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광주 롯데전에서 기아 이종범이 얼굴에 볼을 맞아 쓰러져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워 했던 사람은 바로 부인 정정민씨였어요. 정씨는 평소 구장을 잘 찾지 않습니다만 이날은 묘하게 현장에서 경기 장면을 지켜봤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남편이 주니치 시절에 이어 그라운드에 나뒹굴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해요. 병원에 따라가 남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수만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지요. 선수생활은 이제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 말 못할 괴로움과 잡념이 그를 괴롭혔답니다. 그날 밤을 눈물로 하얗게 지새운 그는 다음날 아침 다행히 “수술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는 주치의의 소견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그날 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몇 년보다 길었다”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그만하기에 다행이지 자칫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첫 눈에 반했어!
LG는 지난달 31일 투수 방동민을 기아에 내주고 내야수 김상현을 데려왔는데요. LG가 김상현을 낙점하기까지의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트레이드라는 길고 긴 저울질이 눈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죠. 롯데와 트레이드를 추진했으나 카드가 맞지 않아 포기한 LG는 지난달 27일 잠실에서 만나 다시 기아와 트레이드 논의를 시작했어요. 쓸 만한 야수를 얻기 위해서였죠. 기아는 이전부터 왼손투수 방동민에게 큰 관심을 보여왔던 터였지요. 그런데 정작 기아의 상대 카드가 여의치 않아 진척이 더뎠어요. 그런데 김상현이라는 선수가 갑자기 나타난 겁니다. 사실 김성근 감독의 기억 속에 김상현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했습니다. 1군 성적이 없어 전혀 모르는 선수였다는군요. 김상현의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은 28일 잠실경기를 통해서였어요.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프리배팅을 하는 김상현의 스윙이 매우 부드럽다며 호감을 보였고 그날 9회 대타로 나와 이상훈으로부터 깜짝 좌월2점홈런을 뽑아내는 것을 보며 마음을 정했답니다. 그야말로 첫 눈에 반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