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늦었어, 늦었어. 엄마 왜 안 깨웠어~.”
괜히 애꿎은 엄마에게 짜증만 잔뜩 부리고 부랴부랴 정류장으로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곧 5530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어느 땐 15분도 더 기다려야 하는 버스인데 말이지요. 우산이며 휴대폰, 지갑을 미처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전부 손에 든 채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유,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버스 계단을 막 오르자 30대 중반의 버스기사분이 인사를 하십니다. 나도 얼떨결에 “예, 안녕하세요”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물건이 퍽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휴대전화 떨어뜨리신 거예요? 괜찮아요?” “아니요. 우산이에요.”
아저씨는 다행이라며 밝게 웃어 주셨습니다. 아저씨는 타고내리는 모든 승객에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어서, “일일이 인사하느라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인사하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늦게 정류장에 도착해 화가 난 승객들이 인사를 받아 주지 않을 때 오히려 속상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학생시절 버스기사한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나중에 남들에게 꼭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지,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셨답니다.
승객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도 일일이 해 주시고 신호도 다 지키며 어르신들이 자리 잡고 앉으실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서 운행한 버스는 신기하게도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습니다. 그날 나의 하루 또한 행운이 가득한 하루였지요.
정수라 / 서울 금천구 독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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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방 중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저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다 하였도다 - 시편 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