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꾄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9.19. -
행복한 삶은 풍요로우면서 평화로운 상태일 것이다. 양식이 풍성한 상황에서 ‘나’와 이 세계가 무르익어가는, 여유롭고 안온한 상태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것을 무릉도원, 혹은 유토피아라 부를 수 있다. 누구나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굶주린 욕망을 채워 더 이상 걱정이나 근심이 없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상태. 유년의 어머니 품속과 유사한 절대적 안전 상태가 그런 이데아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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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하 암담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김상용 시인도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가 그리고 있는 전원, 즉 ‘밭이 한참갈이’로 평화롭고, ‘강냉이가 익’어가는 황금 들판은 아무 걱정 근심 없는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그곳을 모르는 사람이 ‘왜 사냐’고 물어보아도 마음 한가로워 씩 ‘웃고’ 말 수 있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까닭은 자신이 이미 무릉도원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마음 한가로움이야말로 현실에 나타난 꿈의 촉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