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팔이님 글을 읽고 (박찬호와 92년 배명고)

봉팔이님의 글을 잘 읽고 있는 열성(?) 팬입니다.제가 나이는 많지 않습니다만 봉팔이님과 비슷한 시기 (제가 초등학교 2~4학년 시절이니까 90년대 초반이죠) 고교야구에 미쳐살던 사람이라 봉팔이님 글에서 반가운 이야기들을 자주 발견하는데 (저의 favorite였던 선린상고의 심영호-故 이경일 듀오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92년 배명고와 고교시절의 박찬호에 관해 조금만 덧붙여 볼게요. 우선 손혁 에이스설을 비롯한 박찬호의 고교시절에 대한 기사들은 (좀 심한 기사엔타자로 대학에 진학했다는 내용도 있었죠) 찌라시의 트릭이 박찬호를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포장한 경우라 할수 있겠는데요.91시즌 전 주간야구에서 박찬호는 "임선동에 필적할 투수"라고 평가되었고 임선동-조성민과 함께 빅3로 꼽혔습니다.OB와의 스카우트 파동 이후 손경수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춘계에서 손경수가 147KM를 뿌렸는데 이게 그해 전국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가장 빠른 구속이었습니다.주간야구에서 투수 16~20명 가량의 스피드를 공개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중앙무대 활약이 거의 없었던 박찬호를 대신해 손경수가 들어가게 되죠. 배명고와의 봉황기 8강전은 지금도 기억이 좀 나는데 (MBC에서 중계했을 겁니다.) 이듬해의 배명고도 살인타선이었지만 장성국,노상진,황재현 등의 92 멤버들에 강래현,김석용(91 청소년대표 포수) 등의 3학년이 버티던 91년의 배명고도 감독이 "5점만 주면 이긴다"고 할만큼 무시무시한 장타력의 강타선이었습니다.투수는 김상엽 (전 한양대)과 왼손투수 예상효가 주로 던졌는데 손혁이 넉점인가 내주고 박찬호가 나와 무안타 무실점으로 배명고를 꽁꽁 묶었습니다. (박재홍,김종국,김봉영의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는 2안타 완봉승) 대학에서만큼은 신입생이었던 92년에 4학년 구대성이 완벽하게 재기했고 (대통령기에서 구대성은 조성민-이상훈과 대결해 1:0의 극적인 완봉승을 거두죠.기아에 있는 이원식이 이때는 3번타자로 나와 이상훈으로부터 끝내기 홈런을 쳐냈구요) 부상 등으로 동기생 5명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동안 등판이 많지도 않았으니 부진했다고도 볼수 있지만 그렇다고 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의 주역을 무명투수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94년 LG 신인 3인방의 후광탓에 정작 고3시절 완전히 한계를 드러내고도 (중학교를 3년이나 유급한 선수입니다.) 이승엽보다도 주목받은 조현이나 지금까지도 과대평가되고 있는 손경수 등에 비해 박찬호의 고교시절은 지나치리만큼 초라하게 포장되고 있습니다.부상으로 안타깝게 은퇴해 지금은 전설이 된 김건덕 선수도 선동렬-최동원 급이라면 과장이 너무 심하지 않을까요?저는 문동환 정도로 봤는데... 그리고 아래 봉팔이님이 써놓으신 배명고 타선을 보니 그때 생각이 또 나는데요.김동주-권주현-노상진-장성국-조현(동명이인이죠)-황재현-이경필-이진석-이원주 타선에 언더핸드 이경필과 김동주의 투수진도 거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던 초강팀이었죠.9번에 있는 이원주는 즐비한 홈런타자들 가운데에서 스몰베이스볼의 진수를 보여주던 선수였고 (수비력도 정말 출중했죠.) 투수와 외야를 번갈아 보던 이진석도 빼놓을 수 없는 황금멤버 중 하나입니다.노상진은 장성국이 빠지자 포수까지 번갈아 보며 멀티로 활약했었죠. 황금사자기로 기억하는데 김동주부터 황재현까지 1~6번이 결승까지 모두 4할을 넘긴 적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타선이었습니다.군산상고와의 경기에서 장성진(전 두산)으로부터 김동주가 나오자마자 중단에 박히는 선두타자 홈런을 때리는 등 홈런만 무려 합계 6개를 날려서 군산상고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는데 하일성 위원이 "고등학교 선수들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칭찬하던 기억이 납니다.(2학년 당시의 김동주는 투수로도 대단했는데 봉황대기 방어율이 0.80에 타율은 0.600 타점 10개였습니다.전국체전 4경기 7홈런을 기록한적도 있고.....) 이경필은 부산고와의 봉황기 결승에서 완봉승을 거뒀는데 그때는 완전한 언더핸드 투수였죠. 이 팀 경기는 너무 홈런이 많이 나와서 (장성국,노상진의 덩치 때문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김동주가 참 말라 보였는데...) 강팀이면서도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는데 91년 신일고 타선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팀이었던것 같습니다.(91년 신일고 타선은 제가 본 한에서는 가장 완벽했고 배명고는 숨돌릴만 하면 하나씩 넘어가는 긴장감이 일품이었죠.) 엄병렬-김형기 등으로 92년에도 최소한의 성적을 낸 신일고에 비해 김동주의 무릎부상 등으로 이듬해에 너무 무너져 무척 아쉬웠는데 제가 가장 다시보고 싶어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이경필과 김동주가 아무리 잘던져도 홈런밖에 생각이 안나는 그런 팀이었죠. p/s 현재 황재현 선수는 아마야구 심판,권주현은 배명중 코치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