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대로 걸었습니다 /장지현의 詩
비 비 비가내립니다
마냥 내리는 밤 그냥 걸었습니다
천둥 내 마음 아는지 파란불 보이면
내 정수리를 내리쳤습니다
순간 몽롱하게 그녀가 스칩니다
언젠가 좋아하던 그 모습이
입가엔 엷은 미소
무엇인가 상념 속 젖은듯합니다
하염 없는 이 비 나를 깨울듯함
목매이게 부르던 이름
아직 잊기엔 이른 날인듯 술잔에 지던
고왔던 눈웃음 비처럼 내렸습니다
거니는 발걸음마다 상념의 그림자
하나 둘 스치는 마음결
비에젖어도 수 없이 오가던
골목길 작은 언덕에
어둠의 좁다란 그 길
나는 마음 속 계단을 세며
함께 거닐던 그 길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 빗속에 묻혀도
마주쳤던 골목길 돌아
그녀의 집 앞에 멈추어 서서 창문을 봅니다
불 꺼진 창 고독을 밀어내듯
빗소리 뿐
뒤돌아 선 더딘 발걸음
죽을 것 같은 심장 고동소리처럼
빗속에 빠져들 것 같은 아픔
다 버리며 또 버리는 빗물였습니다
타고 남을 사랑의 미진한 잔해
터벅터벅 기 빠진 어슬렁거림
묻어갈 곳 없는 빈 자리
그 때서야 빗물에 씻기웁니다
이제야 깨어난 맑은 영혼
빗물 차가움을 느끼며
매여있던 빗장을 풀어
온 길 되돌아 마냥 거닐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