
重露成涓滴(중로성연적) : 댓잎에 맺힌 이슬은 방울 되어 떨어지고
稀星乍有無(희성사유무) : 드문 별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暗飛螢自照(암비형자조) : 어둠을 나는 반딧불은 스스로를 비추고
水宿鳥相呼(수숙조상호) : 물가에 자는 새들 서로를 불러댄다.
萬事干戈裏(만사간과리) : 이 모든 일이 전란 중에 있으니
空悲清夜徂(공비청야조) : 맑은 밤 지나감이 부질없이 슬프구나.
* 竹涼(죽량) : 대숲의 서늘함. * 臥内(와내) : 침실 안. * 重露(중로) : 대나무 잎 끝에 이슬이 맺힘.
* 涓滴(연적) : 물방울. * 稀星(희성) : 드문 별. * 干戈(간과) : 창과 방패. * 徂(차) : 지나가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광덕(光德) 2년(764) 두보의 53세 때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두보는 당시 집이 성도(成都) 교외 완화계(浣花溪)에 있었는데, 일을 마치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어 자주 막부 내에 묵곤 했다.
이 시는 완화계의 초당에서 지은 시로 깊어가는 가을에 잠 못 이루며 가을 정취를 읊은 시로 당시 나라가 전란 중에 있어 가을 정취도 서글퍼진다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9
금석항(今夕行) - 두보(杜甫)
오늘 저녁을 읊은 노래
今夕何夕歲云徂(금석하석세운조)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한 해가 가는 날이네.
更長燭明不可孤(경장촉명불가고) : 밤은 길고 촛불은 밝으니 혼자 지낼 수야 없다네.
咸陽客舍一事無(함양객사일사무) : 함양 객사에는 할 일도 하나 없고
相與博塞爲歡娛(상여박새위환오) : 서로 모여 투전하며 즐겁게 논다네.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 남을 이기려 크게 소리 질러 오백(五白)을 부르며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불긍성효로) : 웃통 벗고 맨발로 뛰지만 효로(梟盧)는 이루어지지 않네.
英雄有時亦如此(영웅유시역여차) : 영웅도 이와 같이 할 때 있으니
邂逅豈卽非良圖(해후기즉비량도) : 우연히 만나 즐김 어째 좋은 방법이 아닐런가.
君莫笑劉毅從來布衣願(군막소류의종래포의원) : 그대는 벼슬하지 못한 때의 유의(劉毅)의 소원을 비웃지 말라
家無儋石輸百萬(가무담석수백만) : 집에는 몇 섬의 곡식도 없었지만 도박에 백만전 걸었다네.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1권에 실려 있는 바, 천보(天寶) 5年(746) 장안(長安)으로 돌아온 뒤에 지은 것으로, 섣달 그믐날밤 함양(咸陽)의 어느 객사(客舍)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름을 하며 즐기는 호방한 모습을 그렸다.
* 更長(경장) : 1경(更)은 보통 2시간으로 옛날 밤을 다섯으로 나누어 5경까지 있었다.
* 博塞(박새) : 놀음의 한 가지로 雙六(쌍육)과 비슷한 놀이이다.
*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불긍성효로) : 憑陵(빙릉)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한 모습이며, 오백(五白)은 도박(賭博) 놀음패의 하나로 五木의 제도인데, 위는 검고 아래는 희게 만든 주사위를 던져서 다섯 개가 모두 검은 쪽이 나오는 것을 로(盧)라 하여 가장 좋은 패로 보고, 그 다음은 모두 흰 쪽이 나오는 패인데 이를 五白이라고 한다. 五白을 외친다는 것은 주사위를 던지면서 좋은 패가 나오라고 외치는 것이다. 효로(梟盧)는 옛날 저포(樗蒲)놀이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효(梟)라 하고, 그 다음을 로(盧)라 하였다. 李德弘의《艮齋集》續集 4권에 “골패 다섯 개가 모두 흰 색이면 이기므로 던지는 자들이 오백(五白)을 외치면서 이 패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효(梟)와 로(盧)는 반드시 오백(五白)의 하나일 터인데 효(梟)가 더 우세한 패이다.” 하였다. 金隆(김륭)의 《勿巖集(물암집)》에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 劉毅(유의) : 동진(東晉)의 패(沛)땅 사람으로 저포(樗蒲) 놀이를 좋아하여 한 판에 백만 금을 걸기도 하였다. 젊어서부터 큰 뜻을 품었는데 환현(桓玄)이 찬위(簒位)하자 劉裕(유유)와 함께 군사를 일으켜 토평(討平)하고 그 공로로 남평군개국공(南平郡開國公)에 봉해졌으나 劉裕(유유)와 불화(不和)하여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南史(남사)》에 “劉毅(유의)는 집에 몇 석의 저축이 없었으나 저포 노름 한 판에 백만 전을 걸었다.” 하였다.
10
빈지(賓至) - 두보(杜甫)
손님이 오다
患氣經時久(환기경시구) : 폐병을 앓아 시기가 지난 지 오래되어
臨江卜宅新(림강복택신) : 강가에 새로이 집을 지었다네.
喧卑方避俗(훤비방피속) : 시끄럽고 비속한 곳을 피하니
疎快頗宜人(소쾌파의인) : 조용하고 상쾌하여 사람살기 적당하네.
有客過茅宇(유객과모우) : 어떤 손님이 나타나 내 초가집을 지나가니
呼兒正葛巾(호아정갈건) : 아이 불러 갈건을 바로잡게 하였네.
自鉏稀菜甲(자서희채갑) : 스스로 가꾼 드문드문한 채소를
小摘爲情親(소적위정친) : 조금 뜯어 옴은 정든 사람들 위함이라네.
11
낙일(落日) - 두보(杜甫)
지는 해
落日在簾鉤(낙일재렴구) : 지는 해는 주렴 갈고리에 걸리었고
溪邊春事幽(계변춘사유) : 시냇가 봄 정경이 그윽하구나.
芳菲緣岸圃(방비연안포) : 향초(香草)는 강 언덕 채소밭을 둘러 있고
樵爨倚灘舟(초찬의탄주) : 여울에 정박한 배는 밥을 짓고 있구나.
啅雀爭枝墜(조작쟁지추) : 시끄러운 참새는 나뭇가지를 다투다 떨어지고
飛蟲滿院遊(비충만원유) : 날벌레들 뜰 안 가득 노니네.
濁醪誰造汝(탁료수조여) : 탁주여, 누가 너를 만들었는가?
一酌散千憂(일작산천우) : 한 잔이면 온갖 근심 날아간다네.
* 簾鉤(염구) : 발을 거는 갈고리. 鉤는 갈고리 ‘구’ * 溪邊(계변) : 시냇가. 완화계(浣花溪)의 시냇가.
* 芳菲(방비) : 향초(香草). 봄에 핀 향기로운 풀. * 岸圃(안포): 시냇가 기슭에 밭. 圃는 채마밭 ‘포’. 채소밭.
* 樵爨倚灘舟(초찬의탄주) : 여울 앞에 정박한 배에서 밥을 짓고 있다. 樵爨(초찬)은 나무를 때는 아궁이, 倚灘舟(의탄주)는 여울 앞에 정박해 놓은 배.
* 啅雀(조작) : 시끄럽게 울어 대는 참새. 啅는 시끄러울 ‘조’. * 濁醪(탁료) : 탁주, 막걸리. * 一酌(일작) : 한 잔 술.
* 이 시는 당나라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 봄에 두보가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에 모옥(茅屋)을 짓고 거처하였을 때(두보의 나이 50歳) 지은 시로, 새로 담은 탁주를 마시며 해가 지는 봄날 저녁 경치를 정감 있게 읊은 시이다.
이때 지은 시로 객지(客至), 茅屋爲秋風所破歌(모옥위추풍소파가) 등이 있다.
12
객지(客至) - 두보(杜甫)
손님 오시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배개춘수) : 집의 남북, 온 천지가 다 봄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내) : 날마다 떼 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만 봅니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 : 꽃길은 지금껏 손님 오신다고 쓸어보지 않았고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 사립문도 오늘 처음 열어둔다오.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 반찬은 시장이 멀어 맛있는 것 전혀 없고요
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 : 독에 가득한 술도 막걸리지요.
肯與鄰翁相對飮(긍여린옹상대음) : 그래도 이웃 노인과 같이 마시고 싶으시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 울타리 너머 불러오셔서 남은 술잔 다 비우시지요.
13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 - 추풍에 지붕 날라가고
* 이 시어가 현대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 올려져있는 시이다. 팔월의 태풍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홍수로 떠내려가 마을이 황폐하니 도적이 들끓고 늙은 몸 대책이 없어 곤궁함을 그리고 있다.
八月秋高風怒號(팔월추고풍노호) : 팔월 지나 가을 깊어지니 바람 이 성난 듯 불어대어
卷我屋上三重茅(권아옥상삼중모) : 세 겹 띠 이엉이 말려 날아 가버렸네.
茅飛渡江灑江郊(모비도강쇄강교) : 띠 이엉은 날아가 건너 강둑에 흩어지고
高者挂罥長林稍(고자괘견장림초) : 위로 날아간 것은 나뭇가지 끝에 걸리고
下者飄轉沈塘坳(하자표전침당요) : 아래로 날아간 것은 굴러 내려 웅덩이를 메운다.
南村群童欺我老無力(남촌군동기아노무력) : 남촌의 아이 들 나를 힘없는 노인이라 업신여겨
忍能對面爲盜賊(인능대면위도적) : 몰인정하게 눈앞에서 도둑질하고
公然抱茅入竹去(공연포모입죽거) : 보란 듯이 띠 이엉 안고 대숲으로 달아나네.
脣焦口燥呼不得(순초구조호부득) : 입술은 타고 입은 말라 소리도 못 지르고
歸來倚仗自歎息(귀래의장자탄식) : 돌아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한숨만 짓는다네.
* 茅屋 : 초가집 * 所破 : 망가짐 * 八月秋高 : 음력팔월 가을 깊어 * 風怒號 : 노한 듯 세차게 분다.
* 卷 : 말아 날리다 * 灑江郊(쇄강교) : 강가에 흩어짐 * 高者 : 높이 날아간 것 * 挂罥(괘견) : 얽히고 걸리다
* 長林稍(장림초) : 높은 숲 나무 위 * 下者 : 아래로 날아간 것 * 飄轉(표전) : 바람에 휘말려 구른다.
* 沈塘坳(침당요) : 구덩이에 빠짐 * 欺我 : 나를 깔본다. * 忍(인) : 몰인정하게 * 對面 : 뻔히 눈앞에서
* 抱茅(포모) : 띠를 안고 * 入竹去 : 대숲으로 간다. * 脣焦(순초) : 입술이 탄다. * 口燥(구조) : 목이 마름
* 呼不得 : 소리를 지를 수 없다 * 倚仗(의장) : 지팡이를 짚고
친구 고적(군수)의 도움으로 성도 완화계의 초당에 살 때 수해를 입고 지은 시이다.
이재민의 참상을 그리고 구호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俄頃風定雲墨色(아경풍정운묵색) : 이내 바람 그치고 먹구름 일어나며
秋天漠漠向昏黑(추천막막향혼흑) : 가을하늘 아득하게 저녁 어둠이 깔린다.
布衾多年冷似鐵(포금다년냉사철) : 오래된 베 이불은 차갑기 쇠와 같고
嬌兒惡臥踏裏裂(교아악와답리렬) : 개구쟁이 아이들 잠버릇에 이불속 찢어졌네.
牀頭屋漏無乾處(상두옥루무건처) : 지붕 새어들어 침상에 마른 곳 하나 없고
雨脚如痲未斷絶(우각여마미단절) : 어수선한 빗발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自經喪亂少睡眠(자경상란소수면) : 난리 겪어 지친 몸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長夜沾濕何由徹(장야점습하유철) : 긴 밤을 흠뻑 젖어 어떻게 지새리오.
安得廣廈千萬間(안득광하천만간) : 어찌하면 넓고 큰집 천 만 칸을 마련하여
大庇天下寒士俱歡顔(대비천하한사구환안) : 춥고 가난한 모든 사람 기쁜 얼굴 갖게 하고
風雨不動安如山(풍우부동안여산) : 풍우에 끄떡없이 산처럼 평안히 할 수 있을까.
嗚呼何時眼前突兀見此屋(오호하시안전돌올견차옥) : 아, 언제나 눈앞에 우뚝한 집을 볼까나.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 내 집이야 부서져 얼어 죽어도 족하도다.
* 俄頃(아경) : 얼마 후 * 漠漠(막막) : 아득하다 * 昏黑 : 저녁의 어둠 * 布衾(포금) : 베 이블
* 冷似鐵(냉사철) : 쇠와 같이 차다 * 嬌兒(교아) : 장난꾸러기 아이 * 惡臥 : 나쁜 잠버릇
* 踏裏裂 : 걷어차 속이 찢어짐 * 牀頭 : 침상머리 * 屋漏 : 집이 새다 * 雨脚如痲 : 빗줄기가 어수선히 떨어짐
* 自經喪亂 : 전란을 치른 후 * 少睡眠 : 잠이 안와 부족함 * 沾濕 : 비에 젖어 축축함 * 何由徹 : 어떻게 밤을 새울까?
* 安得 : ~하면 얻을까 * 廣廈(광하) : 넓고 큰집 * 大庇(대비) : 모두 비호함. 편을 들어 감싸고 보호하다
* 寒士 : 가난한 사람 * 俱歡顔 : 서로 즐거운 낯으로 * 突兀(돌올) : 우뚝 솟은 품 * 受凍死 : 얼어 죽다
찢어진 이부자리위에 빗물에 어수선하게 떨어지는 침상에서 뜬눈으로 지새우는 서글픔이 가득하다. 어찌하면 천만칸의 집을 지어 가난한 사람을 모두 구제할까? 그렇게 되면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 내 집이야 부서지고 얼어 죽어도 나는 족하도다. 라고 하였으니 자를 보살피는 지식인의 마음가짐이 극치를 이루고 가난한 사람에게의 관심과 위정자의 분발을 자극하고 있다.
1200년이 지난 현대에 이르도록 그 인도주의에 깊은 흔적이 재평가되고 있는 불후의 명작이라 하겠다.
14
효망(曉望) - 두보(杜甫)
새벽에 바라보다
白帝更聲盡(백제경성진) : 백제성에 딱딱이 소리 그치고
陽臺曙色分(양대서색분) : 양 누대에 새벽빛이 분명하다.
高峰寒上日(고봉한상일) : 높은 봉우리 떠오르는 해는 추운데.
疊嶺宿霾雲(첩령숙로운) : 첩첩 고개엔 비구름이 잠잔다.
地坼江帆隱(지탁강범은) : 땅이 갈라진 사이로 흐르는 강물, 숨은 돛배
天淸木葉聞(천청목엽분) : 맑은 하늘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荊扉對糜鹿(형비대미록) : 사립문은 고라니 사슴과 마주하고 있으니
應共爾爲群(응공이위군) : 저들과 한무리 되어야지
* 地坼(지탁) : 땅이 갈라진 듯 한 계곡 * 荊扉(형비) : 싸리문* 糜鹿(미록) : 고라니와 사슴 * 共爾(공이) : 너희와 같이
비교적 주관적 정서를 배제하고 외부 경물 묘사에 주력하고 있다.
“사립문 너머로 보이는 미록과 함께 하겠다” 자연에의 귀의를 희망하고 있다.
15
다병집열봉회리상서지방(多病執熱奉懷李尙書之芳) - 두보(杜甫)
병이 잦아 더위를 먹으니 이지방(李之芳) 상서(尙書)를 생각하노라
衰年正苦病侵凌(쇠년정고병침능) : 늘그막에 정말 괴로운 것은 병드는 것이니
首夏何須氣鬱蒸(수하하수기울증) : 초여름에 어찌 이리 날씨 무더운가?
大水淼茫炎海接(대수묘망염해접) : 큰물은 아득하여 찌는 바다에 닿아 있고
奇峯硉兀火雲升(기봉률올화운승) : 기이한 봉우리 우뚝하니 불같은 구름에 오르네.
思霑道暍黃梅雨(사점도갈황매우) : 길에 더위 먹은 이들 황매우(黃梅雨)에 젖기를 생각할 뿐
敢望宮恩玉井冰(감망궁은옥정빙) : 임금의 은혜로 하사하는 옥정(玉井)의 얼음을 감히 바라리오.
不是尙書期不顧(불시상서기불고) : 상서(尙書)와의 약속을 돌아보지 않음이 아니라
山陰夜雪興難乘(산음야설흥난승) : 산음(山陰)의 눈 오는 밤처럼 흥을 탈 수가 없어서라네.
ㅡ
단오일사의端午日賜衣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