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과 영국 해외정보부 MI6 본부 건물을 설계한 영국 최고의 건축가 테리 패럴 경이 87세를 일기로 전날 세상을 떴다고 BBC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고인이 설립한 건축 사무소 '패럴스'(Farrells)는 "깊은 슬픔으로" 그의 죽음을 발표하며 "종종 독단적이고 급진적이며 비순응주의자라고 불렸으며 그가 이를 즐겼다"고 돌아봤다. 다만 사망 원인이나 장소, 구체적인 정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세 차례 결혼해 다섯 자녀를 뒀다.
그의 전형적인 건축 스타일은 포스트 모더니즘적이고 활기차고 장난기 넘쳤다. ITV 본사를 설계하며 그는 1980년대 아침식사 쇼 TV-am를 알리기 위해 지붕 위에 아침으로 먹는 거대한 에그컵(삶은 달걀을 올려놓은 컵)을 올려 놓았다. '패럴스'는 고인의 "도시주의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이 주요 건축 환경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테리 경은 1938년 5월 12일 체셔주 세일에서 태어났으며, 같은 세대의 많은 건축가들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 장학금으로 미국을 여행했을 때 만난 미국의 모더니즘 건물에 깜짝 놀랐다. 나중에 국제적인 건축 슈퍼스타가 됐고, 지난 15일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니콜라스 그림쇼와 함께 1965년 건축 실무를 시작했다. 한 살 위의 그림쇼가 2주 먼저 세상을 등졌는데 패럴이 뒤따른 인연에도 눈길이 간다.
초기에 두 사람의 작업은 장식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매끄럽고 절제된 건물에 중점을 뒀는데, 건물에서는 구조의 기능이 그 형태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첫 번째 디자인 중 하나는 런던 북부에 있는 알루미늄으로 덮인 아파트 블록이었다. 주택 협회를 위해 지어진 이 건물은 택시 운전사들에게 정어리 캔으로 알려졌으며 패럴과 가족 모두 아파트에 살았다.
그러나 그림쇼가 하이테크 미니멀리스트 신조에 충실했던 반면, 패럴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1980년에 둘은 헤어졌고 패럴은 자신의 사무실을 설립했다. 그의 돌파구는 1982년 런던 북부 캠든의 운하변 창고를 개조한 곳에 TV-am 본사를 설계하면서 만들어졌다.
그것은 다채롭고 과장돼 있었으며, 일본 사원의 모방,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사원 탑), 입구 위 밝은 색상의 관형 강철로 된 골격 아치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만화 컷아웃 쐐기돌과 같이 과거 건축물에 대한 재치 있는 언급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것은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 있는 거대한 아침식사용 에그컵이었다.
테리 경은 나중에 이 프로젝트를 "엄청난 릴리스"라고 설명했으며 로열 아카데미는 "풍부한 은유를 살린 팝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장식적인 터치
그러나 틀림없이 그의 가장 유명한 건물은 여러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한 MI6 본부였다. 런던의 복스홀 브리지 옆에 있다. 1994년에 완공됐는데 패럴은 건물을 설계할 때는 정부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나중에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 건물일 수 있다고 (잘못) 추측했는데, 이것이 녹색 유리와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부분적으로는 1930년대 아르데코 공장, 부분적으로는 아즈텍 사원으로 된 이 건물 정면 중앙에 원뿔형 전나무가 있는 이유다.
그는 런던 채링 크로스 역 위의 에든버러 국제 컨퍼런스 센터와 엠뱅크먼트 플레이스 같은 개발에 레고와 같은 장식 감각을 더해 큰 건물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대 이전에 있었던 모더니즘은 매우 회색이고, 제한적이며, 공리주의적이었고, 정말 교리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림쇼와의 결별은 완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그것이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훌륭한 릴리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또 2023년 뉴캐슬에 문을 연 패럴 센터를 포함해 혁신과 환경 인식 일깨우기에 열중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곰팡이로 건물을 키울 수 있는 방법과 도시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다른 혁신적인 방법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테리 경이 부분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전시회는 건물을 더욱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4개의 건축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곰팡이의 뿌리 네트워크인 균사체에서 자란 구조가 포함돼 있다.
런던 외곽에서 테리 경은 이상하게 각진 배처럼 험버 강 위로 돌출된 헐의 눈에 띄는 수족관인 '더 딥'(The Deep)과 뉴캐슬의 'The Center for Life'로 알려진 다양한 건물 컬렉션들을 설계했다. 그는 또한 해외, 특히 중국에서 거대하고 유쾌한 건물을 설계했다.
가장 초기의 것 중 하나는 1997년 홍콩의 피크 타워로, 4개의 콘크리트 다리 위에 위로 올라간 초승달 모양이다. 요리하는 냄비나 중국 사원의 위로 젖힌 처마를 연상시킨다.
베이징 남부와 광저우 남부 기차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 중 하나이며, 선전의 KK100 타워는 패럴 경이 설계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게 활기찬 것은 아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런던의 내무부를 위한 새 건물은 이례적으로 자제한 것이었다. 그는 또 런던의 왕립연구소와 뉴캐슬의 그레이트 노스 박물관처럼 현대적인 요소와 역사적인 건물을 결합하는 데 능숙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과거의 건축 양식을 참조했다. 그의 건물은 때때로 포스트모더니즘이 1980년대에 확고하게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평가들의 반발에 직면했지만, 그는 모더니스트들이 역사책을 버린 것이 잘못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가 어떻게 인천국제공항 설계에 참여하게 됐는지, 어떤 면을 살리고 싶어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한된 검색 능력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내한했을 때 평소 산업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부군 필립 공이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읃 둘러보는 일정을 계획했는데 어떻게 둘러봤는지 기사 역시 찾아 볼 수 없었다.
BBC가 고인의 많은 건축 작품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은 아예 언급조차 안하는 점도 서운하긴 마찬가지다.
Why TV-am was Britain's most maverick building | Royal Academy of 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