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버릭이 돌아왔다.
매버릭이 돌아왔다. 무려 36년 만이다. 톰캣에 탑승해 함께 전장을 누비던 동료들은 이제 제독이 되거나 퇴역해 비행과는 멀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대령에 머물며 현역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여전하다. 그때 남성들의 로망이던 항공점퍼와 선글라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은 활주 하는 전투기를 배경으로 달린다. 영화의 오프닝 역시 전작에 대한 오마주를 바치며 시작한다. 추억이 된 이름들 돈 심슨과 제리 브룩 하이머를 엔딩 크래딧에는 토니 스콧의 이름을 자막으로 띄우고 석양을 배경으로 항모에서 쌍발 엔진을 기동 하는 전투기, 고기에 흐르던 케니 로긴스의 데인저 존은 뭉클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세월이 흐르고 영화는 기술의 진보로 인해 상상 너머의 것들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액션은 강한 동감을 불러온다.
탑건: 매버릭은 관객에게 체험적 질감을 전이시킨다. 조종사가 느끼는 중력의 압박감이나 전투기의 기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것은 기체의 움직임에 맞게 입혀진 사운드는 운동성이 더해지면서 시각뿐만 이 아니라 소리의 움직임에 함께 반응하게 된다. 협곡과 바다로 일사불란하게 변하는 공간에서 지대공 미사일과 적의 전투기를 상대해야 하는 액션들 역시 촘촘하게 구성되어있다. 거기에 클라이맥스에서 끝이려나 싶을 때 두어 번을 더 나아가는 전투 장면은 미진함 없이 꽉 채운 장면들의 연속이다.
매버릭과 루스터 그리고 구스
이번 속편은 전편과 긴밀하게 밀착되어있다. 전편에 바치는 오마주와 함께 전편의 장면을 변주해 감정적 정서까지 끌어온다. 86년 탑건에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바에서 구스와 매버릭이 부르던 “Jerry Lee Lewis - Great Balls of Fire”는 속편에선 그 자리에 함께 하던 구스의 아들이 성장해 동료들과 함께 부른다. 이 장면을 매버릭은 창밖에서 회한에 잠겨 바라본다. 전편에서 가졌던 마음의 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동시에 goose (거위)에서 rooster(수탉)으로 이어지는 관계들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루스터의 인물 설정은 매버릭과도 닮아있다. 매버릭은 구스의 부인인 캐럴의 부탁으로 아들을 조정사가 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지만 결국 교관과 생도로 만나게 된다. 매버릭 역시 아버지로 인해 몇 번이고 고배를 마셨던 인물이라 생각을 하면 루스터는 구스의 외피에 매버릭의 정서를 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 두 사람은 갈등과 반목 속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갖다가 종반부 액션 장면에서 해소가 된다. 위험에 처한 구스를 매버릭이 자신의 희생으로 구하고 다시 구스는 위험에 빠진 매버릭을 위해 헌신한다. 이 반복은 액션으로도 훌륭하지만 굉장한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편의 정서와 함께 생각해 본다면 매버릭은 전편에서 자신이 구하지 못했던 구스를 구하게 된 것으로, 자신 또한 구스에게 구원받게 된것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루스터는 매버릭의 생각하지말고 행동하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구했다. 적진에서 탈출을 하기 위해 그들이 탈취한 것은 이제는 퇴역한 f-14 톰캣이었다. 미그기를 상대하던 낡은 전투기로 추격하는 5세대 전투기들을 따돌려야 하는 전투장면은 굉장한 긴장감과 액션의 쾌감을 준다. 두 사람이 함께 탑승하고 전투를 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매버릭과 구스가 함께 하던 그때를 연상케 한다. 각자의 비행으로 서로를 구하고 하나의 기체로 함께 하는 지점은 서로의 앙금이 풀리고 상처가 봉합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크스타는 파이럿이 필요하다.
세월이 흐른 만큼 전투기를 만드는 기술 역시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다크스타라는 프로젝트로 개발된 비행기는 마하 10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마하 9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제독은 프로젝트 폐기를 원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매버릭은 자신의 역량으로 마하 10을 돌파하게 되고 프로젝트 폐기를 무마하게 된다. 제독은 비용과 효율이라는 명목을 들며 드론과 무인기가 주축이 될 것이라 말하고 매버릭은 “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한다. “ 이대화 장면은 주제적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 것 인간이 손으로 해내 온 대부분의 일들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모든 사례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산업으로 보자면 마블을 필두로 cg가 사람의 연기를 대체하고 있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톰 크루즈는 직접 비행기를 몰고 배우들을 훈련시키고 불가능이라 말하는 것들을 몸으로 극복해냄으로써 생명체라는 가치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라는 중력
86년의 1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력이라는 상징일 것이다. 카메라의 시선, 배우들의 연기, 공기를 가르는 사운드까지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전편의 정서를 속편에서 이어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에서 전해지는 중력은 그들이 떨쳐내지 못했던 과거다. 극복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무게가 되어 인물들을 짓누르고 여전히 거기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저공비행은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목도하는 것이고 다시 상승할 때 중력을 이겨내는 것은 극복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매버릭의 중력은 그가 놓쳤던 사랑, 구하지 못했던 동료, 자신의 정서를 닮은 다음 세대들이었다. 과거가 향수로 남으려면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탑건: 매버릭은 훌륭하게 그것을 해냈다. 영화의 엔딩은 로맨틱하게 비행하는 p-51을 보여주게 된다. 한국 전쟁 때 투입되던 오래된 프로펠러 비행기가 비행하는 모습은 과거 그 자체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과거는 이제 속박이 아닌 유유히 하늘을 나는 여유롭게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 듯 보인다. 시간이 흘러 톰 크루즈를 기억할 때 그는 여전히 콜싸인 매버릭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당,^^!!굿
소대가리님의 극찬 리뷰를 보니
다시 한번 더 뭉클해지네요.
오늘 방송을 들으니 다들 영화 매버릭과 톰 크루즈가 동일시 되어
그의 인생과 그가 앞서 몸으로 부딪히며, 아직은 아니야 라며 우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는
그 감동이 저 역시 뭉클했던 지점이였거든요.
이 리뷰를 톰형이 본다면
이래서 한국의 팬들이 최고라 했자나
하실거 같네요.ㅎㅎ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투기란 이런거야 하고 보여주는 매버릭
그리고 영화란 이런거야 하고 보여주는 톰크루즈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어느덧 노년이 된(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데 다른 표현이 생각이 안나서) 탐 크루즈의 인생과 매버릭이 겹쳐보여서 더 뭉클했던 것 같습니다 ^^ 너무나 인간적이고 열정적이고 능력마저 뛰어난 탐 크루즈에 감탄하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
추억돋는 ost와 시원하고 뻥 뚫린 바다와 하늘을 보는 재미, 현장에 와있는 듯한 사운드까지 !
영화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
보고 나왔는데 이런 훌륭한 후기까지 읽을 수 있어 ~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
후기 감사합니다 😍
탐 크루즈는 여전히 현역인데
발 킬머는 뒷방 늙은이 신세 ㅜㅡㅜ
안타까웠어요
아, 현실 이야기 입니다
마지막 중력에 대한 멋진 생각에.. 와, 하고 공감하고 감탄했습니다 :)
미스터 카우헤드 굿잡
과거라는 중력이라니...반복되는 중력 이라는 글자가 이런 뜻이었구나. 소대가리님 분석을 읽으며 무릎을 탁하고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