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412)
제12장 하인의 처 12회
“흥!”
서문경은 콧방귀를 뀌고서 빈정거리듯이 내뱉는다.
“내가 왜 네년한테 안 왔는지 알아? 생각할수록 네년이 더러워서 그랬다구. 아무리 과부가 됐다고는 하지만 글쎄 붙어먹을 남자가
그렇게도 없어서 대안이 따위 마구간지기 녀석을 유혹하느냐 말이야.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구역질이 나서 네년한테 못 오겠더라
그거야”
“내가 대안이를 유혹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남자가 그리워서 유혹했던 건 절대 아니라구요”
“그럼 뭣하러 유혹했어?”
“당신한테 다시 돌아오고 싶은 심정에서 대안이를 중간에 넣어 이용하려고 그랬던 거에요. 아무리 내가 과부가 되어 남자에 굶주
렸다고 하더라도 당신 말마따나 그런 마구간지기 녀석이 좋아서 유혹했겠어요?
“흥, 입은 있어서 말은 비단같이 하는군. 그게 사실이라면 왜 나한테 온 뒤에도 그 녀석과 놀아나느냐 말이야”
“놀아나기는 도대체 누가 놀아났다는 거예요? 정말 답답해서 못 견디겠네요”
“그럼 왜 대안이란 놈이 도망을 쳤지? 네년하고 같이 안 잤으면 무엇 때문에 도망을 치느냐 말이야”
“그거야 당신이 무서워서 그랬겠죠. 같이 자지도 않았는데 잤다고 잡아 죽일지도 모르니까요”
“뭐? 잡아 죽일지도 모른다구? 내가 대안이를 잡아 죽인단 말이야?”
서문경은 매서운 눈초리로 이병아를 쏘아본다.
이병아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서문경에게는 그 말의 뜻이 비수처럼 섬뜩하게 가슴
에 와 꽂히는 듯했던 것이다.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는 격으로 이미 두 사람이나 살인을 주도한 터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중 한 사람은 바로 최근에
처치해버린 이병아의 남편이니 말이다.
서문경은 손에 쥐고 있던 가죽 회초리로 냅다 사정없이 이병아를 후려갈기며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야 이 쌍년아! 내가 사람을 잡아 죽이는 걸 보기라도 했나? 응? 이년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어. 야 이년, 맛 좀 봐라. 에잇! 에
잇!...”
“으악-”
사정없는 매질에 그만 이병아는 비명을 내지르며 의자에서 굴러내려 방바닥에 나가 뒹굴고 만다.
“그래 이년! 네년이 오늘 한번 죽어봐라. 죽어봐! 죽어봐!”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아윽- 아윽-”
서문경의 매질과 이병아의 비명소리가 온통 가옥 안에 진동한다.
서문경이 매를 들고 이병아를 찾아갔다는 말이 퍼지자 곧 다섯 부인을 비롯해서 몇몇 하녀들이랑 노복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어 방
밖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金甁梅
첫댓글 서문경 저 죄를 어떻게 받을 려고....
자기는 못된 짓을 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