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公과 犬公 이야기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 부부는 소 한 마리와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노인 부부에게 집에 있는 소와 개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키우는 소는 농사철이 되면 주인 말도 잘 들어 논밭을 갈기도 하고 많은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면 수레를 잘도 끌었다. 노인 부부로서는 소가 아프거나 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산에 가서 풀어 베어다가 먹이기도 하고 겨울에는 큰 가마솥에 여물을 끓여서 먹었다. 겨울이면 춥지 않도록 등을 덮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입히는 등 애지중지하였다.
노인의 집에서 키우는 개는 누렁이 똥개다. 대문 앞에 작은 개집을 만들어서 묶어서 키웠다. 개밥은 주로 노인 부부가 먹다 남은 음식이나 이웃집에서 개 먹이로 보내주는 음식을 개 밥통에 넣어두면 개는 알아서 먹었다. 노인 부부는 개밥은 하루 한 끼 정도만 챙겨주었고 개는 언제나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프면 컹컹 짖기도 하였는데 그럴 때면 노인 부부는 작대기로 때리기 일쑤다. 키우던 개는 복날이 되면 잡아서 아들한테 먹이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소는 농사철이 되면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대문 앞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축 늘어져서 잠만 자는 똥개가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편해 보이는 똥개한테도 소가 부러운 것이 있었다. 소가 노인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챙겨주는 풀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개는 매년 3번 있는 복날에 인간의 보양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나 소는 그런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개는 잠을 자다가도 수시로 매달린 채 몽둥이로 맞아 죽는 꿈을 꾸었다.
얼마 전 이웃집 젊은 놈팡이가 개를 쳐다보면서 ‘개식용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니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며 침을 뱉고서는 개의 배를 걷어차고는 소나 돼지 염소한테는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개한테 권리가 있다고 하니 네가 개 놈이 아니고 개 님이냐며 인상을 쓰고 노려보더니 가버렸다. 개는 속이 뒤집힐 듯한 통증이 몰려왔으나 인간이 법으로 개를 식용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인간이 개를 잡아먹으면 감방에 가고 모든 동물 중에 유일하게 개한테만 개 권리가 있는데 주인 노인 부부나 어떤 인간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땅이 울리도록 짓기도 하고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주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어 자주 으르렁거렸다.
하루는 개 목줄을 떼어내고 집 안을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외양간에 있는 소한테 인간이 만든 ‘개식용금지법’하고 개의 권리를 자랑했다. 소는 개의 이 말을 듣고는 돼지 양 염소 닭 등 많은 가축과 동물한테는 인간이 식용금지법을 만들지 않고 유독 개한테만 법으로 잡아먹을 수 없도록 한 인간이 싫어졌다. 개는 가축과 동물 중에 자기들만 유일하게 인간이 개의 권리를 인정해주었다고 하면서 으쓱대는 태도에 화가 치 솟았다.
소는 노인 부부가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부드러운 풀을 주어도 입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었다. 노인 부부한테 ‘개식용금지법’은 인간이 만들면서 ‘소식용금지법’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따질 수도 없었고 개한테는 개 권리를 인정해주면서 소한테는 소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물을 수도 없었다.
개는 날이 갈수록 기고만장해서 노인 부부가 자기를 개 줄에 묶어둔 것은 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저항권 차원에서 목 줄을 떼어내고 곳간이나 부엌이나 어디든지 다니면서 음식을 찾아서 먹어 치웠다. 노인 부부가 작대기를 들고 때리려고 하는 시늉만 해도 달려들어 물기도 하였다.
대통령의 마누라는 사람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국회의원들이라는 사람들도 같은 말을 하더니 그 해 초에 ‘개식용금지법’이 만들어졌고 몇 개월이 흐른 후 복날을 앞두고 옆집 놈팡이와 인상 고약한 사람이 와서는 개한테 목 줄을 채우고는 외양간을 지나 질질 끌고 가길래 개는 소리쳤다. ‘“개식용금지법”을 모르느냐, “개 권리”를 모르느냐. 바보들아’라고 멍멍멍 소리쳤다.
옆집 놈팡이는 ‘아차, “개식용금지법”시행이 3년간 유예되었는데 그 말을 안 했네’라고 했다. 인상 고약한 사람은 개장수였다. 놈팡이는 개장수에게 ‘주인도 몰라보는 개새끼니까 그리 알고....’ 이후에 개는 개장수에게 끌려간 개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소는 외양간 앞에서 질질 끌려가던 개를 생각하면 괜히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개장수가 노인 부부의 개가 끌고 가던 날 동네의 개들 전부를 다 사서 봉고차에 태워서 어딘가로 갔고 그날 이후 동네에는 더 이상 개 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언론은 전국에 수십만 마리가 버려졌고 버려진 개는 죽거나 들개가 되어 무리를 지어 가축을 잡아먹고 사람까지 공격하여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엽사를 고용하여 들개 사냥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들개의 무리에는 작은 애완견으로 보이는 개도 있다고 한다. 애완견은 사람들이 고의로 유기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