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가장 먼저 스크린에 옮긴 '레 미제라블'(1935)에서 어린 코제트를 연기한 여배우 매릴린 놀든이 99세를 일기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사실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뒤늦게 29일 전했다.
최고 수준의 커리어를 쌓은 기간이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특이한 존재였다. 그녀는 '작은 아씨들'(1933), '슬픔은 그대 가슴에'(Imitation of Life 1934), '레 미제라블',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1938) 같은 클래식 영화들에 출연했다. 그녀는 뮤지컬 각본을 공동으로 쓰기도 했고 중국의 미 육군 라디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녀는 당시 할리우드 연기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데 있어 아주 이례적인 존재였다: 2018년에 놀든은 "아버지는 내 경력을 매우 통제하고 있었는데 내가 계약을 맺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많은 동료 아역 배우들과 달리 그녀는 어린이 영화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성인용 영화에서 딸이나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고인은 1926년 5월 12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변호사 로버트 놀든과 버사 맥켄지를 부모로 외동딸로 태어났다. 세 살 때 그녀는 예쁜아이 선발대회에서 우승하고 댄스 레슨을 시작했는데, 교사 중 한 명이 부모에게 그녀가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1931년 부친이 할리우드로 출장을 갔는데 가족과 동반하게 됐다. 교사의 말에 한껏 고무된 부친은 파라마운트의 캐스팅 책임자 프레드 다티그에게 스크린 테스트를 해보자고 설득했다.
그녀는 며칠 뒤 드라마 'Women Love Once'로 카메라 앞에 섰고 그 해에만 다섯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부친은 딸을 관리하기 위해 변호사 업무를 포기했고, 그 때부터 1940년까지 그녀는 모두 30편의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다.
놀든이 출연한 여섯 작품이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다. 캐서린 헵번이 주연한 '작은 아씨들 '은 작품상은 받지 못했지만 각본상을 수상했다. 인종 드라마 '슬픔은 그대 가슴에'에서 클로데트 콜베르와 호흡을 맞췄다. 조지 쿠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1935)에서는 프레디 바톨로뮤가 소년 데이비드를, 매릴린이 양여동생 아그네스를 연기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불쌍한 어린 코제트를 연기했다. 시대극 '앤서니 애드버스'(1936)는 4개의 오스카를 수상했다. '마리 앙투아네트'(1938)는 프랑스 왕비(노마 시어러)의 딸인 테레즈 공주 역을 맡았다.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에서는 제임스 캐그니의 갱스터 로키의 여자친구 로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부친 덕분에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놀든은 그래도 부친의 간여에 화를 냈다. "나는 캐서린 헵번, 클로데트 콜베르, 제임스 캐그니 같은 전설적인 사람들 주변에서 자랐지만 또래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10대의 반항'이라고 해도 상관 없지만, 나는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그녀의 마지막 배역은 모두 크레딧에 나오지도 않았다. 베티 데이비스, 샤를 보와이에와 함께 한 드라마 'All This and Heaven Too'(1940)와 뮤지컬 '브로드웨이 리듬'(1944)이었다.
그 뒤 그녀는 오클랜드의 밀스 칼리지에서 음악과 드라마를 공부하는 데 집중했다. 1946년에 그녀는 2차 대전에 참전한 미 육군 대위 리처드 고츠와 결혼했다. 그녀는 그가 일본과 중국에 파견됐을 때 그를 따라 갔고, 그곳에서 미군 라디오 아나운서로 일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이혼하기 전에 세 자녀와 한 명의 위탁 자녀를 뒀다. 놀든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엘리세오 부스나도와 재혼했다.
그녀는 음악가, 작곡가, 극작가로 계속 일했으며 리처드 고츠와 함께 'Never Put Off Until Tomorrow'란 뮤지컬 극본을 썼다. 그녀는 69세의 나이에도 '마이 페어 레이디' 주연을 맡는 것을 포함해 지역 연극 제작에 참여했다.
2010년 미국 유산 영화 단체인 시네콘은 그녀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고, 2011년에는 회고록 '큰 그림의 어린 소녀'(Little Girl in Big Pictures)를 출간했다. 2018년 그녀는 캘리포니아의 은퇴자 커뮤니티로 이사했지만 계속해서 영화제에 참석하고 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기억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안나 카레리나'(1935)와 '톰 소여의 모험'(1938) 등으로 낯익은 수전 수 콜린스가 지난 4월 27일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놀든은 19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