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이라는, 너무도 친숙한 애칭으로 전세계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마크 맥과이어(3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세월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라던 로저 매리스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61개)이 영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영원히 팬들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빅맥도 이제 팬들 곁을 떠나갔다.
1986년 더블A와 트리플A를 모두 거쳐 8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승격된 맥과이어는 8월 25일 양키스전에서 '토미존 수술'의 원조였던 토미 존으로부터 빅리그 첫 안타를 쳐냈다. 다음날 디트로이트의 월트 터렐로부터 통산 첫 홈런을 날리며 위대한 '홈런킹'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본격적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그 생활이 시작된 1987년 맥과이어는 무려 49홈런을 폭발시키며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에 등극했다. 특히 맥과이어는 '신인 50홈런'을 눈앞에 두고 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뒀지만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미련없이 포기했다. 첫 아들의 출산 예정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맥과이어는 신인으로는 첫 50홈런의 영광을 누리기를 포기하고 소중한 첫 아들의 출생을 지켜보는 것으로 기쁨을 대신했다. 그 아들이 바로 98년 70홈런을 치던 날 홈플레이트에서 맥과이어를 반기던 카디널스의 배트보이 '매튜'였다. 87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만장일치로 맥과이어에게 돌아갔다.
역대 신인 최다홈런 기록과 함께 화려한 루키 시즌을 보낸 맥과이어는 이듬해인 88년 호세 칸세코와 '배시 브라더스'의 악명을 떨치며 오클랜드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등극시켰다. 신시내티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아메리칸리그의 선발 1루수로 출장하는 영광도 누렸다.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는 팀의 2-1 승리를 결정짓는 끝내기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승리는 이해 월드시리즈에서 오클랜드가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아쉽게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다저스에 내준 맥과이어는 89년 정규시즌에서 33홈런 95타점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343을 기록하며 오클랜드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몫을 해냈다. 90년에는 39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고 3년 연속 올스타전 선발 1루수로 출장했다.
맥과이어가 98년 9월 28일(한국시간) 칼 파바노로부터 70호 홈런을 날리는 순간.(AP)
91년 22홈런에 타율 0.201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맥과이어는 92년 42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 당한 근육 부상으로 자신의 2번째 홈런왕 등극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후안 곤살레스가 마지막 경기에서 43호 홈런을 날리며 단독 홈런왕에 등극한 것.
93년 왼쪽 발뒤꿈치 부상으로 단 27경기에 출장하는 '암흑 시즌'을 보낸 맥과이어는 94년에도 왼쪽 발뒤꿈치와 등 부상으로 47경기 출장에 그치며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빅맥'은 95년 39홈런으로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96년 맥과이어는 52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개인통산 2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6월 26일 디트로이트전에서는 오마 올리바레스를 상대로 개인통산 300호 홈런을 터뜨렸으며 7월 23일 시카고전에서는 케빈 태퍼니로부터 통산 1,000호 안타를 뽑아냈다.
97년 시즌 중반까지 34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을 향한 순항을 계속하던 맥과이어는 자신의 빅리그 생활에서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데뷔때부터 뛰어온 오클랜드를 떠나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된 것. 맥과이어는 세인트루이스 이적 후에도 24홈런을 쳐내 합계 58홈런을 기록했지만 어느 리그에서도 홈런왕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리그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홈런왕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지만 97년 맥과이어의 58홈런은 이듬해 세워진 대기록 탄생의 전주곡이었다. 98년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홈런 레이스를 펼친 맥과이어는 9월 8일 당시 컵스 소속이던 마이크 모건으로부터 61호 홈런을 뽑아내 로저 매리스(1961년 61홈런)와 타이를 이뤘다. 맥과이어는 다음날인 9월 9일 컵스전에서 케빈 태퍼니로부터 한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인 62호 홈런을 뿜어내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결국 새미 소사와 역사적인 홈런왕 경쟁을 벌인 맥과이어는 전인미답의 70홈런 벽을 돌파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37년만에 깨뜨린 맥과이어는 각종 언론매체와 단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정작 MVP 투표에서는 새미 소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99년 65홈런을 작렬, 이 해 63홈런을 기록한 새미 소사와 '홈런왕 전쟁 2라운드'를 치른 맥과이어는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00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단 89경기 출장에 그쳤음에도 32홈런을 폭발, 변함없는 괴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2001년 시즌 초반부터 맥과이어를 괴롭혔고 타율 0.187, 29홈런에 그친 시즌 성적표는 결국 빅맥의 은퇴 결심을 굳히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배리 본즈에게 '홈런킹'의 칭호는 넘겨줬지만 통산 583홈런으로 이 부문 역대 5위에 오른 맥과이어는 영원히 팬들에게 '홈런왕', '빅맥'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