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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갑자기 췌장암 말기 판정으로 2개월반의 투병생활 동안,
그동안 몰랐던 당신글을 모아 책으로 내 드리면서 언젠가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 보리라. 했었는데...
(당신이 파일로 써 놓으셨던 글을 갑자기 책으로 펴내느라,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수정하지 못하였음)
그 길을 가면서도 여자는 차마 당신눈길 머물던 그 안좌의 남해장여관을 찾아보지 못했다.
모처럼 그녀와의 길에 혼자만의 상념에 젖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언겐가 혼자 그 길을 다시 그대로 나서보리라 생각했기에....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당신의 추억으로 서남해 섬을 그리워하셨던 것일까?
아니며, 당신의 첫사랑이 행여 섬처녀이기라도 했었을까?
여자는 아직도 여행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다.
신안,
아름다운 섬들이, 홍도, 흑산도, 증도....그들이 다 신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
다이아몬드섬이라 칭하는 섬들...목포에서 연결된 압해도 송공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자은, 암태, 팔금, 안좌도를 향해서...
계획대로라면 이박을 섬에서 하면서 산 두곳을 오를예정이었다.
이미 휴가도 끝난터고, 주말이 아닌 평일인 더라 숙박은 예약하지 않고 둘러보고 정하기로 맘먹고...
둘의 인연은 광주에서 30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문화센터같은 곳에서..무슨 기타를 배우겠다고...그곳에서 만났다.
어쩌다 결석도 많이 하던 그녀...별로 많지 않은 사람속에서 둘은 눈만 마주쳤다.
끝나기 바쁘게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집은 봉선동, 후배는 진월동.
두 달여쯤 되었던가?
후배가 사는 아파트 앞집에 새로 이사오는 이가 있었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20여년 동안 만나오는 사이가 되었다.
시아버님 생신에 맞춰 휴가를 잡았기에 주말 내내 광주에서 보내고
느즈막히 월요일 아침 9시에 그녀가 여자를 데릴러 집앞으로 차를 댔다.
목포로 출발..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11시 암태도 오도선착장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30분 소요...승용차는 15,000원, 한명의 배삯은 3,500원?
일단,
자은도에서 첫날을 보내기로 했다.
12번째 큰 섬이라는 자은도.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가본 길은 아쉬움을 많이 남기게 된다.
남도의 많은 섬을 경험한 그녀는 이렇든 저렇든 미련이 없는 듯 했지만, 여자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렇게 할 걸.....
또 다음을 기약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를 아쉬움...
암태도 도착전에 잠시 들린 당사도...
하늘과 섬과 바다가 하나다.
암태도와 목포를 직접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 중...
앞으론 배를 타지 않고도 차로 쓩~~~저 멀리 오도선착장이 보인다.
바쁠 것도, 특별히 계획된 것도 없는 길...
길따라 이정표에 있는 성당을 들른다. 성당가는 길에 채송화가 마당 가득...
서로의 마음에 저리 환한 꽃 한묶음 선물하고픈 사람...
숙소를 정하기 전에 일단 들러 본 분계해수욕장에서 만난 미인송.
영낙없이 여인이 거꾸로 서 있다.
사실, 자은도를 들어서면서 백길해수욕장을 들렀어야 했는데...아쉬움 1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자리... 사람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저 멀리 무인도이려니... 전설이 있을 법한 민둥바위...
분계해수욕장에서... | |
일단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자은면소재지로...
한옥팬션이라는데...
새집이고, 나무와 황토로 지어서 깨끗하고 머무르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으나,
내부는 4명까지는 협소하고, 출입문외에는 창문도 없고, 모기장도 없었으며(방에 갇힘..손님들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주구장창 켜놓기 때문에 문에 모기장을 달지 않았다 함, 고객이 문제인지...고객을 배려하는 마인드가 문제인지...이해하기 어려웠음), 취사에도 어려움이 있을 듯 싶고...
그냥 단 둘이 잠만 자고 가기에는 괜찮은 정도~~
욕심을 낸 것이 잘못이다.
숙소를 정하고, 두봉산을 올라야겠다 맘 먹는다.
그녀는 한사코 반대했지만, 후배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나선다.
들머리를 자은초등학교로 하던지, 도명사로 하던지...
암태 추포도의 승봉산과 자은의 두봉산을 각 날에 오를 계획이였던 터라
대낮 2시에 두봉산행을 강행...
길가던 주민이 천금을 줘도 가지 않겠다는 길을.....
이렇게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한 여름 대낮 섬산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휸을 얻는다.
들머리 도명사는 면소재지에서 2km거리..임도길, 한낮의 열기로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태.
오르는 등산로에 그늘진 나무도 없고...결국 그녀는 지쳐 중도 포기하고,
후배는 기어이 마지막 정상을 오른다. 이러다 죽지?하면서도...
달궈진 한여름의 열기로 시야는 흐리고...자은도 동쪽 해안 풍경...
시리고 시린, 청명한 겨울날에 점점이 박힌 저 섬들을 가늠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정상에서 자은초로 내려가는 길을 두고, 중도 포기한 그녀와 합류를 위해 다시..
결국, 도명사에서 택시를 불러타고 내려와 씻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그녀.
해넘이 길을 걷고 싶었지만,
낯선 곳에서 또 낯선이와의 만남을 기대하게도 하는 것인가?
오라버니로 칭하는 그녀의 남편을 통해 저녁초대를 받았다.
근무지가 그곳인 사람들과의 저녁식사.
여자를 빼곤, 자리를 함께 한 이들은 목포가 고향인 사람들.
그녀에겐 금새 친숙한 사람으로, 서로의 동창을 얘기하고, 갑장임을 확인한다.
'다음에 오면 안척하지 마씨요~? 오메...성가셔부네잉~~!'을 외치며...
횟집 주인의 귀하디 귀한 황가오리간이라며....가오리고기라며...
'오메, 으째 이것이 청와대로 안가고 이리 와부렀다냐?' 능청스런 농에 즐거움은 더해가고..
싱싱한 민어회외에 생색내며 덤으로 건네는 색다른 별미에 한여름밤이 깊어간다.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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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멋진 갑장 뜬구름님~ 다음 행보가 궁금해서 후딱 읽었네요. ㅎ ㅎ
모처럼의 섬여행이 내겐 참 한가롭고 여유롭게 느껴져요.
같이 한 분의 아버님 글이 참 담백하면서도 차진 느낌이 듭니다.
목포분들 사투리와 유머도 참 구수하고 맛깔나네요. ㅎ ㅎ
그 섬에 뜬구름님 여행기 보며 내도 언젠가 가보리라 꿈을 꿔봅니다. 고마워요. *^^*
마당 가득한 채송화가 넘 넘 아름답다..
정말 더웠던 그 동안의 날씨..
섬 여행에선 힘들었을듯^^
아버지를 자리를 따라간 그대여
난 그여자가 지나간 자리를 가보리라
나두 그 흔적을 따라 가보리라......
나두 따라가보리라...그 여인네들이 보았던 그 길에서 난 무엇을 보게 될까?
자은도에서 그 여자를 만나고 싶어라~~~!
목포에서 세발낙지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그 여자와 이 얘기 저 얘기 하고 싶어라~~~!
우리가 사랑했던 아버지~~!
아버지가 사랑했던 특별한 딸들의 수다로~~~~!
뜬구름처럼 그렇게 두~~웅둥 떠 다니면서~~~!
잘 있는거지..??
보고싶구나. 건강하고 밥 잘 먹고...정리좀 되면 얼굴 함 보자꾸나~~!
밥 사줄께~~!
아버지 연세...76세에 혼자 저렇게 여행을 다니셨는데...
난 그나이에 그리 혼자 떠날 수 있으려나..싶어집니다.
보고싶지요? 크~~~~닳아지도록 봐야겄지요?
감사합니다~!!!