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귀농·귀촌 (상)귀농·귀촌 인구 늘어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귀농·귀촌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적 위기를 겪은 도시민의 농촌 이주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과거 경제위기 때와는 달라진 사회적 조건 등으로 귀농·귀촌이 증가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뀔 귀농·귀촌 양상과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 여건 나쁘면 귀농·귀촌 늘어 쾌적한 농촌서 자녀 양육 관심도↑ 부족한 일자리·비싼 농지 ‘진입장벽’ 실제 유입인구 안 늘 거란 의견도 “정책·현장 점검 뒤 보완책 마련을” 정부가 올 6월 발표한 ‘2020년 귀농·귀촌 정책 방향’엔 코로나19 이슈가 가장 위로 올라와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귀농·귀촌에 관심을 두는 도시민 증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올해 정부가 수립한 귀농·귀촌 정책의 기본 방침이다. 이같은 분석은 과거 굵직했던 경제적 위기 이후 나타났던 귀농·귀촌 증가 현상에 근거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당시 1814가구였던 귀농가구는 1998년 6409가구로 3배 이상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에도 2218가구였던 귀농가구는 2009년 4080가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도시민의 인식 변화에서도 그 근거를 엿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4월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는 응답률은 20.3%로 집계됐고 ‘귀농·귀촌 의향이 감소했다’는 응답률은 8.2%에 그쳤다. 농경연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도시 압출요인과 농촌 흡인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현 사태 진정 후 귀농 증가 및 농민의 도시 유출 감소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영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귀촌기획실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도시민의 귀농이 늘 가능성이 있다”며 “증가한 귀농·귀촌이 역귀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거 사례를 참고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위와 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귀농·귀촌 모두가 아닌 귀촌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민규 전남 귀농산어촌종합지원서울센터장은 “단기적으론 농사가 소득으로 연결되기 어려우므로 경제적 위기를 겪은 이들이 귀농을 선택할 여지는 크지 않다”며 “다만 지역 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의 일자리를 구해 내려오는 귀촌 인구는 늘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환경적 요인으로 농촌을 찾는 인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행교 충북 단양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장은 “예전보다 초등학교 입학 절차를 궁금해하는 도시민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깨끗한 환경인 농촌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싶어하는 도시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귀농·귀촌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를 겪었던 과거에 비해 귀농·귀촌의 진입장벽이 훌쩍 높아진 현재 상황을 이유로 든다. 농지가격이 많이 비싸진 데다 살 집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준비가 안된 도시민이 농촌의 문을 두드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타진해볼 수는 있겠지만 조금만 알아봐도 농촌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상당히 준비하고 내려오는 귀농·귀촌인들도 못 버티고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일자리는 도시에 훨씬 많다”며 “당장 도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결국 다시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코로나19 자체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일부 경제적 위기를 겪은 이들이 있겠지만 삶의 터전을 바꿀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금창영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처럼 아예 도시를 떠나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인다”라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귀농이 늘 것을 짐작하게 하는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엔 그냥 도시 생활이 싫어서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농업·농촌 생활을 목표로 준비해서 이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점도 간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급작스럽게 귀농·귀촌을 결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한 금 공동대표는 “농식품부 조사 결과 최근 수년간 귀농·귀촌 인구가 줄고 있는데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제 귀농·귀촌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관심은 증가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한다. 따라서 이 기회에 이들을 제대로 품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참에 기존 귀농·귀촌 정책이나 현장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보완해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현진·이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