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을 최초로 발명한 첫 번째 미생물 사냥꾼, '안톤 반 레벤후크(Antoni van Leeuwenhoek, 1632년∼1723년)’
레벤후크는 1632년에 파란 풍차, 낮은 거리 그리고 높은 운하가 있는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매우 존경을 받았는데, 그들이 바구니 제조업과 양조업을 했기 때문이다. 양조업은 네덜란드에서 매우 명예로운 직종이었다. 레벤후크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떴고 어머니는 레벤후크가 정부 관리가 되길 바라면서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그는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암스테르담에 있던 포목상의 견습생이 되었다. 그곳이 그의 대학교였다. 과학자가 줄무늬 무명천 더미에서 실험실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아라. 돈 서랍에서 나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지독하게 인색한 네덜란드 주부들을 공손하게 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곳은 무려 6년 동안이나 레벤후크의 대학교였다!
스물한 살의 레벤후크는 암스테르담을 떠나 델프트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자기 소유의 포목점을 열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두 명의 부인을 두었고 대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망했다고 한다. 이 시기 그가 델프트 시청의 관리인이 되었고, 렌즈 연마에 대한 어리석은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투명한 유리를 매우 조심스럽게 갈아 아주 작은 렌즈로 만들어 들여다보면, 맨눈으로보다 사물을 훨씬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레벤후크가 스무 살에서 마흔 살까지 무엇을 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식인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가 알던 유일한 언어는 네덜란드어였다. 점잖은 계층의 사람은 네덜란드어를 어부나 상점 점원 아니면 도랑을 파는 사람들이나 쓰는 언어라고 경멸했다. 그 시절의 지식인들은 라틴어를 썼다. 레벤후크는 라틴어를 읽을 줄 몰랐다. 그가 읽은 유일한 책은 네덜란드어로 된 《성서》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레벤후크는 당시 학식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던 어처구니없는 생각들로부터 차단될 수 있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눈, 자신의 생각, 자신의 판단만을 믿어야만 했다.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레벤후크보다 더 고집 센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렌즈를 통해 맨눈으로 볼 때보다 더 크게 사물을 관찰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렌즈를 구입한다? 레벤후크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는 렌즈를 자기 힘으로 만들고자 했다. 안개에 싸인 20년 동안 레벤후크는 안경제조업자를 찾아가 렌즈 연마의 기본원리를 배웠다. 연금술사와 약제사를 찾아가 광석에서 금속을 얻는 은밀한 방법을 알아내려고 애썼고 금은세공기술을 어설프게나마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어서 네덜란드 최고의 렌즈 연마사가 만든 렌즈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최고보다 더 나은 것을 원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안달을 하면서 렌즈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렌즈를 구리나 은 혹은 금으로 만든 작은 금속 틀에 끼워넣었다. 그 금속 틀도 레벤후크가 뜨거운 불길과 이상한 냄새와 증기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반짝이는 현미경을 75달러에 구입해 나사를 돌리고,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현미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 레벤후크는 달랐다.
이웃사람들은 레벤후크가 약간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에 계속 화상을 입었고 물집이 생겼다. 가족과 친구들을 잊은 채, 고요한 밤 혼자서 힘든 작업에 몰두했다. 이웃들이 낄낄거리는 동안, 두께가 3밀리미터도 안 되는 아주 얇은 렌즈 제조법을 알아냈다. 그것도 대칭을 이루는 완벽한 렌즈를. 레벤후크는 그 렌즈로 작은 사물들을 엄청나게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다, 그는 배운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지만 네덜란드에서 그런 렌즈 제조법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 되었다. 레벤후크는 이웃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용서해야죠.”
만족스러운 렌즈를 만든 이 포목점 주인은 이제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렌즈를 통해 관찰했다. 고래의 근육섬유와 자신의 피부 각질을 보았다. 정육점에 가서 황소의 눈알을 얻거나 사왔다. 그리고 그 눈알의 수정 같은 렌즈가 얼마나 아름답게 모여 있는지를 보면서 감탄했다. 수달, 양, 사슴 털도 몇 시간이고 관찰했다. 작은 렌즈 아래서, 동물의 가느다란 털은 거대하고 거친 통나무로 변신했다. 그는 파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잘라 현미경의 뾰족한 바늘 끝에 붙였다. 엄청나게 큰 파리머리의 뚜렷한 세부구조를 보고 레벤후크가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수십 가지 나무의 절단면과 식물의 씨까지 관찰했다.
처음으로 벼룩의 침과 이의 다리를 보았을 때, 그 믿지 못할 완벽함에 “아니, 이럴 수가! 이건 불가능해”라고 중얼거렸다. 레벤후크는 주위의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오늘날의 우리가 볼 때, 과학의 중요한 발견들은 매우 단순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간단해 보인다. 어떻게 사람들은 바로 자기 코앞에 놓인 것을 못 보고 수천 년 동안 그렇게 헤맸단 말인가. 미생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영상으로 미생물을 본 적이 있고, 교육을 받은 사람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해본다. 풋내기 의과 대학생도 수없이 많은 병원균들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미생물을 처음 본다는 것이 뭐 그리도 어려웠을까?
이러한 냉소를 떨쳐버리고 레벤후크가 태어났던 시대를 기억해보자. 현미경이 없던 그 시대에는 손으로 거칠게 깎은 렌즈로 10센트 동전을 25센트 동전 크기로 보기도 힘들었다. 직접 끊임없이 연마해 만든 렌즈가 없었다면 레벤후크는 평생 치즈 진드기보다 작은 생물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광적인 몰두로 계속 더 나은 렌즈를 만들었고 강아지 같은 순진한 호기심으로 내밀하고 충격적인 온갖 것을 관찰했다고 앞에서 말했다. 그렇게 벌의 침과 수염, 그리고 이것저것을 들여다본 그 모든 것이 준비 과정이 되어서 어느 날 갑자기 레벤후크는 직접 만든 금 테두리를 한 렌즈로 빗물 한 방울을 보게 된 것이다.
그날 본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레벤후크는 광적인 관찰자였다. 그처럼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가 방금 하늘에서 떨어진 깨끗하고 투명한 물에 렌즈를 들이댔을까? 거기에 물 말고 무엇이 더 있겠는가? 정신이 약간 이상한 아버지를 돌보던 열아홉 살 레벤후크의 딸 마리아를 상상해보자. 마리아는 작은 유리관을 집어 불꽃에 빨갛게 달구어서 머리카락만큼 가늘게 만들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헌신적이었던 마리아는 어리석은 이웃이 감히 아버지를 비웃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제 아버지는 그 머리카락같이 가는 유리관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멍한 상태에서 눈을 크게 뜬 아버지는 그 유리관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 정원으로 가지고 나가 강우량을 측정하려고 놓아둔 토기 위로 몸을 구부린다. 그러고 다시 현미경 위에 그 작은 유리관을 붙이고….
엉뚱한 우리 아버지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레벤후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렌즈를 들여다본다. 쉰 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가 들린다. “얘야, 이리 좀 와봐라! 빨리! 빗물 속에 작은 동물들이 있구나. 수영을 하고 있네! 돌아다니고 있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천 배는 작아…. 봐라!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보라고!”
레벤후크의 날이 왔다.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 BC 356~BC 323)은 인도에 가서 그리스 사람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코끼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에게 코끼리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말을 보는 것만큼 흔했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BC 44)는 영국에 가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야만적인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브리튼 사람들에게 이웃은 카이사르가 로마의 백부장을 보는 것만큼 평범했다. 발보아(Vasco Nu?ez de Balboa, 1475~1517, 유럽인 최초의 태평양 발견자)는 또 어떠했는가? 그가 처음 태평양을 보았을 때 느낀 자부심은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태평양은 발보아가 생각하는 지중해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바다일 뿐이었다. 레벤후크의 경우는? 이 델프트의 문지기가 미생물의 환상적인 미시적 세계를 알아내고 밝혀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 아무도 그런 미생물들이 살고, 번식하고, 투쟁하고, 죽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괴물들은 수천만 배 큰 몸집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파괴했다. 그들은 불을 뿜는 용이나 머리가 여섯 개 달린 괴물보다 더 두려운 존재였다. 포근한 요람에 잠든 아기들과 은신처에 피해 있는 왕들을 살해하는 조용한 암살자였다. 레벤후크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들여다본 것은 보이지 않고 하찮은, 그러나 무자비한 (때로는 다정하기도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였다.
레벤후크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이 책은 현미경을 발명하여 최초로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본 안톤 반 레벤후크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하는 놀라운 작은 동물의 세계를 생명을 걸고 탐험한 13인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마치 우리가 그 미생물학자들의 곁에서 같이 현미경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듯이 친절하게 우리의 손을 잡고 연구실의 생생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안내해준다.
스팔란차니의 실험대 가득 놓여 있는 플라스크와 화려한 실험, 파스퇴르의 수많은 영광과 고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코흐의 엄격함과 탄식, 수천 마리의 기니피그를 죽여가며 실험하던 루와 베링의 미친 것 같은 광기, 놀라운 천재적 감각으로 총론에서는 맞았지만 각론에서는 늘 헤맸던 메치니코프, 들판을 실험실로 만든 테오발드 스미스, 미생물 연구를 로맨스로 꽃피워낸 데이비드 브루스, 죽을지도 모르는 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군인들에게 경례를 보내는 월터 리드, 과학자이면서 연금술사로 독을 약으로 바꿔 마법의 탄알을 찾아낸 파울 에를리히 등의 이야기를 경쾌하고도 인상적인 문체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내고 있다. 가히 13인의 초기 미생물 사냥꾼들이 어떻게 미생물과 싸워왔는지 그 놀라운 과정을 과학적 재미뿐 아니라 감동까지 엮어 풀어낸 90년이 넘은 매혹적인 과학 타입캡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제일 먼저 추천해주는 저서로 유명하며 수많은 과학자, 의사, 일반 독자들의 찬사와 지지를 받아 수십 년간 대중 과학도서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또 의사들이 의학자의 길을 걷도록 한 책으로 손꼽은 명저로 의학전문대학원의 추천도서이자 전 세계 18개 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