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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상무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너무 많은 품목을 생산하는 데다가 그것도 상당부분 서로 겹친다"면서 "그러다보니 개별 사업의 규모가 너무 작아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1등 제품이 없다
일본 전자 업체들은 카메라·캠코더 등 광학 분야를 제외하고는 세계 1등 제품이 거의 없다. LCD TV나 인터넷TV 같은 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도 정작 시장 경쟁에서는 밀리기 일쑤다. 삼성전자·LG전자가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일본 전자업체는 사업군이 너무 방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없었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미래 산업으로 생각했던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본 소니의 게임 산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게임에만 집중한 일본 닌텐도에 무참하게 패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원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엔저를 등에 업고 한국을 추격해 왔는데, 이번 불황으로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확장에 발목 잡힌 도요타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도요타의 등급을 최고수준인 'Aaa'에서 'Aa1'으로 낮췄으며, 향후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일본 경쟁사인 혼다도 흑자를 지켜낸데 반해 도요타가 무려 7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게 된 것은 성급한 글로벌 확대전략이 한몫했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매년 50만대씩 판매를 늘렸고, 작년 말까지 글로벌 1000만대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세계 1등' 목표에 도취해 2007년 하반기부터 신용위기의 징후가 보이는 데도 확장 일변도였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대형차 고급차 위주로만 생산라인을 구성하는 바람에 불황기의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생산성의 상징인 도요타에서도 대기업병(病)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발 빠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투자회사의 한 자동차산업 분석가는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70년대 오일쇼크와 80년대 플라자합의 등 외부충격을 거치면서 기업체질이 크게 개선됐다"며 "한국차들이 경쟁력 향상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지금의 일본차들이 겪는 위기보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