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사건과 자살 등이 잇따른 해병대에서 또 한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병사 가슴에는 구타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다.
지난 10일 밤 10시 22분쯤 경북포항 해병대 1사단 내 사용 중지된 목욕탕에서 정모(19) 일병이 군화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병사가 발견했다. 정 일병의 내무실에선 '난 이제 모든 것을 마감하려 한다. 엄마는 되게 슬퍼하시겠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다. 내가 잘못한 게 없지 않아 있지 않을까' 등의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벌인 검안과 부검 결과, 정 일병 왼쪽 가슴에서 구타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 세 곳이 발견됐다.
유족 측은 유서 내용과 부대원 증언, 가슴 상처 등을 들어 정 일병이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주장했다. 아버지 정모(50)씨는 "우리 아이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3주 전부터 '작업열외'라는 따돌림을 당했다고 동료 부대원들이 말했다"고 했다. 작업열외는 초소 보수 등 병사들이 동원되는 각종 작업에서 특정인을 빼는 것을 말한다. 제대를 앞둔 선임병에게는 '작업열외'가 특혜이지만 후임병에게 적용하면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수단이 된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작업열외 된 후임병의 일을 떠맡게 되는 선임병이 후임병을 괴롭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군 수사 당국은 11일 이번 사건의 공범 정모 이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김모 병장과 신모 상병 등 선임병 2명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