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안정환이 블랙번행을 택하지 않을거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안정환이 블랙번에서 입단테스트(trial)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자신의 선수 경력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부심이 잉글랜드로 건너가 테스트 받는 것을 마뜩치 않아할 정도라면 곤란하다. 안정환은 각각 맨유와 토튼햄으로 이적한 박지성, 이영표의 선례를 따르고 싶어한다. 두 선수는 사인 직전에야 영국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만 받았기 때문이다.
입단테스트(trial), 영국에선 흔한 일
한국에서는 조금 다를 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선 입단테스트를 받는 일이 매우 일반적이다. 모든 클럽들이 테스트를 실시하며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일본대표팀의 스타 오가사와라는 최근 웨스트햄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고 중국의 순시앙도 위건 애슬레틱에서 똑 같은 절차를 거쳤다. 테스트 받는 선수들은 대개 해당 팀과 3~4일 정도 함께 훈련한다. 이것은 감독이 해당 선수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감독은 선수의 기량과 태도, 몸 상태, 그리고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지켜본다.
블랙번의 수비수 라이언 넬슨은 지난 시즌 블랙번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그는 이미 찰튼 애슬레틱에서 테스트를 받았으나 입단에 실패한 상태였다. 그러나 넬슨은 지금 블랙번의 알짜 스타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은 잉글랜드 최고의 수비수 중의 한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지곤 한다. 발렌시아 시절 팀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노르웨이 국가대표 욘 카레브도 작년에 블랙번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입단에는 실패했다.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에릭 칸토나도 처음 영국에 올 때는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맨유 소속으로 팀 우승을 이끌어 팀 사상 가장 중요한 선수가 되었다.
입단테스트(trial)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절차다. 선수가 뛰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다. 맨유가 박지성에게 입단테스트를 제안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PSV에 스카우트를 보내 박지성이 뛰는 모습을 20번 넘게 보아두었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유럽 최고 명문 그룹에 속하는 팀에서 뛰며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다는 사실은 그들이 잉글랜드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편집자 주 : 반 니스텔로이나 에시앙 등도 입단테스트 없이 메디컬 테스트만 받았다.)
안정환은 박지성과 다르다.
안정환은 자신이 다른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4년 전, 블랙번은 안정환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 무렵엔 아마 입단 테스트를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바로 직전에 끝난 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구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해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태였다.
하지만 그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블랙번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그 뒤로 안정환을 지켜본 일이 없다. 그 4년 동안 안정환은 일본에서 뛰었고 프랑스에 온 뒤 5개월 동안은 부상 등으로 벤치와 주전 사이를 오갔다. 잉글랜드 중상위권팀, 그것도 당장 쓸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한 감독 입장에서라면 기록이 그 선수의 현재 상태, 즉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인가의 여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마크 휴즈 감독은 자신이 한번도 직접 보지 않은 선수를 영입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안정환을 팀에 합류시켜 자세히 보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톱 레벨(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입증했고 덕분에 자신들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안정환은 근래들어 그런 성과를 낸 일이 없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안정환은 유럽 명문팀 중 하나를 골라 이적해야 겠지만 그가 지금 프랑스 1부리그 최하위권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지 못한 상태라면 첼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가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전쟁을 펼치는 장면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경우, 구단이 선수에게 접촉한 게 아니라 안정환의 에이전트가 먼저 구단에 연락을 취한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구단이 관심있는 선수를 찾아 그 선수가 실제 경기를 뛰는 장면을 지켜보기 마련이다. 맨유가 박지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정환은 다르다.
입단테스트의 유일한 대안은 블랙번이 프랑스로 스카우트를 보내 안정환이 메스에서 뛰는 공식 경기를 될수록 많이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환이 꾸준히 주전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 겨울 이적시장은 1월말로 마감된다.
무엇이 두려운가 - 테스트 받고 떨어져도 잃을 것은 없다
물론 안정환이 블랙번에 가서 테스트를 받은 뒤 입단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다. 에릭 칸토나의 예에서 보듯, 이게 항상 나쁜 일만은 아니다. 다른 잉글랜드 구단들이 그를 지켜볼 기회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번 테스트를 거절함으로써 안정환은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제한한 꼴이 됐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안정환을 한번쯤 보고 싶어했던 구단이 있다면 그들도 안정환이 테스트는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안정환은 자신이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테스트 없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의 대단한 활약 이후에도 안정환을 찾는 팀은 많지 않았기에 이러한 기대는 일종의 도박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안정환이 독일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나설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봐도 프랑스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게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더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는 방법이다. 첼시, 맨유, 리버풀, 아스날과 같은 강호들과 매주 경기를 갖는 것은 월드컵을 위한 완벽한 대비이고,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그러한 경험을 가진 선수를 대표팀 주전에서 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메스에서 안정환의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메스는 최근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했고 이제 안정환을 놓아주려 하고 있다. 한국 나이 서른 하나라면 이 이상의 제안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블랙번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간다해도 안정환이 잃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적이 성사된다면, 이건 그의 경력에서 가장 멋진 이적이 될 것이다. |
첫댓글 솔직히 동감..
저도 동감.. 솔직히 정환형 올해로 한국나이 31세인데 듀어든씨 말대로 명문구단에서 제의 오기를 바라는것이 말이 안되죠..-0- 그냥 듀어든 말대로 입단테스트 받고오는것도 좋을텐데..
블랙번 말고 다른구단이 관심을갖고있다면 안가도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혹시 사커월드 글쓰실수 있는분 이글좀 올려주세요 올려주시면 감사 ^^;
정환이형~ 최향남을 본 받으삼ㅠ 반이라도~
이글도 맞습니다. 정환이형도 알고 있을겁니다. 근데 전 정환이형 마음을 이해할랍니다. 지금 속이 장난이 아닐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쓰일텐데, 네티즌들이 자존심만 내세운다, 왜 거절하느냐. 이런말 하는거 알게되면 속이 시커멓게 타겠군요.
모 솔직히 메츠에서도 그다지 눈에뛰는 활약은 없었던고로...속이 상하긴 하겠지만 자존심내세울 상황은 아니죠...거기다 르샹피오나 강등권메츠랑 epl중상위권 블랙번이랑 비교하는거도 좀 그렇죠...
이런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니 문제죠.. 매번 자존심.. 때문에 혹은 욕심때문에 이적이 결렬되는 상황이니 안정환을 비난 하는 팬들이 늘고있겠죠...
문제는 구단에 오퍼를 안했다는것. 실패하면 오갈데 없어지죠;
어차피 . 메츠에서도 재계약 제의도 없으니 올 시즌 끝나면 그냥 자유계약 상태 .
일단 블랙번도 메스구단에 트라이얼 하겠다고 오퍼를 했으면 좋겠네요. 그럼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건데;; 개인사정으로 팀을 비우는건 모양새가 안좋죠. 무적선수도 아니고 엄연히 적이 있는 선수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곽모씨도 원체 믿을 수가 없는지라...
무엇보다 곽모씨가 압박적인 듯 . 벼이삭씨와 맞먹을 듯한 기분
EU회원국 선수와 아시아 선수와의 차이, 연령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취업비자와 타리그에서의 용병쿼터와 같은 문제들을 두루 고려한다면, 넬슨이나 카레브와 같은 케이스로 놓고 하기에는 다소 어깃장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정환이형이 혼란스러운건 공감하지만 받아보시지 잘되면 좋은건데 ㅋㅋㅋㅋ
자기 맘이 좀 속탄걸로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바보짓이죠-_-;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그런 태도를 가진이상 성공하기 힘들겁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자존심 좋고 맘좋을 일만 있을줄 알았나.....갠적으로 안정환 선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솔직히 실망입니다...그대로 선수 생활 마감될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 마저 드네요
블랙번행은 역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듯... 무엇보다도 이번 이적건이 곽희대가 멋대로 추진한 듯한 인상이 짙게 풍겨서 뭔가 엉성할 것 같고... 선수 생활 막판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뛰어 봐야 겠다면 여러 구단들을 돌아 다니면서 입단 테스트를 받는 것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겠지만...
아니면, 월드컵 끝나고 다시 잉글랜드에 도전해봐도 되겠죠. 저도 곽희대는 영 내키지않아서... 메스의 의향이 문제기는 합니다만, 이 경우 두가지 방법이 있겠죠. 하나는 메스와 합의해서 구단에서 나가서 테스트라도 받든지, 다른 하나는 메스와 합의하에 1월은 그냥 잉글랜드 돌아다니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죠.
다른 하나야 당연히 월드컵 끝나고 다시 잉글랜드 알아보는 것이겠고요.
어떤 걸 택해도 영 내키는 방법은 아닌데다가, 메스 또한 공격수 보강을 했으니, 그게 또 문제겠네요. 곽희대 건만 어떻게 해결된다면, 캄이나 다른 잉글랜드 에이전트 통해서 해결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도 같네요. 무사히 해결되기 바라겠습니다. (중위권이면서, 미들도 좋은 그런 팀 없으려나...)
프리미어리그 지상주의랄까.
이제 머지않아 30이신데 얼른 가셔야지..
근데 블랙번이 정말 안정환을 필요해서 영입하려 하는 것인가;? 블랙번이란 팀에 안정환이 필요하다면 입단테스트 굳이 안해도될텐데.. 솔직히 지금 안정환 기량으로 블랙번에 있는 선수들을 제칠 지는 미지수지만..
처음엔 안정환의 자존심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선수 개인을 안좋게 봤는데 여러 기사를 더 읽고 보니 에이전트와 구단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됬었고.. 다시 이걸 읽으니.. 헷갈리네요..
시즌 중에 구단 소속 선수가 다른 구단 입단테스트 받는 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메츠 측에서는 고연봉을 받는데 별 활약을 못하는 안정환 선수를 보내려는 것 같네요..
만에 하나 블랙번 가게 된다면.. 제발 기량 회복을 해서 슈퍼서브라도 됐으면 좋겠네요.. 주전은 솔직히 좀오바;;
월드컵 끝나고도 재도전은 더 힘들듯...월드컵 주전도 보장못하는 상태이고...소속팀에서도 거의 벤치워머인지라...실전경험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포워드진이 풍성한 한국국대에서 주전경쟁에서 승리하는것 조차도 현재 안정환의 상태를 봐서는 회의적입니다...월드컵에서 조커로 몇십분 출전하면 감사할정도가 현재위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