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전문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와 엄마들을 여럿 겪으며, 또한 나 자신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써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키울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곤 한다. 때로는 엄마와 아이의 역할이 바뀌어 엄마가 아이에게 쩔쩔매고 아이는 엄마에게 떼를 쓰고 짜증만 부리는 모습도 보게 되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표정부터 정말 밝고 해맑아 보이며 엄마의 얼굴도 편안해 보이는 정감가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곤 한다.
나 역시도 아내와 아이에게 짜증내고 싸우기도 하며, 아이가 되지도 않는 떼를 쓰거나 우는 모습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참고로 필자는 소아전문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책에 있는 이론에만 얽매이지 않고 정작 아이와 엄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싶어서 신생아때부터 1주일에 하루는 꼭 종일 아내는 밖에 내보내고 아이를 혼자 양육해왔다. 저녁에도 퇴근해서 아이를 돌보고 놀아주는 일은 거의 필자의 몫이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이해되지 못했던 엄마들의 하소연이나 어려움을 차차 느끼게 되고 산후우울증(?)이 생기는 병리기전도 쉽게 이해가 되며 보다 손쉽게 상담을 해 나갈 수 있었으며,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보다 한방소아과 영역을 공부함에 있어서 훨씬 더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여러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또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하나하나 편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1. 지구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할 사람은 엄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엄마들은 지구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를 채근, 질책, 꾸지람, 비난을 하는 듯 하다. 늦게 일어난다고, 밥을 안 먹는다고, 친구들이랑 못 어울린다고, 시험 80점 맞았다고, 게임만 한다고, 학원 한 개 더 다니라고, 일찍 자라고 등등... 당신이 하루 종일 당신의 아이에게 하는 말이 거의 위와 같은 내용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라.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질책, 꾸지람, 채근에도 모자라 학교와 학원에서도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친구보다 못한 자신의 모습에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매사 실패와 좌절감만 맛보는 생활에서 삶의 재미와 의욕이 생길 수 있을까? 무엇이든 하기 싫어지고 귀찮아지며, 게임이나 TV 등에 집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2. 당신 스스로 당신에게 또는 남편과 아내에게 칭찬과 격려부터 하라.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지람만 듣고, 일처리도 제대로 안되고, 남들보다 돈도 적게 버는 듯한 생각만 머릿 속에 가득차 있는 아버지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현실에서의 패배감, 좌절감을 가상현실에서 성취감으로 극복하기 위해 술담배나 유흥, 게임, 도박 등에 빠지기 쉽다.
남편이 돈도 적게 벌어다 주는 것 같고, 우리 아이만 다른 아이들보다 뒤떨어지는 것 같으며, 더 좋은 집, 가방, 옷, 구두를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어머니는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잠시뿐! 더 많은 돈과 똑똑한 아이와 좋은 집과 옷을 생각하는 순간 다시 욕구불만과 우울감에 빠지게 되고, 아이를 지나치게 다그치거나 쇼핑중독에 빠지거나 외도를 하기도 한다.
당신 스스로 칭찬과 격려부터 하라. 당신은 충분히 유능하고 매력적이며 성실하고 당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신의 남편, 아내도 당신을 위해 힘들어도 꾹 참고 성실하게 내조와 외조를 잘 하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남편과 아내에게 만족을 얻지 못하면 내 아이도 똑같이 당신처럼 본인의 삶을 만족하지 못하고 실패와 좌절감만 맛보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될 수 밖에 없다.
3. 아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즉시 반응하라.
유난히 떼를 쓰고 울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들의 엄마는 보통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엄마 입장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앞서다보면 정작 아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유아기때부터 아이가 원하는 것에 즉각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짜증과 떼를 쓰는 강도를 점점 더 높히게 되고 공격적이고 배려심 없는 인격 형성이 되기 쉽다. 위험하거나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할 때는 물론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질책할 필요도 있지만 어른들의 가치관으로 판단하여 우리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고 들어주지 않거나 들어주더라도 짜증을 내고 떼를 쓰면 들어주는 패턴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청소년기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즉각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훈육이 되지 않으면 커서도 본인의 주관과 자존감을 가지기 쉽지 않으며 부모에게 의존적이게 되고 부모 또한 자식을 부모 생각대로 만들고 가르치려고만 든다.
4.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당신이 자식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모든 게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자식은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다른 아이보다 못한 당신 자식 때문에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런 열등감은 바로 당신 자신에게 있다. 당신 자식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가르치고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올바른 훈육의 기본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자식 농사이지 공사가 아니다. 농사짓는 농부는 쌀이면 쌀, 보리면 보리답게 잘 키워내는 것이 기본이지 씨나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보리를 쌀로 만들려하지 말고 밭을 탓하지도 말고 묵묵히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 노무현 대통령 같은 훌륭한 농부가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