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어리석은 정책
최근 스웨덴은 신규 핵발전소(원전) 건설을 불허하는 방법으로 핵발전소의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결정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연정 출범에 앞서 주요 쟁점 사항이었던 핵발전소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핵발전소 운영과 폐기물 처리 관련 안전 기준을 강화하여 핵발전소 운영사의 재정적 운영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전체 에너지 믹스에서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계적으로 줄어들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불허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70% 이상의 전기를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프랑스 국회에서는 최근 2025년까지 핵발전소 의존도를 50% 선까지 내리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적어도 22개의 핵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독일 언론은 이러한 결정이 2022년까지 17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독일보다 더 야심적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프랑스의 재생 가능 에너지 의존도는 14% 정도인데 정부는 이 수치를 2030년까지 지금의 두 배가 넘는 32%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위와 같은 결정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핵 발전의 지속을 원하는 세력에 상당히 큰 타격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안전 규제 강화로 핵 발전의 경제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반면, 재생 가능 에너지는 기술 혁신과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발전 단가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핵 발전에 대한 반대는 주로 핵발전소 가동 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과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핵사고 발생의 위험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초래하는 반생태적이고 반윤리적인 피해, 핵무기에 대한 반대 등이 주된 이유였다. 현 세대에게 싸게 전기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위험하고 반생태적이고 반윤리적인 전기는 거부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핵 발전 옹호론자들은 핵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기가 싸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그 존재이유를 설득하였다.
그런데 핵 발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의 지점은 최근 들어 경제성 측면으로 옮아가기 시작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 향후 핵 발전보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더 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2030년쯤에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 단가가 석탄이나 가스에 비해 훨씬 더 싸질 것이라고 한다.
▲ 주요 발전원별 발전 단가 전망(단위 : 1메가와트시(㎿h)당 달러). ⓒbloomberg.com
2014년 9월에 수출입은행연구소가 발간한 <신·재생 에너지 어떻게 될 것인가>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평균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09년 1메가와트시당 291달러에서 2013년 123달러로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하락하였다. 불과 2009년에만 해도 석탄 발전 49달러, 가스 발전 56달러로서 태양광 발전 단가 대비 5분의 1 이하여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은 정부 보조금 없이는 시장 수요가 생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량 생산과 기술 개발로 태양광 모듈 가격은 불과 4년 만에 70% 이상 하락하였다.
현재의 추세대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하락한다면, 2030년에는 태양광 발전 단가가 1메가와트시당 50~80달러까지 하락함으로써 석탄이나 가스보다 더 싸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발전 단가 역시 2009년 1메가와트시당 96달러에서 2013년 81달러로 하락하였고, 2030년에는 54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전문가에 의하면 2012년 7월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FIT)'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10킬로와트 이상의 태양광 전기 생산자에 대한 전력 회사의 구매 단가는 2012년 42엔이었지만 불과 2년 만인 2014년 현재 32엔으로 낮아졌다. 매입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태양광 전기가 계속 공급되고 있어 정부가 매입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며, 가격도 조만간 28엔 수준으로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역시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 34년 만에 오바마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를 허가해주었지만 해당 사업자는 건설 허가를 그냥 가지고만 있을 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핵발전소의 건설은 무기한 보류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같이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에 비추어볼 때 향후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기를 확보하려는 정책은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현재 삼척과 영덕 지역을 핵발전소 후보지로 고시하고 있고, 향후 핵 발전 비중을 29%로 하여 신규 핵발전소를 10기 이상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수립한 상태이다. 그러나 2030년쯤 삼척이나 영덕에서 생산될 전기는 그 무렵이면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더 비싼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부터 설계 수명 60년 동안 재생 가능 에너지보다 비싼 반윤리적이고 위험한 전기를 우리가 사용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정부가 결정한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은 최근의 재생 에너지 단가 하락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한 계획이기 때문에 철회되거나 유보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정부를 국민이 아니라 핵 마피아에게 봉사하는 정부로 간주하고 지지를 철회하여야 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