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토리 싫은분은 건너뛰세요. 그런데 솔직히 관심있는 분이람 스토린 거의다 알고있을것 같아요..ㅋㅋㅋ)
우중충한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의 한 구석, 허름한 지하 클럽에선 밤마다 래퍼들의 즉흥 랩 배틀이 열린다. 시적 운율(rhyme)과 흑인 특유의 '입심'을 속사포처럼 쏟아놓되 디제이의 턴테이블 연주에 맞추어야 하는 어렵기 그지없는 라이브쇼를 채우고 있는 이들은 단연 '흑인'들이다. 트레일러에서 철딱서니 없는 엄마(킴 베이싱어)와 살면서 일용직 공장 노동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소년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 역시 랩배틀의 일인자가 되고 싶어하는 힙합 매니아다. 그런데 그는 '백인'이다. 랩배틀 마다 우승을 휩쓰는 프리 윌리 파의 협박과 위협 속에서 프리 윌리파 흑인 관중들의 야유 속에서 그는 입 한번 열어보지 못하고 스테이지를 내려와 겁장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백인이라는 이질적 정체성, 희망이 없는 가족사 속에서 지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Lose Yourself...
영화를 보기 전에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 중 역대 2위라는 신기록을 세운 <8마일>은 마일은 존하는 미국 최고 래퍼이자 악동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다. < L.A. 컨피덴셜>로 잘 알려진 커티스 핸슨이 감독을 맡았다. '게토'로 표상되는 힙합의 하위 문화적인 측면을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 하층민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잘 버무린다는 것이 감독과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아이디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대스타 에미넴을 주인공인 지미 스미스 주니어 역으로 기용한다는 것이었다.
대스타가 아닌 시절부터 에미넴을 물망에 올려 놓고 있었다는 그레이저는 첫 만남 15분 만에 그가 지미 스미스를 완벽하게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에미넴 역시 지미 역할 속에서 환란 많은(?) 자신의 소년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짜릿한 흥분감을 맛보았다. 촬영 전 6주간의 리허설을 통해 워밍업을 한 에미넴과 이후 캐스팅한 킴 베이싱어, 브리터니 머피와 함께 <8마일>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놓치지 말 것
8마일은 디트로이트 주민들간에 소통되는 은어로 도시의 중심부와 주변부를 나누는 경계 거리를 의미한다. 이는 현 미국 사회의 계급성과 인종성을 표방하지만 영화 내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백인'인 지미가 8마일 밖 '흑인 커뮤니티'에 예술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을 한 마디로 응축하고 있다.
<8마일>의 국내 개봉을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 기대는 단연 '힙합과 에미넴'으로 모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기대를 크게 가져도 좋다. 미국내 흥행 신화가 이곳에 와서 죽을 쑤는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8마일>은 국내 영화 팬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먼저 에미넴은 주 특기인 랩'쇼'는 물론, 감동적인 연기까지 펼쳐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실제 그의 성장 배경을 상당 부분 닮아있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는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에미넴 못지 않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권투 시합을 방불케 하는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랩배틀이다. 난다 긴다 하는 흑인들이 특유의 슬랭으로 거침없는 즉흥 싯구를 날리며 공연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박진감에 넘친다. 최후의 승자로 내정되어 있는 에미넴의 독주는 물론 신선하다. 힙합 매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카메오 이그지빗(Xzibit)도 잠깐 등장, 현란한 래핑을 선보인다.
에미넴 뿐이랴. 아들보다 철이 없지만 기실 빈곤층 여성의 절망감을 대변하고 있는 지미의 엄마 스테파니 역의 킴 베이싱어도 인상적이다(부연, 실제 에미넴의 모친은 이보다 훨씬 더 '병적'이었다). 브리터니 머피도 빼놓을 수 없다. <클루리스>의 왕따 전학생으로 시작, 최근 <돈 세이 워드>에서 변신을 보이기 시작, 마침내 <8마일>에서 보여준 퇴폐미는 충분히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