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에 참석한 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어제 토론한 내용에 대해 간단한 평가와 더불어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인사를 나눈 후 민족화해센터를 나와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5시간을 달려 오후 2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김장을 한 후 주말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김장 축제가 열립니다. 이 시기에 맞춰 법사 교육을 받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도 일체의 장 수련을 하기 위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이 먼저 밭에 들어가서 배추 수확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점심을 먹고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두 줄은 수확했고, 스님이 수확할 두 줄은 남겨 두었습니다.”
행자님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한 후 배추 수확을 계속했습니다.
“이야, 배추가 정말 크고 좋네요. 속이 꽉 찼어요.”
11월에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계속 이어져서 배추의 겉잎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많이 상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칼로 배추의 뿌리를 자르고 그 자리에 눕혀 놓고 지나갔습니다. 뒤이어 행자님들이 겉잎을 떼어내고 배추를 박스에 담아 날랐습니다.
“좁게 심은 곳은 배추 크기가 작네요. 넓게 심은 것은 배추 크기가 크고요. 내년에는 간격을 모두 넓게 심읍시다.”
그래도 배추의 크기가 아주 크고 속이 꽉 찬 것이 많았습니다. 한 줄을 다 수확하면 다음 줄로 이동했습니다.
배추 뿌리 자르는 일이 모두 끝나자 스님도 배추를 박스에 담아서 나르는 일을 함께했습니다.
크고 튼실한 배추들이 박스에 꽉꽉 담겨서 트럭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수고했어요. 트럭은 두북 수련원으로 가세요. 우리는 다른 밭에 가 봅시다.”
다른 밭에 가서 다시 배추 수확을 하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행자님들이 발우공양을 해야 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시간이 애매하네요. 이 밭까지 배추 수확을 끝내면 좋겠는데... 여기는 내일 수확합시다.”
마지막 남은 배추는 내일 낮에 날이 좀 따뜻해지면 수확을 하기로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확한 배추는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내린 후 창고 안으로 옮겼습니다. 내일부터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절이는 일을 시작하는데, 이를 위해 배추를 한쪽 편에 가지런하게 쌓아 놓았습니다. 수련원에서도 김장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봉사자가 가마솥에 물을 끓여 배추를 절일 소금물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장을 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11월 중에 한겨울 같은 추위가 몇 번 오더니 지금은 오히려 날씨가 풀려서 제가 있는 이곳 두북 수련원은 내일 낮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다고 할 만큼 봄날 같은 날씨입니다.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네요.
지난 주말에도 여러분들이 으뜸절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해주셨는데요. 두북 수련원에서는 이번 주 주말에 김장 축제를 합니다. 원래는 김장 축제를 할 때 무도 뽑고 배추도 뽑는데, 올해는 날씨가 11월 말에 너무 추워서 무는 미리 수확을 했습니다. 배추도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거의 수확을 다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배추를 다듬어서 절이고, 모레는 김치를 담고, 주말에는 김장 축제를 할 예정입니다. 김치뿐만 아니라 농사지은 쌀과 콩, 밤 등 몇 가지 작물들도 내어서 놀이 삼아 축제를 하려고 합니다. 두북 농장에서 더 다양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해 내어 전국적으로 나누어 드리면 좋겠는데, 아직은 공동체가 자급자족하는 수준에서 조금 더 여분이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도 김치를 많이 담그려고 배추를 8천 포기나 심었는데 6천 포기가 진디물로 인해 버려야 했고, 2천 포기 남짓 수확을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어느 분이 2천 포기를 기증해 주셔서 올해는 4천 포기로 김장 축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이유
여러분들이 봉사를 더욱더 정기적으로 해주시면 농사의 양을 조금 더 늘리겠는데, 아직은 농사를 담당할 인력이 적어서 역부족입니다. 어제 공동체지부와 회의를 했더니 농사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줄이거나 휴경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농사를 짓는 이유는 ‘내가 먹는 것은 내가 생산한다’ 하는 의미도 있고, 가능하면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서 농약이나 비료를 아예 안 치거나 적게 쳐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농산물에 여러 가지 화공약품을 많이 사용해서 암과 같은 질병의 발병률이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보자는 목표를 갖고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추운 겨울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길벗과 함께 연탄 지원 봉사를 했습니다. 먼저 영상을 보고 나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주말에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실천활동을 한 모습과 스님이 애광원에 배추를 전달하고 길벗과 함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내년 6월 13일에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을 기원하는 국민대법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앞서 정토회 대표님의 발표가 있었기에 스님이 국민대법회의 취지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다가오는 2024년 6월 13일에 용성조사님의 유훈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창하기를 기원하는 국민대법회를 열고자 합니다. 정토회는 기본적으로 수행을 중심으로 사회 실천을 하는 곳이기에 그동안 이와 같은 대법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용성조사님이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에 남긴 유훈이기에 그 뜻을 계승하여 정토회가 중심이 되어 국민대법회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용성조사님은 평생 불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민족지도자를 양성해 오신 분입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국운이 열리기는커녕 도로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북 관계는 교류와 협력, 통일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오늘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더 첨예화되고 있고, 기후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래가 어둡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좌절하거나 절망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희망의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을 기원하는 국민대법회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내년 6월 13일에 용성조사 탄생 160주년을 맞아 용성조사의 탄생지인 죽림정사에서 1만 명의 대중이 참가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국운 융창을 발원하는 국민대법회를 열고자 합니다. 비단 정토회 회원뿐만 아니라 각계 인사들이 참가하도록 해서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국내 정치가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자 합니다.
그러니 정토회 회원 여러분도 그날을 위해 미리 회사에 휴가를 내고 참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위에 가족이나 친구들도 같이 참여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에도 기여해서 대한민국이 세계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활동하는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한류 열풍과 같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통일된 코리아가 되면 더욱더 좋겠죠. 이런 바람을 담아서 열리는 국민대법회이니까 많은 분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지난 100년의 한을 풀어가는 길이고, 나아가서는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천년의 한을 풀어가는 길입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도록 기원하자는 취지이니까 여러분 모두 마음을 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지금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내년 4월에 한국에서 총선이 열리고 또 11월에 미국에서 대선이 끝나면,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갑자기 북한과의 관계가 급진전 되어서 하루아침에 정세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남한과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돌로 수백수천 명의 사상자가 일어나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서 평화를 가져오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찾아 나가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는 동료가 있는데, 본인은 그 사람을 고립시키고 싶지 않지만 동료들의 눈치가 보인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따돌림받는 사람을 돕고 싶은데 눈치가 보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따돌림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따돌림을 받는 사람과 잘 지내는 편인데요, 그 사람을 매우 싫어하는 일부 동료들이 저에게도 그 사람을 고립시킬 것을 강요했습니다. 직장동료들은 그 사람이 매우 이기적이고 공동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까지 그를 따돌리는 것은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계속 지내던 대로 그와 지내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직장동료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제가 윤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 소신대로 행동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왕따를 강요한 동료에게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눈치를 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이기적인 동료의 문제이거나 그 사람을 왕따시키는 다른 동료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이 괴로움이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수행의 관점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싶을 것이고, 굳이 승진까지 욕심을 내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하려면 많은 동료와 원활한 관계를 맺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성격이 이기적이고 공동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회사 동료들이 배척하는 그런 사람도 수행자로서 그를 배척하지 않는 태도를 갖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두 가지는 동시에 가질 수가 없어요. 둘 다를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겁니다. 동료들로부터 좋은 소리도 듣고 싶고, 왕따당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거죠. 이것은 질문자의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번뇌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 동료의 문제도 아니고, 그를 따돌림 시키는 다수 동료의 문제도 아니고, 내 욕심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하나를 취했을 때는 다른 하나에 대해서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늘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회사 동료들이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수준에서 일리가 있잖아요. 그러니 회사 동료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았습니다’ 하고 가볍게 대답하면 됩니다. 또 우리는 수행자이니까 세상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너무 가혹하게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으면 돕자고 얘기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욕을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거예요. 그것처럼 따돌림을 당하는 동료를 보살펴주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립된 동료에게 이해를 표현하는 것도 하고, 직장동료들이 얘기하는 것도 받아들이고, 그렇게 생활하면 됩니다.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가 모두에게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했기 때문에 번뇌가 생긴 거예요. 이기적인 동료의 문제도 아니고, 그 사람을 싫어하는 동료들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 서야 합니다.”
”저는 제가 정의롭고 직장동료들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욕심이 많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가벼운 마음입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각 으뜸절에서 봉사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또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정토회는 여러분이 내는 작은 회비와 보시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봉사로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안에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어떤 큰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도 않습니다. 오직 회원 여러분들의 수행, 보시, 봉사로 운영되는 곳이 정토회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수행적 관점을 지켜나가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김장을 시작합니다. 오전에는 배추를 다듬고 소금물에 절이는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김치 양념을 만들고, 저녁에는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뒤집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