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계산대 도난과 조직적 범죄 대응해 고강도 감시 체계 가동
유통 대기업 사상 최대 실적 속 서민들은 식품 불안에 시달려
캐나다 대형 식료품점들이 급증하는 도난 사건에 대응해 바디캠과 안전요원 배치를 늘리는 등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고강도 보안 조치는 도난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으나, 식품 불안정과 가격 폭등 같은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시 체계 확대와 도난 실태
최근 토론토의 프레시코와 캘거리의 슈퍼스토어를 포함한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바디캠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셀프 계산대에서의 절도 증가와 육류 등 고가 상품을 훔쳐 되파는 조직적 소매 범죄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기존에도 카메라와 거울, 매장 설계를 통해 절도를 방지해 왔으나 이제는 단순 감시를 넘어 공권력을 동원한 강압적인 방식으로 감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소매업계는 범죄로 인한 손실이 전국적인 재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2024년 소매업체들이 보고한 평균 손실률은 1.5%로, 2019년과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손실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셀프 계산대를 지목하고 있다. 경찰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토론토 경찰은 5,000달러 이상 물품 절도 사건이 2024년 105건 발생해 2020년 32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위니펙 경찰도 2024년 소매 절도가 전년 대비 46% 늘어났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보안 강화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슈퍼스토어는 지난 5년간 계산대 순찰을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데 1,200만 달러 넘게 지출했다. 월마트 역시 2022년부터 위니펙 매장에 안전요원을 투입하며 140만 달러를 썼다. 하지만 안전요원과 카메라가 절도 적발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소비자와 직원의 사생활을 얼마나 침해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깊어지는 식품 불안과 불균형
현장에서는 문제의 핵심이 절도 그 자체가 아니라 심화하는 식품 불안정에 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국민 4명 중 1명이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원주민과 흑인, 장애인, 신규 이민자 및 노년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세계 9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캐나다에서 식품 불안정이 지속되는 이유는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과 공정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 불안정이 수십 년간 누적되는 동안 대형 유통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반면 업계 노동자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유통업계는 이주노동자와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이 시간당 18.15달러로 인상됐으나 앨버타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임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노동자들이 한 시간 꼬박 일해도 고기 한 팩이나 일반 식료품조차 마음 편히 사기 어려운 실정이다. 캐나다 식품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지출은 매년 3~5%씩 늘고 있으며, 육류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크다. 향후 국제 정세에 따른 연료비 상승은 가격을 더 끌어올릴 전망이다.
유통 대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
캐나다 식료품 시장은 소수 대기업의 독점 체제가 공고하다. 로블로, 리얼 캐네디언 슈퍼스토어, 노프릴스, T&T 슈퍼마켓 등을 거느린 로블로 컴퍼니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갤런 웨스턴 주니어 최고경영자는 순자산 206억 달러를 보유한 2025년 캐나다 3대 부호로 꼽힌다. 로블로 주가는 팬데믹 이후 3배 이상 폭등했고 2025년 수익도 11.6%나 늘었다. 과거 빵 가격 담합 사건으로 5억 달러를 배상하고도 실적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로블로를 포함해 소베이, 메트로, 코스코, 월마트 등 빅5 기업이 전체 시장의 80%를 싹쓸이하는 형국이다.
유통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셀프 계산대 도입, 겉모양 기준에 못 미쳐 농장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채소, 진열대를 채우려 과다 구매했다가 폐기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개인의 생계형 절도보다 식품을 오로지 이윤 추구의 도구로만 보는 유통 구조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속 가능한 유통 모델 모색
대안으로 파머스 마켓이나 지역사회 지원 농업, 공공 식료품점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와 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먹거리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값비싼 감시 장비로 지켜야 할 상품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다. 소비자의 구매 선택이 어떤 식품 유통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거부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