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기차는 화재에서 자유롭지 않다정휘성 입력 2022. 06. 08. 17:01 수정 2022. 06. 09. 10:52 댓글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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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화재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전기차는 적어도 사고 충격에 따른 화재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는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전기차는 아직 화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세다.
지난 6월 4일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창원 방향 서부산요금소에서 아이오닉 5가 요금소 앞에 있는 가드레일을 충돌하고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차의 화재 사고는 대부분 배터리에서 시작한다. 주로 원인은 배터리 결함 또는 차체 충격에 의한 화재다.
코나 EV
이전 현대차 코나 EV 화재는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으로 인해 배터리가 과충전 되어 일어난 사고였다. 다행히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에 발생해 인명 사고는 없었다. 이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해 대응했다. 이번 아이오닉5 사고는 아직 조사 중이다. 명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요금소 충돌완화 바리게이트와 충돌해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무서운 것은 배터리 셀에서 셀로 불이 확산되기 때문에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번처럼 수조를 만들어 차를 침수 시키거나 최소 1만리터 이상의 물을 분사해야 한다고 알려진다. 완전 소화 시간도 1시간 이상 걸린다.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것은 소화 하는 것도 어렵지만 꺼졌다 하더라도 재발화 가능성도 높다는 점. 결과적으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터리 충격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기팩
먼저 배터리에서 어떻게 화재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를 보면 충격에 의해 불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양극은 리튬이온 원소로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한다. 음극은 탄소화합물로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가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에서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것을 차단한다.
리튬이온배터리구조
사고 충격이나 조립 불량 등의 이유로 분리막이 분해되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되면서 내부에 충전된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된다. 그러면서 유기 용매인 전해액이 열분해를 진행해 인화성 가스가 발생한다. 가스 팽창으로 인해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배터리 셀 밖으로 가스와 전해액이 누출돼 발화한다. 최근에는 분리막 두께가 얇을수록 배터리 용량을 증가 시킬 수 있어 점차 얇아지는 추세다. 충격에 의해 화재 발생이 일어나는 이유다.
아이오닉 5
그럼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자동차 제조사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배터리 보호다. 현대자동차도 이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제작하면서 배터리 보호에 심혈을 기울였다. 분리막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을 얇게 입혔다. 외부 열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파우치 타입 배터리를 사용했다. 그리고 배터리 양 측면의 사이드실에는 충격 흡수를 위한 보강재를 적용했다.
현대 E-GMP
또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 보호 구간은 초고장력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배터리 케이스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게 설계했다. 이 밖에도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보호 회로 장치도 적용했다.
전기차 배터리
그러나 이렇게 보호하고 안전 장치를 설치했음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좀 더 확실한 보강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플랫폼이 문제면 사고 시 취약 부분을 파악해 보강해야 한다. 배터리도 리튬이온 배터리 이외에 좀 더 화재에 안전한 리튬인산철로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보다 에너지밀도가 낮아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화학적으로 극히 안정되어 과열, 과충전 상황에도 폭발할 가능성이 적다. 특히 고온에 강하다. 그리고 니켈, 코발트가 필요 없어 가격도 저렴해 최근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적의 대안은 전고체 배터리를 쓰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라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리고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전고체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회사가 없다. 소비자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개발돼야 할 기술이다.
아이오닉 5
아직 전기차는 여러 면에서 내연기관만큼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통계자료만 보면 내연기관은 10만대 당 10대, 전기차는 10만대 당 2.7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
아이오닉5 화재 사고는 안타깝게도 인명피해가 수반됐다. 이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누구나 납득이 가능한 원인이 밝혀지고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전기차 차체 안전성 보강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자동차는 소비자의 목숨과 연결된 이동수단이다. 안전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된다.
정휘성 에디터 carguy@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