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28세)는 애플의 아이폰4를 사용 중이다. 그런데 제품을 구입한지 채 네달도 되지 않아 배터리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출근길에 완충을 해서 사무실에 오면, 사용량이 많지 않아도 3~4시간 만에 방전되어버릴 정도였다.
▲ 국내의 애플 공식 서비스 센터
사용에 불편을 느낀 A씨는 집 근처의 애플AS센터를 방문했다. “배터리에 이상이 있으니, 리퍼폰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하자, AS기사는 “배터리 소모는 소프트웨어 충돌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 바로 확인이 어렵다”며 리퍼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교체하겠다”고 해도, AS기사는 구입 후 1년 동안은 ‘무상수리(리퍼 포함)’가 애플의 원칙이라며 그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배터리 이상 현상을 참지 못한 A씨는 다시금 같은 AS센터를 찾아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리퍼를 받아야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A씨의 상담을 맡은 사람은 지난번과는 다른 AS기사였다. 그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말을 듣고 몇 분간 아이폰을 테스트하더니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리퍼폰을 내줬다.
A씨는 “리퍼를 받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렇게 쉽게 해줄거면 지난 주엔 왜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AS기사마다 대처가 다르니, 애플의 리퍼 정책의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이폰 리퍼 잘해주는 AS센터는 따로 있다?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리퍼’는 한번쯤 넘어야 할 산이다. 스마트폰의 특성상 기기자체가 복잡하고 섬세해 결함이나 사용에 따른 고장이 발생할 확률도 높다. 게다가 아이폰은 부분수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사유로든 리퍼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동일 업체의 AS센터에서 지점마다 혹은 AS기사마다 처우가 다른 경우가 있어, 소비자의 혼동을 빚고 있다. 강변지점에서 리퍼 불가 판정을 받은 아이폰이, 신촌지점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리퍼를 받는 등 앞서 소개한 A씨의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 정말 리퍼를 잘해주는 지점은 따로 있을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리퍼 잘해주는 지점’과 ‘리퍼 잘 안 해주는 지점’이 나뉠 정도다. 리퍼 사유를 까다롭게 체크해서 ‘소비자 과실’로 분류하는 지점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게 리퍼를 해주는 지점도 있다는 것이다. 지점마다 리퍼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리퍼 잘해주는 지점’은 따로 있는 것일까?
한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AS센터마다 고객에 대한 처우가 다른 이유는 리퍼폰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해당 지점의 리퍼폰 물량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많은 반품(리퍼)을 발생시키는 지점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패널티’를 부과해 물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애플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는 “패널티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소비자가 리퍼를 받고 반납한 제품을 본사(애플)에서 회수했을때, 반납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제품이 많으면 지점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반납 기준이나 패널티 정책에 대해 “내부 정책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진실이 어떻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AS 기준이 모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AS기준은 애플 본사에 있지만…
애플은 현재, 국내 AS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상태다. 대우일렉서비스, TUVA, 한빛마이크로시스템 등 국내 업체에 위탁해 AS를 제공하고 있다. 제품의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권한은 애플코리아 측에 있지만, 실질적인 서비스는 위탁 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TUVA 관계자는 “제품 AS 정책과 기준은 모두 본사에서 제시한다”며 “모든 공식 서비스 센터는 동일한 기준으로 리퍼 여부를 결정한다”고 대답했다.
▲ 제품 결함이라고 우겨볼까...?
지점마다 리퍼 정책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엔지니어의 육안으로 확인되는 결함을 보고 리퍼여부를 판단한다”며 “지점마다 리퍼 기준은 동일하지만 엔지니어의 결정이나 센터의 처리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 역시 “지점마다 차이가 있는 부분은 엔지니어 개인의 판단에 따른 차이로, 어느 기업의 AS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설명했다. 또한 “무상리퍼는 눈에 보이는 파손이나 침수라벨의 색 변화 등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한 편”이라며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
아이폰의 리퍼 서비스는 국내 소비자 정서에는 다소 생소한 정책이다. 이것은 AS를 제공하는 국내 위탁 업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 소비자의 과실과 제품의 결함을 증명하는 과정에 있어서 명확한 기준이 서고 있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아이폰의 한 사용자는 애플의 AS와 관련해 “제품에 결함이 있어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리퍼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되도록 강하게 항의하고 들어가야 무상리퍼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애플 공식 AS서비스센터가 지점마다 통일된 고객 대응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기준에 대한 불신을 품는 것이다.
과실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설명해야 하며, 수리비 부담 여부를 직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분 수리가 어려워 제품 자체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국내 제조사의 AS보다 엄격하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 이 기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듯 보인다.
아이폰은 최고의 기술로 칭송 받는 근사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만 450만대가 판매된 희대의 베스트 셀러가 AS 분야에서만 낙제점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애플만 알고 소비자는 모르는’ 모호한 AS 기준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